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재석 60명 안 되면 필버 중단”…더불어민주당, 국회법 개정 추진에 국민의힘 강력 반발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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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를 둘러싼 여야의 충돌이 거세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장 재석 인원이 60명 미만일 경우 국회의장이 무제한 토론을 중단할 수 있도록 국회법을 고치겠다고 나서자, 국민의힘은 소수 야당의 합법적 저항 수단을 무력화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사법개혁 법안 등 쟁점 법안 처리를 앞두고 국회 의사진행 룰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정국의 새 갈등 축으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필리버스터 요건을 변경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4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민의힘이 쟁점 법안 저지를 위해 거의 모든 안건에 필리버스터를 활용하겠다고 시사한 데 대한 맞대응 성격이다.

개정안 핵심은 필리버스터 도중 본회의장 출석 의원 수가 일정 기준에 미달하면 국회의장이 회의 중지를 선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이 마련한 안에 따르면 재석 의원이 60명에 못 미칠 경우 의장이 무제한 토론을 멈출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추가됐다. 무제한 토론이 사실상 심야 장기 회의로 이어져 의장단 업무 부담이 과중하다는 문제의식을 반영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민주당은 또 의장이 장시간 회의를 주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의장이 지정하는 의원이 무제한 토론을 진행하도록 하는 조항도 개정안에 담았다. 국회의장 개인에게 집중돼 온 물리적 부담을 분산하는 동시에 필리버스터 운영을 보다 탄력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4일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이미 관련 논의와 소위 의결이 이뤄졌다며, 본회의 절차를 마무리해 쟁점 법안 처리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 개정 추진에 대해 소수 야당이 합법적으로 쓸 수 있는 저항 수단인 필리버스터를 구조적으로 제약하는 시도라며 강력 반발하는 입장을 내놨다. 필리버스터 제도 자체를 손보는 것은 다수당에 유리한 국회 운영 규칙 만들기라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여야 공방의 배경에는 사법개혁 법안을 비롯한 쟁점 법안들에 대한 이해관계가 자리 잡고 있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전면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황에서, 민주당은 장기 의사진행 지연을 막고 정기국회 내 주요 입법 과제를 처리하기 위한 제도 변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다수 의석을 쥔 여당이 국회 룰까지 바꿔가며 법안 처리를 밀어붙이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충돌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법 개정과 함께 주요 경제·민생 법안 처리 계획도 병행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4월 자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 절차에 올린 반도체법, 은행법, 가맹사업법을 조만간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패스트트랙 제도를 활용해 절차적 문턱은 넘긴 상태에서, 본회의 표결 시점과 방식이 관건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반도체법의 경우 상임위원회 단계에서 여야 합의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반도체법이 여야 간 이견이 비교적 적은 만큼 합의가 이뤄지면 통상적인 상임위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반면 은행법과 가맹사업법에 대해서는 패스트트랙 절차를 활용해 본회의 상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가맹 분야 규제와 관련한 이해관계가 복잡한 만큼, 여야 합의보다는 다수결 표결을 통한 처리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민주당은 4일 본회의에 앞서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국회법 개정안을 의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운영위 소위원회에서 이미 개정안이 처리된 만큼, 전체회의와 본회의를 거치는 것이 남은 절차다. 운영위 문턱을 넘긴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될 경우, 향후 쟁점 법안마다 필리버스터를 둘러싼 여야 전략 계산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국회법 개정 논쟁이 단기적으로는 사법개혁 법안과 경제 관련 법안들의 처리 속도에, 중장기적으로는 국회 다수파와 소수파의 힘의 균형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필리버스터 제도는 그간 다수당 견제 장치로 기능해 왔다는 평가와 함께, 한편으로는 장기 교착과 의회 마비를 낳는 원인으로도 지적돼 왔다. 제도 손질이 어떤 방향으로 정착되느냐에 따라 향후 국회 운영 방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국회는 4일 필리버스터 요건을 둘러싼 국회법 개정안과 사법개혁 법안,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여야가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양측의 대치 국면은 정기국회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정치권은 필리버스터 제도와 국회법 개정 방향을 둘러싸고 당분간 정면 충돌 양상을 이어갈 전망이다.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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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국회법개정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