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치료로 황반변성 정조준”…뉴라클, 북미 초기임상 진전 주목
유전자치료 기반 안과질환 치료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이 북미 초기 임상에서 가시적인 진전을 내고 있다. 습성 노인성 황반변성은 고령 인구 증가와 함께 환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현재 표준 치료는 잦은 안구 내 주사를 요구해 환자 순응도가 낮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뉴라클제네틱스가 개발 중인 NG101은 한 번의 투여로 수년간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 VEGF를 억제하는 단백질을 지속 분비하도록 설계돼, 산업계에서는 기존 항 VEGF 주사제 중심 시장의 판도 변화를 이끌 후보로 평가하는 시각도 나온다.
뉴라클제네틱스는 이연제약과 공동 개발 중인 유전자치료제 NG101의 북미 임상 1·2a상에서 피험자 20명에 대한 투약을 모두 마쳤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임상은 미국 식품의약국과 캐나다 보건당국 승인을 거쳐 진행 중인 오픈라벨, 용량 증량 방식 시험으로, 저용량과 중용량, 고용량 코호트 각각 6명씩 총 18명을 목표로 설계됐다. 이후 고용량군에 2명이 추가로 편입되면서 전체 등록 인원이 20명으로 확대됐다.

NG101은 뉴라클제네틱스가 자체 개발한 고효율 프로모터 기술을 적용한 AAV 아데노부속바이러스 벡터 유전자전달체에 블록버스터 안과질환 치료제 아일리아의 활성 성분인 애플리버셉트 유전자를 탑재한 파이프라인이다. AAV 벡터는 인체에 병원성을 나타내지 않으면서 표적 조직에 유전자를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데 활용되는 바이러스 기반 운반체로, 눈과 같은 비교적 폐쇄된 장기에 투여할 경우 전신 노출을 줄이면서 국소적으로 높은 약효를 유도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로모터는 세포 내에서 유전자가 얼마나 강하게, 얼마나 오래 발현될지를 좌우하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DNA 서열이다. 뉴라클제네틱스는 자체 플랫폼을 통해 망막세포에서 애플리버셉트 단백질을 효율적으로 발현시키는 프로모터를 설계해, 같은 용량의 벡터로도 더 높은 단백질 생산량과 지속 시간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뒀다. 회사 측은 이런 설계 덕분에 단 한 번의 안구 내 투여만으로도 망막세포가 VEGF 억제 단백질을 장기간 분비해, 현재 아일리아 등 항 VEGF 제제가 요구하는 수주 간격 반복 주사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북미 임상 1·2a상은 안전성과 내약성, 초기 유효성을 확인하는 단계다. 뉴라클제네틱스는 저용량부터 고용량까지 모든 용량군에서 투약을 차질 없이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고용량군 마지막 피험자에 대해서는 6개월간 추적 관찰을 수행한 뒤 전체 시험에 대한 중간 분석 결과를 정리한 중간 보고서 발간을 예고한 상태다. 이후에도 모든 피험자들은 최대 5년 동안 장기 추적을 받으며 시력 변화, 망막 두께와 같은 해부학적 지표, 항 VEGF 구제주사 필요 여부 등 장기 유효성과 안전성 데이터를 축적하게 된다.
시장 측면에서 NG101이 겨냥하는 습성 노인성 황반변성은 고령층 실명 원인 가운데 비중이 큰 질환이다. 신생혈관이 망막 중심부인 황반에 비정상적으로 자라나면서 출혈과 부종을 일으키고, 이 과정에서 시력이 급격히 저하된다. 아일리아를 비롯한 항 VEGF 약물은 이러한 비정상 혈관 생성을 억제해 시력 악화를 늦추는 역할을 하지만, 대부분 환자에게 한 달에서 두 달 간격의 반복 주사가 필요하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내원 부담과 공포감, 비용 문제 등으로 인해 치료가 중단되거나 지연돼, 임상시험에서 확인된 것보다 낮은 효과를 보이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런 배경에서 제약바이오 업계는 NG101처럼 단회 또는 소수 회 투여로 항 VEGF 효과를 장기간 유지하는 유전자치료제에 주목하고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반복적인 안구 내 주사 횟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삶의 질 개선이 기대되고,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진료 스케줄을 효율화해 의료 자원 배분을 최적화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계에서는 황반변성 등 망막질환 유전자치료제가 본격 상용화될 경우, 항 VEGF 주사제 시장 일부를 대체하거나 장기 유지요법으로 병용되는 시나리오도 거론한다.
국제 경쟁 구도도 빠르게 형성되는 상황이다. 해외에서는 대형 제약사와 바이오텍들이 AAV 기반 황반변성 유전자치료를 앞다퉈 개발하고 있으며, 일부 후보물질은 후속 임상 단계로 진입해 있다. 다만 망막 내 장기간 고발현에 따른 안전성 이슈, 특정 용량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염증 반응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뉴라클제네틱스는 자사가 확보한 고효율 프로모터 기술이 유효성은 유지하면서도 필요한 벡터 용량을 최적화해 부작용 위험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국내 기업이 북미 규제기관과 협업하며 황반변성 유전자치료제 개발에서 경쟁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규제와 제도 측면에서 유전자치료제는 오랜 기간에 걸친 추적 관찰과 엄격한 안전성 관리가 요구된다. 미국 FDA는 망막 유전자치료제에 대해 대상 환자군, 투여 방법, 장기 추적 프로토콜 등을 세밀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캐나다를 포함한 각국 규제기관도 비슷한 수준의 기준을 적용하는 추세다. 뉴라클제네틱스가 진행 중인 최대 5년 장기 추적 설계는 이러한 규제 환경을 반영한 것으로, 장기간 데이터 축적이 허가 심사뿐 아니라 향후 보험 등재, 약가 협상 과정에서도 핵심 근거가 될 전망이다. 데이터 축적 과정에서 실세계 근거와 연계한 분석 전략을 마련하는 것도 상용화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NG101의 초기 임상 데이터는 일부 공개된 바 있다. 저용량군, 즉 코호트 1 결과가 올해 미국 Retina Society 학회에서 발표됐고, 이 데이터에 따르면 6개월 추적 기간 동안 항 VEGF 구제치료 횟수가 기존 대비 91퍼센트 감소했으며, 시력과 망막 구조 등 해부학적 지표도 대체로 안정적으로 유지된 것으로 보고됐다. 회사 측은 이 결과를 NG101의 초기 유효성과 안전성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코호트 규모가 작고 관찰 기간이 제한적인 만큼, 업계에서는 중용량과 고용량 코호트 데이터가 축적돼야 후보물질의 잠재력을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뉴라클제네틱스는 고용량군 마지막 환자의 6개월 추적 관찰이 완료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내년 3분기 중 임상 1·2a상 중간 보고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회사는 해당 중간 결과를 토대로 글로벌 2b상 진입 전략과 함께 기술이전 논의를 본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형 제약사와의 공동개발 계약이나 지역별 라이선스아웃이 성사될 경우, 임상 후속 단계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어 향후 협상 구도에 업계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김종묵 뉴라클제네틱스 대표는 중용량군과 고용량군 추적 데이터를 차질 없이 확보해 계획대로 임상 1·2a상을 마무리하고, 글로벌 2b상 진입과 기술이전 본격화를 통해 습성 황반변성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안과 유전자치료제 시장이 글로벌 빅파마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이 임상 데이터와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 입지를 확보할 수 있을지 산업계는 NG101의 향후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