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ESS 수주전 재점화…삼성SDI, 실적 쇼크에도 저평가 매력 부각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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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의 주가가 3분기 실적 쇼크 여파 속에서도 에너지저장장치 수주 기대감과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되며 30만 원 선을 지키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이차전지 업황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정부 주도의 ESS 입찰 결과가 향후 실적과 주가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며 투자자들의 눈길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수급 안정과 ESS 수주 성과, 중기적으로 전기차 수요 회복 시점이 삼성SDI 주가의 방향성을 좌우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2일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장중 기준 삼성SDI 주가는 302,000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1.00% 상승 중이다. 최근 한 달간 주가는 3분기 부진한 실적 발표 직후 약세를 이어가다 30만 원 선을 중심으로 바닥을 다지는 양상이다. 이날 장중 저가 297,500원에서 반등해 시가 300,500원을 상회하는 양봉을 형성하며 단기 저점 확보를 시도하는 흐름이다. 주가는 52주 최저가 157,700원보다는 여유가 있으나 52주 최고가 354,500원 대비로는 상당폭 조정을 받은 상태다.

[특징주 분석] ESS 수주 경쟁 재점화… 삼성SDI 이차전지주 산업 포지션 재정립
[특징주 분석] ESS 수주 경쟁 재점화… 삼성SDI 이차전지주 산업 포지션 재정립

6개월 기준으로는 하락세가 여전히 우세하나, 현재 구간은 주요 이동평균선 저항을 소화하며 반등 모멘텀을 탐색하는 국면으로 평가된다. 시장에서는 실적 쇼크에 따른 실망 매물과 ESS 수주 기대감이 맞부딪치며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전기차 수요 둔화가 실적을 제약하는 가운데, 새로운 성장 동력에 대한 가시성이 주가 재평가의 조건으로 꼽힌다.

 

이번 주가 흐름을 결정지은 직접적인 요인은 3분기 대규모 적자 전환과 정부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 참여 이슈다. 삼성SDI는 3분기 영업손실 5,913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이 6,013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를 유지한 것과 대비되며 수익성 방어력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전기차 캐즘으로 불리는 수요 공백이 배터리 출하량과 단가에 동시 압박을 주며 실적에 직격탄을 날린 영향이 크다는 평가다.

 

다만 정부가 추진 중인 제2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에 삼성SDI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업황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수주 파이프라인에 대한 기대도 확대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입찰이 향후 수년간의 대규모 ESS 공급 물량을 좌우하는 이벤트인 만큼, 입찰 결과에 따라 삼성SDI의 실적 반등 속도와 산업 내 입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수급 측면에서 외국인과 기관의 포지션은 엇갈리고 있다. 최근 1주일 동안 외국인은 11월 28일 하루에만 약 12만 주를 순매도하는 등 매도 우위를 이어가며 주가 상단을 제한했다. 반면 기관은 11월 26일 약 8만 주 순매수를 기점으로 12월 1일에도 2만4,000여 주를 추가 매수하며 저가 매수세를 유입시키고 있다. 이 기간 외국인 매도 강도가 다소 누그러지고 기관의 매수 기조가 유지될 경우, 수급 안정이 주가 반등의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삼성SDI는 코스피 시가총액 기준 28위로, 코스피·코스닥을 통틀어 2차전지 섹터 최상위권에 속한다. 상장주식수는 약 8,058만 주, 시가총액은 약 24조 3,368억 원 수준으로, 이차전지 대형주 중에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외국인 지분율은 24.24%로 LG에너지솔루션 4.67%, 에코프로비엠 12.64%와 비교해 현저히 높은 편이다. 그만큼 외국인 수급 변화에 따른 주가 민감도가 큰 종목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전기차 수요·금리·환율 등 대외 변수의 향배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밸류에이션과 재무 건전성은 서로 다른 시그널을 보여준다. 삼성SDI의 PBR은 0.84배 수준으로, 장부상 순자산가치에도 못 미치는 역사적 저평가 구간에 머물러 있다. 부채비율은 80%대, 유보율은 4,900%를 상회해 재무 체력 자체는 업계 상위권으로 평가된다. 다만 2024년 12월 결산 기준 예상 영업이익률이 2%대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며, 수익성 훼손 우려가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증권가 컨센서스는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368,900원 수준으로 제시되고 있다. 현 주가와의 괴리를 감안하면 중장기 상승 여력은 존재하나, 실적 가시성 회복과 신규 수주 성과가 확인되지 않는 한 괴리율 축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최근 분기 영업이익률 악화가 뚜렷한 만큼, 향후 분기 실적 발표 때마다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3분기 실적 쇼크 이후 삼성SDI는 경영 기조 손질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정기 임원 인사 규모를 대폭 축소하며 비용 절감과 조직 효율화를 추진 중이다. 동시에 기술 중심 인재를 전진 배치해 배터리 슈퍼사이클에 대비하겠다는 중장기 전략을 재확인했다.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이어가면서, 단기 비용 부담을 감내하더라도 기술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산업 차원에서는 ESS 시장이 삼성SDI 주가 반등의 트리거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 추진 제2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은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경쟁사와의 수주전이 치열해지는 국면이다. 삼성SDI는 배터리 안전성과 공급망 국산화를 강점으로 내세우며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린다. 전기차 배터리 부문의 부진을 일부 상쇄할 수 있는 신규 매출원이라는 점에서, ESS 수주 성과는 향후 실적과 주가 리레이팅의 핵심 조건으로 거론된다.

