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신·필러 패키지 수출”…메디톡스, 중동 10개국 독점공급 확대
미용의료용 톡신과 필러가 결합된 패키지 수출 전략이 중동 미용·성형 시장의 구도를 바꾸고 있다. 바이오제약기업 메디톡스가 계열사 뉴메코와 함께 중동 대형 유통사 아미코 그룹과 독점 공급 계약을 맺고, 필러와 보툴리눔 톡신을 동시에 공급하는 체계를 구축하면서다. 업계는 고성장 중인 중동 안티에이징 시장에서 한국산 미용의료 제품의 영향력이 한층 커지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메디톡스와 뉴메코는 29일 중동 파트너사 아미코 그룹과 히알루론산 필러 뉴라미스, 차세대 보툴리눔 톡신 제제 뉴럭스의 공급 계약을 각각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기간은 3년이며, 최소 구매수량을 명시해 물량을 보장하는 구조다. 구체적인 금액 조건은 양사 합의로 비공개다.

계약에 따라 메디톡스는 기존에 진출해 있던 사우디아라비아를 넘어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이집트, 이라크, 카타르, 오만, 레바논, 바레인, 시리아 등 중동 10개국에서 뉴라미스와 뉴럭스를 독점 공급하게 된다. 최근 3년간 중동 지역에서 메디톡스의 수출액은 연평균 34퍼센트 성장했다. 회사는 이번 계약으로 해당 시장에서 추가 물량을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강조한다.
뉴라미스는 히알루론산을 기반으로 한 필러 제품으로, 주름 개선과 볼륨 형성 등 안티에이징 시술에 사용된다. 히알루론산은 인체 피부에 존재하는 성분으로 수분을 끌어당기는 성질이 있어, 안전성과 시술 후 자연스러운 볼륨감이 강점으로 꼽힌다. 뉴럭스는 뉴메코가 개발한 보툴리눔 톡신 제제로, 근육 수축을 일시적으로 차단해 미간주름, 눈가주름 등 표정 주름을 완화하는 데 활용된다. 두 제품을 함께 공급하면 의사와 환자 입장에서는 부위별 맞춤 시술 조합을 구성하기 용이해져 시술 효율이 높아진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특히 이번 계약은 단일 국가가 아닌 지역 단위 독점 공급 구조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중동은 국가별로 규제와 유통망이 다르고 시장 성숙도도 차이가 크다. 현지 네트워크를 보유한 유통사와의 장기 계약은 허가와 마케팅, 사후관리 등 전 과정에서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메디톡스는 아미코가 확보한 병원과 클리닉 네트워크를 활용해 프리미엄 미용의료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아미코는 40여 년간 중동 전역에서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공급해 온 유통사다. 단순 제품 판매를 넘어 현지 마케팅 솔루션, 제품 교육, 시술 트레이닝까지 묶은 패키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사는 2020년 메디톡신이 국내 보툴리눔 톡신 가운데 처음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시장에 진입할 때부터 협력해 왔다. 당시 경험이 뉴럭스와 뉴라미스의 추가 진출에도 레퍼런스로 작용해, 이번 다국가 독점 계약으로 이어진 셈이다.
중동 미용의료 시장은 고소득 인구 증가, 미용 시술에 대한 문화적 수용 확대, 의료관광 수요가 맞물리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는 미용성형 인프라가 집중된 핵심 시장으로, 유럽과 한국, 미국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필러와 톡신 시장에서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꼽히는 미국과 유럽 업체들은 브랜드 인지도와 장기간 임상 데이터를 강점으로 앞세운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과 제품 포트폴리오 다양성, 빠른 제품 업데이트 속도에서 차별화를 시도하는 구조다.
메디톡스는 중동뿐 아니라 미주와 중국 등 주요 지역에서도 파트너십을 확대하며 글로벌 공급망을 정비하는 중이다. 지난해에는 브라질 제약사 블라우와 5년간 총 7천3백만 달러 규모의 보툴리눔 톡신 공급 계약을 체결해 남미 시장 교두보를 마련했다. 중국에서는 현지 유통사 해남스터우와 뉴라미스와 뉴럭스의 총판 계약을 맺고 뉴라미스의 현지 품목 등록과 뉴럭스 임상 3상을 추진 중이다. 중동 계약까지 더해지며 톡신과 필러를 묶은 포트폴리오 수출 전략이 여러 권역에서 동시에 전개되는 양상이다.
보툴리눔 톡신과 히알루론산 필러는 의료기술 관점에서는 상대적으로 성숙한 분야지만, 규제와 시장 환경에 따라 성장 여지는 여전히 크다. 각국 보건당국 허가 절차, 시술자 교육 체계, 부작용 보고 시스템이 상이해 기업 입장에서는 국가별 맞춤 전략이 필수다. 중동 일부 국가는 미용성형 수요가 급증하는 속도에 비해 제도 정비가 뒤따르지 못해 불법 시술이나 비허가 제품 유통 우려도 존재한다. 메디톡스가 오랜 기간 파트너십을 구축한 아미코와 손잡고 정품 유통과 교육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이런 위험 요인을 관리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이번 계약에 대해 오랜 신뢰를 쌓아 온 아미코와 협업을 강화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동 시장 특성에 맞는 현지화 마케팅과 단계적 확장 전략을 통해 공격적으로 입지를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메디톡스가 중동에서 구축하는 독점 공급 구조가 향후 다른 신제품 출시와 적응증 확대 시에도 활용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세계적으로 안티에이징과 미용의료 수요가 지속 확대되는 가운데, 국산 톡신과 필러의 글로벌 행보는 기술력뿐 아니라 규제 대응력과 파트너십 전략까지 종합 경쟁력을 시험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산업계는 메디톡스와 같은 국내 기업의 수출 모델이 실제 시장에 안착해 안정적인 레퍼런스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