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을 민주화운동 기념일로”…더불어민주당, 12·3 계엄 사태 대응 입법 나섰다
민주주의를 둘러싼 정치권의 기억 싸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12·3 계엄 사태를 계기로 12월 3일을 민주화운동 기념일로 지정하자는 입법에 속도를 내면서 여야 충돌이 예견된다는 관측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12·3 계엄 사태 1년을 하루 앞둔 2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12월 3일을 민주화운동 기념일로 지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당 지도부 주도로 추진되던 입법 방침을 의원총회에서 공식 당론으로 굳힌 것이다.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총회에서 12월 3일을 민주화운동 기념일로 지정하는 법률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그는 구체적인 법안 명칭과 발의 시점 등에 대해 추가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는 전언이다.
이보다 앞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입법 취지를 강조했다. 그는 “국민이 지켜낸 민주주의를 국가의 이름으로 또렷이 새기겠다”며 “빛의 혁명을 공식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하고 12월 3일을 민주화운동 기념일로 지정하는 법률 개정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빛의 혁명은 12·3 계엄 사태 당시 시민과 언론, 국회, 군 내 일부 세력이 보인 저항을 묶어 지칭한 표현으로 여겨진다.
김 원내대표는 12·3 계엄 사태 당시 상황을 언급하며 정치적 의미 부각에 주력했다. 그는 “불과 1년 전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심장부가 무너질뻔한 벼랑 끝에 서 있었다”며 “그날 대한민국을 지켜낸 힘은 제도도 권력도 아니었다. 바로 주권자인 국민이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당시 대응 주체를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김 원내대표는 “불법 계엄과 내란의 위협에 맞서 언론은 침묵하지 않았고 양심 있는 군인들은 명령보다 헌법을 선택했다”며 “국회는 민주공화국을 지켜낸 마지막 방파제가 됐다”고 평가했다. 법률을 통한 기념일 제정이 헌정사 차원의 의미 부여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화운동 기념일 제정이 일회성 추모가 아니라 민주주의 수호 결단을 제도적으로 기록하는 작업이라고도 규정했다. 그는 “우발적 저항이 아니었고, 민주국가의 근본을 지켜내겠다는 국민적 결단이었다”며 “이제 국회가 그 의미를 제대로 완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화운동으로 공식 규정하고 국가 차원의 기념일로 지정하는 과정 자체가 입법부의 책무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더불어민주당이 당론 채택까지 마친 만큼 향후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 발의와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법안 내용에 따라 국가보훈부, 국가인권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의 협의와 재정 소요 검토도 필요해 절차 논의가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여야 간에는 12·3 계엄 사태에 대한 평가와 책임 소재를 두고 견해차가 적지 않아 향후 논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등 보수 야권이 기념일 제정 자체에는 공감하더라도 구체적인 명칭, 법률 체계상 위치, 기념행사 주체와 성격 등을 놓고 이견을 제기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은 헌정질서 파괴 시도를 제도적으로 단죄하고 재발 방지 메시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울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향후 법안 심사 과정에서 계엄 선포 책임과 대응 평가, 군 통수 체계 문제 등이 재소환되면서 정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일부에선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등 과거 사례처럼 일정한 사회적 합의를 축적해 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뒤따른다.
국회는 가까운 시일 안에 관련 법안을 발의한 뒤 상임위원회 논의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안 내용과 쟁점이 구체화되면 여야는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 수호를 둘러싸고 또 한 차례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이며, 국회는 다음 회기에서 민주화운동 기념일 지정 문제를 본격 논의에 올릴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