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신개념 비만치료제 선보인다”…한미·종근당 등 K바이오, 글로벌 데이터로 도전장

윤지안 기자
입력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먹는 비만치료제’부터 삼중작용 신약까지 다양한 혁신 후보물질을 앞세워 세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미국비만학회(ObesityWeek 2025)와 ‘바이오 유럽’ 등 주요 국제 행사에서 한미약품, 종근당, 동아에스티·메타비아, 디앤디파마텍, 일동제약 등 국내사 소식이 잇따라 공개되며 글로벌 무대에서의 존재감을 확장하고 있다. 업계는 후발주자 한계를 극복하려는 차별화 포인트로 ‘근육증진’ ‘복용 편의성’ ‘장시간 효과’ 등 기술력을 내세워, 시장 판도 변화의 분기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이번 미국비만학회에서는 한미약품이 근육증진과 지방분해를 동시에 유도하는 신개념 비만 신약 ‘HM17321’과, GLP-1·GIP·글루카곤 삼중작용제 ‘HM15275’ 1상 추가 데이터 등을 발표했다. HM17321는 식이유도 비만 동물모델에서 mTOR(라파마이신 표적 단백질) 경로를 활성화해 근육 성장을 촉진하고, 동시에 지방 분해와 합성 억제를 유도했다. 기존 대표 GLP-1 계열 약물인 세마글루타이드와 직접 비교 시, 지방 감소 폭은 더욱 크고 근육량은 유의하게 늘어나 에너지 균형 전환 효과도 부각됐다. 한미약품은 “체중 감량 성과를 넘어 근육기능·혈당·에너지대사까지 포괄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삼중작용제 HM15275는 GLP-1, GIP, 글루카곤 세 수용체에 최적화된 면역활성을 더해 비만과 대사질환 치료를 겨냥한다. 미국 2상에 진입, 1상 데이터에서 장기 지속성과 안전성이 동시에 나타나 글로벌 신약 진입을 노리고 있다.

동아에스티와 자회사 메타비아의 ‘DA-1726’은 GLP-1·글루카곤 동시작용으로 식욕 억제, 인슐린 분비 촉진, 기초대사량 증가까지 겨냥하는 신약 후보다. 미국 임상 1상서 피하주사 4주 만에 최대 6.3% 감량, 허리둘레 10cm 감소, 효과 지속성 등 긍정적 결과가 나타났다. 반감기(약 80시간) 특성도 확인돼 주 1회 투약 모델로 개발 가능성을 높였다. 비만 마우스 모델 전임상 결과에서는 티르제파타이드 대비 음식 섭취량 유사 수준에서 더 우수한 체중 감소를 이끌어, 기초대사량 항진 효과를 입증했다.

 

경구제 경쟁도 치열하다. 종근당이 선보인 ‘CKD-514’는 용해도 설계 최적화를 거쳐, 대동물 실험에서 기존 먹는 GLP-1 계열 오포글리프론 대비 적은 용량에서 동등 혹은 우수한 체중 감소와 혈당 개선 효과를 기록했다. 후속 물질군 역시 세마글루타이드, 오포글리프론 등 글로벌 주력 약물과 비교해 차별화된 대사 개선 잠재력을 보였다. 비만치료제 시장이 주사형 중심이라는 점에서, 복용 편의성을 극대화한 경구제 개발이 시장 점유율 확장에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디앤디파마텍은 MET-GGo(먹는 GLP-1·GIP 이중작용제)의 전임상에서 반감기 101시간(인체서 15일 이상 기대), 장기간 혈중 농도 유지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월 1회 투여를 목표로 대용량 펩타이드 개발이 가시화되고 있다. 28일 전임상서 29.1% 체중 감량 효과와, 부작용 완화 효과도 나타났다. 일동제약의 ID110521156 역시 먹는 소분자 신약으로, 임상 1상서 4주만에 최대 13.8% 감량과 부작용 최소화 성과를 내며, 시장 진입이 본격화된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은 후보물질 구조 설계, 복용 방식, 효과 지속성 등 기술 각축을 이어가며, 기존 주사형 혹은 단일타깃 중심 글로벌 기업과의 격차 해소를 겨냥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GLP-1 유사체와 이중·삼중 작용제 경쟁이 본격화됐으며, 신약 임상·허가 진입장벽이 높다. 이에 국내사들은 안전성 데이터, 약동학 특성 등 글로벌 규제 기준 충족과 체중감량 효과의 질적 개선에 방점을 찍는 전략을 강화 중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K바이오가 글로벌 임상 데이터 기반으로 경쟁력을 검증받는 과정이 관건”이라며 “시장 안착에 성공한다면 고품질 감량, 복용 편의성, 장기지속형 경구제 등 신기술이 세계 비만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 수도 있다”고 짚었다. 산업계는 실제 상용화와 시장 확장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윤지안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한미약품#종근당#비만치료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