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위암 미세병변 찾는다…아이넥스, 진단보조 허가로 내시경 혁신
인공지능 기반 위내시경 진단보조 기술이 의료 현장의 ‘두 번째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의료 인공지능 기업 아이넥스코퍼레이션이 개발한 위내시경용 소프트웨어 에나드 캐드 지엑스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3등급 의료기기 허가를 받으면서다. 위암과 전암성 병변을 내시경 영상에서 실시간 분석해 의료진의 판단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위내시경 검사 품질을 끌어올리고 진단 표준화 흐름을 가속할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국내 위암 진단 AI 상용화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아이넥스코퍼레이션은 인공지능 기반 위내시경 진단보조 소프트웨어 에나드 캐드 지엑스 ENAD CADGx 01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 3등급 품목허가를 획득했다고 19일 밝혔다. 3등급은 인체에 미치는 잠재적 위해도가 상당한 의료기기에 부여되는 등급으로, 안전성과 성능에 대한 검증 수준이 높은 편에 속한다. 회사 측은 이번 인허가를 통해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을 포함한 실사용 환경 도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에나드 캐드지엑스는 위내시경 영상에서 이상 부위를 실시간으로 검출하고 병변 유형과 가능성을 동시에 제시하는 진단보조 소프트웨어다. 내시경 카메라가 위 점막을 비추는 순간 영상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진행성 위암, 조기 위암, 위선종, 비종양성 병변, 장상피화생 등 다양한 병변을 후보로 제시하고, 유형별 확률과 가장 가능성이 높은 진단 추정을 즉시 화면에 띄운다. 의료진은 해당 정보를 참고해 조직검사 여부, 시술 필요성, 추적 관찰 간격 등을 결정할 수 있다.
핵심은 고품질 위내시경 데이터셋을 기반으로 한 딥러닝 분석 기술이다. 위내시경 영상은 해부학적 구조가 복잡하고 점막의 색조와 질감 변화가 미세해, 같은 병변이라도 촬영 각도와 내시경 기종, 환자 상태에 따라 양상이 크게 달라진다. 아이넥스는 이질적인 영상 데이터를 대규모로 수집해 전처리한 뒤, 병변 분류용 합성곱 신경망과 병변 위치 검출용 객체 인식 모델을 결합한 구조로 학습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기존 육안 판독만으로는 놓치기 쉬운 수 밀리미터 단위 미세 병변까지 검출 민감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위내시경 검사 정확도는 검사자의 숙련도와 당일 컨디션, 검사 시간 압박 등 변수에 크게 좌우된다. 동일한 환자의 동일 부위를 촬영하더라도 경험이 많은 내시경 전문의와 일반 의사 간 발견율 차이가 발생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특히 조기 위암이나 장상피화생처럼 전암성 병변은 점막 표면의 색이 약간 옅어지거나 주름 패턴이 미묘하게 바뀌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에나드 캐드지엑스는 이러한 패턴을 통계적으로 학습해 영상 한 프레임 단위까지 분석하고, 의사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의심 구역’을 시각적으로 강조함으로써 판독 편차를 줄이는 방식이다.
아이넥스는 에나드 캐드지엑스를 위내시경 검사 품질의 표준화 도구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대형병원뿐 아니라 지역 병원과 검진센터 등 다양한 수준의 기관에서 동일한 기준으로 위암 고위험군을 선별하는 데 쓰이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국내는 건강검진을 통한 위내시경 시행 비율이 높고 위암 발병률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 조기 진단과 과잉 내시경 재검사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도구에 대한 수요가 큰 시장으로 꼽힌다. 환자 입장에서는 검사자의 개인 역량에 따른 운의 요소를 줄이고, 객관적 근거에 기반한 진단 의견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위내시경 AI를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된 상태다. 일본과 유럽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조기 위암과 용종을 검출하는 AI 보조 내시경 시스템이 시범 도입됐고, 미국에서도 식도와 대장 영역을 중심으로 컴퓨터 보조 진단 소프트웨어 사용 사례가 늘고 있다. 다만 위암 유병률과 내시경 문화, 인종별 점막 특성은 국가마다 차이가 있어 한국형 데이터로 학습된 국내 솔루션은 아시아권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특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항재 아이넥스 대표는 에나드 캐드지엑스를 의료진에게 제공되는 ‘제2의 소견’이라고 정의했다. 제2의 소견은 환자 진단 과정에서 첫 번째 진단 결과를 보완하기 위해 제3의 의사나 기관이 제공하는 추가 의견을 의미한다. 그는 AI가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전암성 병변까지 정밀 분석해 임상의에게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함으로써 실제 의사결정 과정에 바로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과제는 규제와 임상 근거 축적이다. 의료기기 3등급 허가를 받은 만큼, 국내 병원에서의 사용은 제도적으로 길이 열린 셈이지만, 보험 수가 적용 여부와 책임 소재, 판독 오류 발생 시 법적 쟁점 등은 추가 논의가 필요한 대목으로 남아 있다. 글로벌 인허가의 경우 미국 식품의약국과 유럽 규제기관의 인공지능 의료기기 심사 가이드라인을 충족해야 하며, 다국적 임상 시험을 통한 성능 검증도 요구될 가능성이 크다.
아이넥스는 국내외 주요 의료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해외 인허가 확대에 나서 위암 진단 분야에서 에나드의 입지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의료계에서는 충분한 임상 데이터를 전제로 할 때, AI 보조 위내시경이 검사자 간 진단 격차를 줄이고 조기 위암 발견률을 끌어올릴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진료 현장에서 어느 속도로 안착할지, 그리고 AI 진단보조가 내시경 검사 프로토콜의 일부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