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에 공권력 허용 말이 되나"…이재명, KISA·개보위 특사경 도입엔 "해야 할 것 같다"
사이버 침해 대응을 둘러싼 제도 개편 요구와 국가 공권력 원칙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인터넷진흥원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방안에 공감하면서도, 민간에 수사 권한을 위탁하는 방식에 대해선 우려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12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한국인터넷진흥원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특별사법경찰권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는 논의 과정에서 "해야 할 것 같긴 하다"고 말해 제도 도입 필요성에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한국인터넷진흥원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현재 사이버 정보 보안 침해 사고와 개인정보 침해 사건에 대한 조사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러나 최근 각종 해킹, 개인정보 유출 등 사고가 급증하면서 단순 조사만으로는 실효성 있는 대응이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강제 수사 기능을 갖춘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해 자료 확보와 책임 추궁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다만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준정부기관이라는 점을 짚으며 "공무원 조직이 아닌데 특별사법 경찰권을 주는 경우가 있느냐"고 물었다. 민간 성격을 가진 기관에 공권력을 부여하는 방식이 타당한지부터 짚어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김용범 정책실장은 금융감독원과 국립공원관리공단 사례를 언급하며 "특사경이 공무원이 아닌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적 업무 위탁을 받으면 특사경을 임명할 수 있고, 지휘는 검사가 한다"며 "법에 근거해 주무 장관이 지정한다"고 덧붙였다. 기존 법체계 내에서도 비공무원 신분 특사경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도 특사경 도입 필요성을 거듭 제기했다. 송 위원장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한국인터넷진흥원을 통해 개인정보 침해 업무를 같이 조사하고 있다"고 소개한 뒤 "현 제도상으로 강제 조사권이 없는데, 사고 관련 자료 확보에 한계가 많다"고 토로했다. 수사기관 협조만으로는 신속한 조사에 한계가 있다는 현실 진단이다.
이 대통령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대한 강제 조사 권한 부여에는 특히 힘을 실었다. 그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강제 조사 권한을 부여받는 것이 매우 정상적인 것 같다"며 "그렇게 해야 할 것 같기는 하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주무 기관에 상응하는 법 집행 권한을 부여해 실질적인 보호 체계를 갖추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곧바로 공권력 민간 위탁에 대한 구조적 우려를 함께 제기했다. 이 대통령은 "국가 공권력 행사를 민간 단체에 예외적으로 자꾸 허용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공무원을 늘려야 하는데, 국민이 욕할까 봐 바깥에만 공무를 맡기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며 정부가 책임을 회피한 채 외부 조직에 권한을 떠넘기는 관행을 경계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사이버 안보와 개인정보 보호 강화를 위한 수사 권한 확대 요구에는 공감하면서도, 조직 구성과 공권력 행사 주체는 원칙에 맞게 재정비해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관련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수사 권한과 조직 체계 개편을 동시에 다루는 보다 큰 틀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로도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말미에 "고민을 좀 해야 할 사항 같다"며 "나중에 별도 보고에서 깊은 얘기를 하자"고 주문했다. 제도 도입 방향에 공감대를 형성하되, 국회 입법과 행정부 조직 운영, 공권력 원칙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정부는 후속 검토를 거쳐 한국인터넷진흥원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대한 특별사법경찰권 도입 여부와 방식, 필요 시 조직·인력 개편 방안까지 함께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관계 부처 보고와 법률 검토를 토대로 다음 회기에서 관련 제도 개선안을 본격 논의에 부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