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프리미엄이 디스카운트로”…미국 아메리칸비트코인 폭락, 연계 코인·관련주 동반 추락
현지시각 기준 2일, 미국(USA) 뉴욕 나스닥 시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비트코인 채굴·비축 기업 아메리칸비트코인 주가가 40%에 가까운 폭락을 기록했다. 트럼프 일가의 이름값을 앞세운 가상자산·관련주 전반이 동반 약세를 보이면서, 이른바 ‘트럼프 프리미엄’이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글로벌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아메리칸비트코인 주가는 2일 나스닥에서 전 거래일 대비 38.8% 떨어진 2.19달러로 장을 마쳤다. 현지시각 기준 개장 직후부터 23% 급락한 가격에 출발한 뒤 불과 30분 만에 낙폭이 52%까지 확대되는 등 장중 극심한 변동성이 나타났다. 폭락 여파로 시가총액은 약 20억달러 수준으로 줄어, 상장 초기 시장 기대치 대비 크게 후퇴했다.

아메리칸비트코인 종가는 9월 3일 나스닥 우회 상장 첫날 종가 8.04달러와 비교해 73% 낮은 수준이다. 불과 두 달여 만에 주가가 4분의 1 이하로 줄어든 셈이다. 회사는 9월 3일 나스닥 상장사 그리폰 디지털 마이닝과의 합병을 통해 우회 상장했으며, 당시 트럼프 일가 참여로 급등세를 타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회사 측은 이번 주가 급락의 배경으로 합병 이전 사모 방식으로 발행됐던 주식의 의무 보유 기간 해제를 지목했다. 아메리칸비트코인은 배포한 자료에서 “합병 전 사모 발행 주식이 시장에 풀리면서 일부 투자자가 차익 실현에 나섰고, 이로 인해 단기적인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조치는 신규 상장 기업에서 자주 나타나는 ‘락업 해제’ 충격이 트럼프 일가 보유 지분과 맞물리며 시장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차남이자 아메리칸비트코인 공동 창업자이자 전략 책임자인 에릭 트럼프는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진화에 나섰다. 그는 “내 보유 지분에는 전혀 변동이 없다”며 자신의 아메리칸비트코인 주식을 모두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비트코인 채굴 산업을 선도하는 데 100% 헌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장기 투자 의지를 부각했다.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 에릭 트럼프는 아메리칸비트코인 지분 약 20%를 보유한 주요 주주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지난 3월 말 캐나다 기반 가상자산 인프라 기업 헛에이트(HUT 8)의 비트코인 채굴 부문을 인수·합병해 아메리칸비트코인을 출범시켰다. 트럼프 일가가 주도한 비트코인 채굴·비축 사업의 상징적 프로젝트로 평가되며, 정치적 후광을 얻는 ‘트럼프 테마’ 자산으로 분류돼 왔다.
아메리칸비트코인은 3분기 실적으로 매출 6천420만달러, 순이익 350만달러를 기록했다. 회사 측은 비트코인 가격 조정 국면에서도 흑자를 유지하며 사업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그럼에도 시장은 실적보다 유동성 확대 가능성과 정치적 리스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최근 두 달 동안 비트코인 가격이 약 25% 하락하는 등 가상자산 시장 전반이 조정을 겪고 있으나, 트럼프 일가와 연계된 프로젝트의 하락 폭은 이를 크게 웃돌고 있다. 트럼프 가족이 소유한 가상자산 운용사 월드리버티파이낸셜(WLF)이 발행한 토큰 WLFI 가격은 9월 초 형성된 고점 대비 51% 떨어졌다. 트럼프 가족은 장부가 기준 60억달러 규모 WLFI 토큰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져, 평가손실 압박이 상당한 상황이다.
월드리버티파이낸셜은 지난 8월 상장 가상자산 기업 알트5시그마에 일부 WLFI 토큰을 현금화했다. 당시 WLFI 일부를 넘기는 대가로 7억5천만달러의 현금과 알트5시그마 지분을 확보했다. 그러나 WLFI와 연계된 알트5시그마 주가도 거래 이후 약 75% 급락해, 트럼프 일가 관련 가상자산 가치 하락 압력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취임 직전에 발행했던 밈코인인 트럼프 코인($TRUMP)과 멜라니아 코인($MELANIA)도 큰 폭의 조정을 겪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 데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코인은 올해 1월 기록한 최고가 대비 약 90% 하락했다. 같은 기간 멜라니아 코인 낙폭은 약 99%에 달해, 고점 대비 가치가 사실상 대부분 증발한 상태다.
국제 금융·가상자산 시장을 주시해온 주요 매체들도 트럼프 일가 연계 자산의 급격한 가격 조정에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일가와의 연계성이 가상자산 가격에 프리미엄을 부여하는 요인처럼 작용했던 이전 분위기와 달리, 최근에는 이른바 ‘트럼프 프리미엄’이 ‘트럼프 디스카운트’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트럼프 이름값 약화로 가상화폐 시장을 지탱하던 핵심 기둥 가운데 하나가 흔들리고 있으며, 투기적 가상자산 시장뿐 아니라 트럼프 전 대통령 본인에 대한 신뢰도 짧은 기간에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일가의 정치적 영향력과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이 맞물리면서 가격이 과도하게 부풀려졌고, 최근 미국(USA) 정치 지형 변화와 규제 불확실성 확대가 ‘테마 프리미엄’ 조정을 불러왔다고 해석한다. 비트코인과 별개로 특정 정치인·유명인의 브랜드에 의존해 형성된 자산 가치는 변동성이 훨씬 크며, 시장 신뢰 변화에 따라 급등·급락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도 잇따른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유명 인사와의 연계를 앞세운 ‘밈 코인’·테마형 토큰 전반에 대한 재평가를 촉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규제 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경우, 정치인 연계 코인과 구조가 유사한 고위험 자산군이 함께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향후 정치 행보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가상자산 프로젝트에 대한 관여 수준을 조정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국제사회와 글로벌 투자자들은 트럼프 일가 브랜드에 의존해 성장했던 디지털 자산들이 어디까지 조정을 받을지, 그리고 이번 가격 급락이 투기적 가상자산 시장에 어떤 경고를 남길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