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윤리 퀴즈로 AI까지 묻다…초등생 2000명 겨뤄 윤리감각 확인
인공지능과 디지털 플랫폼 사용이 일상이 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개인정보 보호와 사이버폭력 예방, 생성형 AI 윤리 등을 겨루는 전국 규모 퀴즈대회가 열렸다. 디지털 환경에 먼저 적응한 세대가 동시에 가장 취약한 이용자라는 점에서, 이번 대회는 단순한 상식 경연을 넘어 미래 이용자 보호 체계를 가늠하는 시험대로 평가된다. 업계와 정책 당국은 조기 디지털윤리 교육이 향후 AI·데이터 산업 신뢰 기반을 좌우할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6일 2025 디지털윤리 골든벨 왕중왕전을 개최하고 최종 우승자로 글빛초등학교 6학년 오정안 학생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2023년 시작된 이 대회는 올해 3회째로, 참가 규모와 문제 범위가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올해는 5월부터 9월까지 전국 17개 시도에서 초등학교 4∼6학년 2274명이 예선에 참여했고, 이 가운데 상위 51명이 본선 무대에서 왕중왕 타이틀을 놓고 경쟁했다.

대회 문제는 디지털 콘텐츠 활용 방법, 개인정보 보호 원칙, 사이버폭력 대응법, 생성형 인공지능 사용 시 주의사항, 딥페이크 영상 판별과 신고 절차 등으로 구성됐다. 단순 용어 암기보다는 실제 메신저 대화, SNS 게시글, AI 이미지 생성 화면 등 상황형 문제를 통해 학생이 구체적 행동 기준을 선택하도록 설계된 점이 특징이다. 특히 올해는 생성형 AI가 만든 허위 정보와 합성 영상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저작권 존중과 초상권 침해, 허위조작정보 유통에 대한 윤리적 판단을 묻는 문항 비중이 커졌다.
최종 우승을 차지한 오정안 학생은 대회 직후 인터뷰에서 골든벨 준비 과정에서 디지털윤리가 왜 중요한지 체감하게 됐다고 말하며, 학교로 돌아가 친구들과 함께 실천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삼각초등학교 6학년 양하원, 이도현 학생은 우수상을 받았다. 단상을 채운 수상자 다수가 6학년 고학년이라는 점은, 실제 온라인 서비스 활용도가 높은 연령대에서 윤리 교육 수요가 크다는 점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디지털윤리 골든벨은 단발성 캠페인이 아니라 교사 연수와 학교별 사전 수업을 연계한 프로그램으로 운영된 것이 특징이다. 전국 각 시도 교육청은 정보수업 시간과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대회 기출 유형을 바탕으로 개인정보 최소 수집 원칙, 채팅 앱에서의 욕설 차단 설정, 유해 콘텐츠 차단 기술 등을 함께 학습하도록 안내했다. 학생 입장에서는 대회를 계기로 자신이 매일 사용하는 동영상 플랫폼, 메신저, 게임 내 채팅 기능의 위험 요소를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대회가 다룬 생성형 AI와 딥페이크 윤리 영역은 산업적 시각에서도 핵심 이슈로 꼽힌다. 대형 언어모델과 이미지 생성 모델의 확산으로 초등학생도 몇 줄의 문장만 입력하면 손쉽게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게 됐지만, 그만큼 타인의 개인정보나 초상, 민감한 내용을 무단 활용할 여지도 커졌다. 전문가들은 실제 온라인 환경에서 완벽한 기술적 차단이 어렵기 때문에, 이용자 스스로가 허위 조작 여부를 의심하고 신고하는 감수성을 기르는 교육이 필수라고 지적한다.
글로벌 차원에서도 청소년 대상 디지털 시민성 교육은 강화되는 흐름이다. 유럽연합은 AI법과 디지털서비스법 논의 과정에서 플랫폼의 청소년 보호 의무를 강조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초등 교과 과정에 미디어 리터러시와 알고리즘 이해 과목을 편성했다. 국내에서는 디지털윤리 골든벨과 같은 참여형 프로그램이 정규 교과와 연동되는 방식으로 확산될 경우, 플랫폼 사업자와 교육기관, 규제기관 간 협력 모델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책 측면에서 대회 주관 기관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청소년 이용자 보호와 디지털 플랫폼 책임을 담당하는 핵심 규제 기관이다. 신영규 방송통신이용자정책국장은 디지털매체에 익숙한 초등학생이 유해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조기 교육이 중요하다며, 청소년이 유해 환경에 노출되지 않고 안전한 디지털 세상을 누리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향후 이용자 보호 가이드라인과 청소년 보호 규정 정비 과정에서 실제 교육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업계에서는 초등 시기부터 개인정보와 AI 윤리에 대한 기본 원칙을 체득한 세대가 성장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플랫폼 서비스와 인공지능 기술 전반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기반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다만 교과 과정 과밀과 교사 인력 부족, 지역별 격차 등 해소 과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산업계와 교육계, 규제 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디지털윤리 교육 생태계가 자리 잡을 수 있을지, 향후 제도 설계와 예산 지원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프로그램이 일회성 행사에서 나아가 일상 교육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