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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로 사회안전망 강화”…한미그룹, 전사적 나눔 플랫폼 확산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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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기업들의 ESG 경영이 임직원 참여형 사회공헌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미그룹은 자체 개발한 봉사 플랫폼을 중심으로 헌혈, 재난 구호, 취약계층 지원, 문화예술 후원까지 다층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사회 안전망 보완 역할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장기·지속형 공익 활동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비재무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사이언스는 22일 발표를 통해 올 한 해 한미그룹 임직원 1030명이 사회봉사 현장 115곳에서 총 3000여시간의 봉사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2017년부터 집계한 누적 봉사시간은 1만4738시간, 누적 참여 인원은 4907명에 달한다. 계열사 전체가 참여하는 그룹 차원의 사회공헌 활동이 정량적 성과로 축적되고 있는 셈이다.

그 중심에는 임직원 봉사활동 플랫폼 한라봉이 있다. 한라봉은 한미 가족의 라이프스타일 맞춤형 봉사활동이라는 의미를 담은 한미그룹 고유 CSR 플랫폼으로, 임직원이 근무 형태와 개인 관심사에 따라 봉사활동을 능동적으로 선택하도록 설계됐다. 평일 봉사, 재능 기부, 가족 동반 활동 등 다양한 유형 프로그램을 통해 단발성 캠페인을 넘어 지속 참여를 유도하는 구조다.

 

한미그룹은 매년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 참여한 임직원 가운데 우수 봉사자를 선정해 포상하고 있으며, 올해는 10명의 임직원이 수상했다. 회사 차원의 인센티브를 통해 자발적 참여 문화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셈이다.

 

제약업계 최장기 공익 캠페인으로 꼽히는 사랑의 헌혈 프로그램도 한미그룹 ESG 전략의 상징적인 사례다. 이 캠페인은 1980년 한미그룹 창업주 고 임성기 선대 회장이 서울 시청역에 국내 최초 헌혈의 집 개소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1981년부터 본격화됐으며 올해로 45년째를 맞았다. 지금까지 사랑의 헌혈에 참여한 임직원은 1만명이 넘고, 4790여장의 헌혈증이 환자 단체에 기증됐다. 1인당 헌혈량 320cc로 환산하면 누적 366만7200cc의 혈액이 환자 치료에 활용된 규모다.

 

올해 한미 임직원들은 기존 헌혈 캠페인에 더해 소아암 환자를 위한 히크만 주머니 100개를 직접 제작해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전달했다. 히크만 주머니는 항암 치료 중인 소아암 환자의 중심정맥관을 보호하고 위생적으로 관리하는 데 필수적인 보조용품으로, 헌혈과 연계한 맞춤형 지원 사례로 평가된다.

 

환자 대상 현금·현물 지원 프로그램도 확대되고 있다. 한미그룹은 전국 의약사들과 함께하는 빅하트플러스를 통해 단장증후군 환우와 간암, 유방암, 뇌경색 등 중증질환 환자들에게 약 1000만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병·의원 현장에서 환자를 직접 대면하는 의약사 네트워크를 활용해 의료 사각지대를 줄이는 방식이다.

 

의료인 대상 공익 활동도 지속 중이다. 한미참의료인상, 한미수필문학상 등을 통해 의료 현장의 헌신을 조명하고 있고, 젊은의학자학술상, 한미중소병원상 등 보건의료계 시상도 주관 및 후원하고 있다. 의료진의 연구와 헌신을 장려하는 이러한 프로그램은 제약·바이오 산업 전반의 질적 수준 제고에 기여한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소외계층을 위한 지역 밀착형 프로그램도 다각도로 운영된다. 한미그룹은 시청각 장애인, 독거 어르신, 다문화 가정 등을 대상으로 사랑의 김장김치 나눔 봉사, 사랑의 건강 보따리, 점자도서 및 텐텐맛 멀티비타민 지원, 바자회 물품 기부 캠페인 등을 이어가고 있다. 7년째 진행 중인 사랑의 김장김치 나눔 봉사는 겨울철 기초 식생활 지원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쪽방촌 주민을 위해 추진하는 동행목욕탕 사업과 BEE-Happy 프로젝트는 단발성 후원을 넘어 생활환경 개선과 자립 지원 등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겨냥한 상생 모델로 주목된다. 발달장애인과 함께 진행한 플로깅 봉사활동, 멸종위기 생물 보호를 위한 녹색숲 조성, 생태계 교란식물 제거 활동 등은 장애인 인식 개선과 환경 보호를 동시에 겨냥한 ESG 프로그램으로 분류된다.

 

국가적 재해 대응에서도 지원 폭을 넓히고 있다. 한미그룹은 올해 3월 경남 산청과 경북 영덕·영양 등 산불 피해 지역에 3만여개 구호물품을 긴급 지원했고, 7월 집중호우 피해를 입은 6개 지역에도 5만4000여개의 구호물품을 전달했다. 기후위기 심화로 재난 빈도가 높아지는 만큼, 제약·바이오 기업이 의약품 이외 구호물품 공급망을 활용해 현장 대응력을 높이는 사례로 볼 수 있다.

 

문화예술 분야 지원도 한 축이다. 한미그룹은 가현문화재단을 통해 사진 전문 미술관 운영을 후원하고 있다. 가현문화재단은 2003년 국내 최초 사진 전문 미술관인 한미사진미술관으로 출발해, 2022년 뮤지엄한미 삼청을 개관했다. 제약기업의 문화 인프라 후원이 도시 문화 생태계의 다양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확장된 것이다.

 

한미약품은 장애 아동과 청소년의 예술 교육을 위해 매년 2월 빛의소리 나눔 콘서트를 열고 있다. 현직 의사들로 구성된 메디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주최하고 한미약품이 후원하는 이 콘서트는 2013년 시작돼 10년 넘게 이어졌다. 콘서트 수익금은 장애 아동의 문화예술 교육, 치료, 사회 적응 능력 향상과 협동심 교육에 사용된다. 제12회 콘서트는 내년 3월 1일 경기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무대예술 생태계 지원도 병행 중이다. 한미약품은 2021년부터 한국연극협회와 협업해 연극인에게 상금과 상패를 수여하며 한국 공연예술계를 후원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공연예술계 침체가 장기화된 상황에서 안정적 후원은 현장 예술인의 생존과 창작 기반 유지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 나눔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오늘은 예술감상 좋은 날 프로그램을 통해 신진 음악가에게 공연 기회를 제공하고, 임직원에게는 정기적인 공연 관람 기회를 제공해 스트레스 경감과 정서적 안정을 돕고 있다. 이는 조직 구성원의 정서적 복지를 ESG 의제에 포함시키는 한 사례로 꼽힌다.

 

문화 예술 분야의 장기 후원 성과도 대외적으로 인정받았다. 한미약품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선정하는 문화예술후원 우수기관으로 2019년 처음 이름을 올린 뒤, 올해까지 세 번째 재인증을 받았다. 지속 가능성과 공익성, 파급력 등을 평가하는 이 제도에서의 반복 인증은 한미그룹 문화예술 지원이 단기 마케팅을 넘어 중장기 전략으로 자리잡았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한미그룹의 사회공헌 체계가 임직원 참여형 봉사 플랫폼, 환자와 취약계층 직접 지원, 의료·문화계 후원을 포괄하는 다층적 구조라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ESG 공시 강화와 비재무 리스크 관리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전사적 사회공헌 모델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산업의 신뢰도와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산업계는 한미그룹이 내년에도 어떤 형태의 봉사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적 가치와 기업 문화를 한층 더 결합해 나갈지 지켜보고 있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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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그룹#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