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사외이사 결격사유 확인”…KT, 이사회 투명성 시험대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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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이사회 지배구조에 균열 요인이 발생했다. KT가 사외이사 자격 결격사유를 공식 확인하고 현직 사외이사의 직 상실을 공시하면서, 통신 업계 전반의 이사회 투명성과 사외이사 자격 검증 체계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사외이사는 대기업 지배구조에서 경영 견제와 감시 역할을 맡는 핵심 축으로, 최근 수년간 통신·플랫폼 업계에서 데이터 사업 확대와 대규모 투자 의사결정이 이어지며 그 중요성이 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이 단순 인사 이슈를 넘어, 향후 사외이사 선임 기준과 검증 관행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KT는 17일 공시를 통해 조승아 사외이사에 대한 결격사유가 확인됐으며, 이에 따라 사외이사 직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정식 공시를 통해 직 상실 사실을 공개했으며, 해당 이사는 즉시 퇴임 처리됐다. 구체적인 결격 사유 내용은 공시 상에서 상세히 제시되지 않았지만, 상법과 관련 감독 규정에서 정한 사외이사 자격 요건에 위배되는 사안이 확인된 것으로 풀이된다. 상법상 사외이사는 회사와의 이해관계 제한, 일정 기간 내 임직원 경력 제한, 형사처벌 여부 등 여러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특히 통신·IT 기업의 사외이사는 통신 인프라 투자, 데이터 센터 구축, 클라우드와 AI, 디지털 헬스케어 등 신사업 추진과 관련된 대규모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사외이사가 기업과의 거래 관계나 이해충돌 요인이 있거나, 자격상 제한 사유가 발생할 경우 이사회 의사결정의 독립성과 신뢰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번 KT의 결정은 이러한 리스크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국내 통신 3사는 최근 5G 고도화, AI 인프라 구축, 데이터 비즈니스 확대 등 IT·바이오 융합 영역으로 사업을 넓히며 대규모 투자와 함께 인수합병, 전략적 지분 투자 등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외이사는 단순한 형식적 이사가 아니라, 기술 투자 타당성 검증과 위험 관리, 데이터·개인정보 관련 규제 준수 여부 점검 등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사외이사 자격에 흠결이 드러날 경우, 투자자와 시장은 향후 이사회가 내릴 주요 기술·사업 의사결정에 대해서도 신뢰도 저하 우려를 가질 수 있다.  

 

글로벌 통신·빅테크 기업들 역시 이사회 구성과 사외이사 독립성 논란을 겪어 왔다.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는 데이터 규제와 AI 윤리, 디지털 헬스케어 등 신사업이 늘어나면서 기술 이해도가 높은 사외이사를 영입하는 동시에, 이해상충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여전히 대주주·경영진과의 인연, 관료 출신 여부 등이 사외이사 인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KT의 이번 공시는 이런 논란 속에서 제도상 요건 위반이 발생했을 때 신속히 직 상실을 진행하고 시장에 알렸다는 점에서, 향후 통신업계의 지배구조 관리 관행에도 적잖은 압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다른 통신·IT 기업들 역시 사외이사 후보 사전 검증 절차를 강화하고, 정기적인 자격 재점검 체계를 도입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신과 IT·바이오 융합 산업이 고도화될수록, 이사회가 기술과 규제, 윤리와 투자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 한 지배구조 전문가는 사외이사 결격 사유가 뒤늦게 드러나는 상황 자체가 이사회 검증 시스템의 허점을 보여준다며, 기술 이해도와 독립성을 갖춘 인물을 얼마나 투명하게 선임하느냐가 향후 기업가치와 직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KT의 이번 조치가 단발성 인사 이슈로 끝날지, 통신업계 전반의 지배구조 개편 신호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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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조승아#사외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