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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회의 합법 외관 작출” 쟁점된 한덕수 재판…윤석열 위증 혐의 내달 첫 재판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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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의혹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전직 대통령에게까지 번졌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추가 기소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위증 사건 첫 재판이 다음 달로 잡히면서 정치권과 사법부가 다시 긴장 국면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2부 류경진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의 위증 혐의 사건 첫 공판준비기일을 내달 13일로 지정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공판에 앞서 검찰과 피고인 측의 입장을 듣고 쟁점과 증거 계획을 정리하는 절차로, 피고인이 반드시 출석할 필요는 없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이보다 앞선 4일 윤 전 대통령을 형법상 위증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혐의는 지난달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 재판에서 국무회의 관련 진술을 허위로 했다는 것이다.  

 

당시 재판에서 특검 측은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과 관련해 "합법적 외관을 갖추기 위해 국무회의를 소집하자"고 윤 전 대통령에게 건의했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이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이 외관을 갖추려고 온 인형도 아니고, 너무 의사가 반영된 질문 아니냐"고 맞받아쳤다. 사실상 국무회의가 형식적 절차에 불과했다는 취지의 질문 자체를 부정한 셈이다.  

 

그러나 특검팀 판단은 정반대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애초 국무회의를 열 계획이 없었다가, 한 전 총리의 제안을 계기로 뒤늦게 국무회의를 소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은석 특검팀은 "합법 외관 작출을 위한 국무회의 개최 건의가 실제로 있었음에도 윤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이를 부인했다"는 취지로 보고 해당 증언을 허위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분이 향후 공판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검팀은 동일 사건 수사 과정에서 방송 자막 삭제 의혹을 받는 이은우 전 한국정책방송원 KTV 원장도 추가 기소했다. 이 전 원장 사건의 첫 공판준비기일은 내달 22일 같은 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 전 원장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정치인들이 방송에서 "계엄이 불법·위헌이다"라고 발언한 내용을 다룬 프로그램 자막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은 이 전 원장이 책임자로서 편집 현장에 개입해 비판적 내용을 지우도록 압박함으로써 직권을 남용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보고 있다. 혐의는 형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적용됐다.  

 

정치권에서는 조은석 특검 수사가 윤 전 대통령을 겨냥한 위증 사건으로까지 확장되자 긴장감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 기소가 추가로 이뤄진 데 대해 "야권 성향 특검의 정치적 행보"라는 비판이 흘러나오고 있다. 반면 야권은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된 헌정 질서 파괴 의혹의 실체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특검 수사 확대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흐름이다.  

 

법조계에서는 공판준비기일에서 국무회의 개최 경위와 당시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 내부 보고 라인, 문건 작성 과정이 본격적으로 정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특검이 확보한 관련 회의록과 내부 보고 문건, 관계자 진술이 윤 전 대통령의 기존 증언과 어떻게 충돌하는지가 위증 여부를 판단할 관건으로 꼽힌다.  

 

한편 특검은 위증 사건과 별개로 12·3 비상계엄 선포 전후 국가안전보장회의 NSC 논의 과정, 군 지휘부 보고 체계, 언론·방송 통제 시도 여부 등 남은 쟁점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조은석 특검팀은 관련 수사를 토대로 추가 관련자 기소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은우 전 원장 사건이 나란히 공판준비 단계에 들어가면, 비상계엄 의혹을 둘러싼 법정 다툼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회와 정치권은 특검 수사 경과와 재판 진행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며 향후 책임 규명과 제도 보완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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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조은석특검#한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