 

글로벌 전략도 주가 변동성을 조절하는 요소로 평가된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을 통해 북미 생산 거점을 구축 중이며, BMW·리비안 등 주요 완성차 업체와의 파트너십도 유효하다. 미국과 유럽에서의 규제 환경 변화와 보조금 정책이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글로벌 고객 다변화와 현지 생산 체계는 장기적으로 매출 기반을 안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차세대 배터리 기술 경쟁도 변수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등 고에너지밀도·고안전성 제품 개발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차세대 배터리 상용화 시점이 이차전지 업황의 2차 상승 사이클을 촉발할 요인으로 보고 있는 만큼, 해당 분야 기술력 확보 여부에 따라 향후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이 갈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ESG 측면에서는 최근 삼성그룹 차원의 연말 성금 기탁 등 사회공헌 활동이 전해졌지만,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의 관심은 ESG 이미지 제고보다는 수익성 정상화와 글로벌 전기차 수요 회복 신호에 집중돼 있다. 특히 내년도 실적 전망치가 보수적으로 조정되는 상황에서, 분기별 실적 턴어라운드 확인 전까지는 ESG 뉴스가 주가를 견인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뉴스·테마 측면에서 삼성SDI는 이차전지, ESS, 전고체 배터리 테마의 대표 종목으로 분류된다. 최근 한 달 동안 3분기 실적 쇼크가 테마 전반의 약세를 촉발했으나, ESS 입찰 참여 소식 이후 테마 내 순환매 과정에서 반등의 불씨를 되살리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ESS 관련 구체적 수주 실적이 가시화될 경우, 이차전지·ESS 테마 강세 국면에서 삼성SDI가 주도주 역할을 할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동일 업종과 비교하면 삼성SDI의 PBR 0.84배는 분명한 저평가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최근 분기 영업이익률 악화와 적자 전환은 약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이익 방어력을 입증한 것과 달리, 삼성SDI는 수익성 변동 폭이 커진 상태다. 이는 업황 회복 시 탄력적인 주가 반등을 가능하게 할 수 있지만, 동시에 실적 확인 심리를 자극해 상승 속도를 늦출 잠재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투자 전략 측면에서 단기적으로는 30만 원 초반대 지지력 확인 여부가 중요하다. 시장에서는 약 29만 원 선을 강한 지지 구간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해당 라인이 유지될 경우 단기 반등 시도가 이어질 여지가 있다고 본다. 앞으로 1개월 내 기관 중심의 수급 개선이 확인되면 1차 저항선 돌파 시도가 나타날 수 있지만, 외국인 매도세가 재차 강화될 경우 보수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중기적으로는 ESS 수주 실적과 전기차 캐즘 해소 시점이 주가 레벨업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된다.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하향 조정되고 있는 만큼, 실적 눈높이 조정 과정에서 변동성이 재차 확대될 가능성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원자재 가격, 환율, 글로벌 전기차 보조금 정책 변화 등 외부 변수도 투자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단기 테마성 매매보다는 분기별 실적 회복 경로와 ESS·전고체 배터리 등 신규 성장 동력의 가시성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향후 글로벌 전기차 수요와 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 속도가 맞물리면서 이차전지 업황이 다시 회복세를 탈 경우, 삼성SDI의 저평가 해소 속도 역시 이에 연동될 것으로 관측된다. 향후 정책 방향과 수요 지표 흐름에 따라 이차전지 산업 내 판도 재편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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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lg에너지솔루션#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