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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도 700만의 꿈을 산다”…연금복권 293회가 말해주는 소소한 ‘한 방’의 위로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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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연금복권’ 방송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이 늘었다. 예전엔 허황된 꿈이라고 여겨졌지만, 지금은 매달 들어올 수도 있는 작은 연금 같은 상상을 사는 일상이 됐다. 사는 건 잠깐이지만, 추첨까지 이어지는 일주일이 은근한 기대와 위로가 되는 식이다.

 

동행복권이 발표한 연금복권 720 293회차 1등 번호는 3조 6 5 0 3 2 1번이다. 여기에 당첨된 2명에게는 매달 700만원씩 20년 동안 연금처럼 돈이 들어온다. 세금 22%를 제하면 실제 손에 쥐는 금액은 월 546만원. 월급처럼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돈이 20년간 더해지는 셈이라, 당첨자 입장에선 인생의 리듬 자체가 바뀌는 순간이 된다.

연금복권 720 293회 당첨결과
연금복권 720 293회 당첨결과

1등 바로 아래인 2등은 ‘조’만 다르고 6자리 숫자가 같은 경우다. 이번 회차에서는 각조 6 5 0 3 2 1번이 2등 번호가 됐고, 8명이 여기에 이름을 올렸다. 2등에게는 매달 100만원씩 10년간 지급되며, 세금이 빠진 실수령액은 월 78만원이다. 생활비에서 한 항목이 통째로 사라질 수도 있고, 누구에게는 ‘나만을 위한 고정 용돈’이 될 수도 있는 크기다.

 

293회차 보너스 번호는 각조 5 1 0 2 3 8번으로 뽑혔다. 마찬가지로 월 100만원씩 10년간 받는 구조라 실수령액도 2등과 같은 월 78만원이다. 보너스 번호 당첨자는 10명. 공식 등수로는 2등보다 한 단계 아래처럼 보이지만, 당첨자에게는 ‘뜻밖의 인생 지원금’처럼 느껴지는 시간이다.

 

한 번에 받는 당첨금도 있다. 3등은 1등 번호의 뒷 5자리와 같은 5 0 3 2 1번으로, 86명에게 100만원이 돌아갔다. 4등은 뒷 4자리 0 3 2 1번으로 642명이 10만원을 받게 된다. 5등은 뒷 3자리 3 2 1번, 당첨금 5만원에 6,015명이 해당된다.

 

더 아래 등수는 숫자가 점점 단순해진다. 6등은 뒷 2자리 2 1번으로 5,000원, 7등은 끝자리 1번으로 1,000원이다. 길게 이어지는 연금은 아니지만, 무심코 지나가던 종이 한 장이 작은 간식값으로 돌아오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연금복권 720의 1등 번호 통계를 보면, 사람들이 즐겨 찾는 ‘행운 숫자’와는 조금 다른 흐름이 보인다. 조 단위로 가장 많이 뽑힌 숫자는 4로, 지금까지 67번이나 1등 조 번호를 차지했다. 그 다음이 1번 63회, 3번 57회, 5번 57회, 2번 49회 순서다. 이번 회차 1등 조 번호인 3은 지금까지 57번째로 1등 조 자리에 올랐다.

 

각 자리수별로 살펴보면, 일종의 숫자 지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십만 단위에선 4가 37회로 가장 자주 등장했고, 8이 36회, 1이 33회 뒤를 이었다. 만 단위에서는 4가 39회로 1위, 3이 37회, 7이 34회 순이다. 천 단위에서는 9가 34회, 7이 32회로 강세를 보였다. 백 단위의 경우 3이 35회로 가장 많고, 0과 2가 34회로 비슷하게 뒤따른다. 십 단위에선 5가 35회, 3과 7이 34회씩 등장했고, 일 단위에서는 6이 37회, 8이 36회로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확률의 세계에서 ‘자주 나온 숫자’가 앞으로도 유리하다는 보장은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런 통계를 한 번씩 훑어보며 다음 회차 번호를 고른다.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 자체가 작은 놀이가 되고, 그 과정을 통해 바쁜 하루 사이에 잠깐의 상상을 허락한다.

 

연금복권 720+의 1등 당첨 확률은 1/5,000,000이다. 로또 6/45의 당첨 확률 1/8,145,060보다 약 1.6배 높은 수준이다. 누군가에겐 여전히 까마득한 숫자지만, 이 차이만으로도 “그래도 연금복권이 조금은 더 가능성이 있다”고 느끼며 선택을 바꾸는 사람도 있다.

 

당첨금을 받는 과정도 생활 동선과 맞닿아 있다. 5만원 이하 당첨금은 동네 복권 판매점에서 바로 찾을 수 있고, 5만원을 넘기면 농협은행 지점으로 향해야 한다. 연금 형식으로 지급되는 당첨금은 동행복권의 당첨 확인을 거쳐 장기 지급이 시작된다. 지급 기한은 개시일로부터 1년. 그 기간 안에 찾지 않은 당첨금은 복권기금으로 들어가 다른 공익 사업의 재원이 된다.

 

연금복권 720+는 인쇄 복권 판매점에서 종이 복권으로 살 수 있고, 동행복권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 구매나 예약 구매도 가능하다. 화면을 눌러 숫자를 고르는 사람도 있고, 여전히 종이 한 장을 지갑 속에 넣어 다니며 ‘행운의 질감’을 느끼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다.

 

추첨은 매주 목요일 저녁, 정해진 시간에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어떤 이에게는 그 5분이 TV 앞에 모여 앉는 가족의 작은 의식이 되고, 또 다른 이에게는 혼자 조용히 확인해 보는 주간 루틴이 된다. 커뮤니티에는 “또 꽝이지만 다음 주도 산다”는 글과 함께 “5등이라도 돼서 치킨값 벌었다”는 소소한 인증이 함께 올라온다.

 

누구도 복권만으로 삶을 설계하진 못하지만, 한 장의 복권이 주는 감정은 생각보다 크다. 월급날보다 먼저 들어올지도 모르는 돈을 상상하는 잠깐의 시간, 숫자를 고르며 나만의 의미를 부여하는 작은 의식, 그리고 방송이 끝난 뒤에도 “다음 회차엔 어떨까”를 떠올리는 가벼운 기대까지.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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