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신약 엔블로 인도네시아 허가…대웅제약, 동남아 시장 공략
SGLT2 억제제 계열 국산 당뇨병 신약이 인도네시아 품목허가를 받으며 동남아시아 대사질환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 최대 인구와 경제 규모를 보유한 국가로, 글로벌 제약사가 동남아 사업을 설계할 때 기준 시장으로 삼는 거점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웅제약의 엔블로 인도네시아 허가가 국산 당뇨병 신약의 실질적인 신흥시장 진입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웅제약은 자체 개발한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가 인도네시아 식약처인 BPOM으로부터 품목허가를 최종 승인받았다고 24일 밝혔다. 엔블로는 대한민국 36호 신약으로, 저용량 1일 1회 요법을 특징으로 하는 SGLT2 억제제다. 회사 측은 인도네시아 허가를 계기로 동남아 핵심 시장에서 상업화 드라이브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엔블로는 1일 1회 0.3 밀리그램이라는 저용량으로 투여되며, 기존 SGLT2 억제제인 다파글리플로진과 비교해 비열등한 혈당 강하 효과를 3상 임상시험에서 확보했다. SGLT2 억제제는 신장 근위세뇨관에서 포도당과 나트륨 재흡수를 담당하는 단백질인 나트륨 의존성 포도당 수송체 2를 선택적으로 억제해 여분의 당과 나트륨을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기전의 약물이다. 이를 통해 인슐린 분비 증가에 의존하지 않고 혈당을 낮추기 때문에 저혈당 위험을 상대적으로 줄이면서 체중 감소와 혈압 강하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어, 대사증후군이 동반된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활용 폭이 넓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웅제약은 특히 아시아 환자군을 포함한 임상 연구 데이터에서 엔블로의 차별화 포인트를 강조하고 있다. 임상 결과에 따르면 엔블로 투여군의 당화혈색소 목표 달성률은 78.1퍼센트를 기록해 다파글리플로진 투여군 65.7퍼센트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공복혈장포도당 감소 효과와 함께 인슐린 저항성을 60퍼센트 개선한 데이터도 제시됐다. 장기 복용을 전제로 한 안전성 평가에서도 특별한 이상 신호 없이 허용 가능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시장 측면에서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 당뇨병 치료제 경쟁의 핵심 무대로 꼽힌다. 국제당뇨병연맹 집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2023년 기준 약 2040만 명의 성인 당뇨병 환자를 보유해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환자 수가 많다. 당뇨병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3억 8000만 달러 수준으로 추산되며, 경제 성장과 도시화, 생활습관 변화에 따라 당뇨병 유병률이 증가세를 보이는 만큼 시장 확대 여지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엔블로 인도네시아 허가는 현지 환자에게 치료 옵션을 추가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임상 현장의 선택지를 넓히는 효과도 기대된다.
동남아 주요 국가에서 당뇨병 치료제 시장은 글로벌 다국적 제약사 제품이 주도하고 있으며, SGLT2 억제제와 DPP4 억제제, GLP1 유사체 간 경쟁이 치열한 구도다. 이번 엔블로 허가는 국산 SGLT2 억제제가 인도네시아라는 기준 시장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필리핀과 태국 등 인근 국가 규제기관의 평가에도 간접적인 신뢰를 줄 수 있는 발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SGLT2 억제제가 심부전 및 만성 신장질환 영역까지 적응증을 확장하며 대사질환 치료 패러다임을 재편하고 있어, 향후 엔블로의 적응증 확대 전략 역시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대웅제약은 인도네시아 외에도 필리핀과 태국 등 이미 품목허가를 받은 동남아 국가에서 출시 준비를 진행 중이다. 동남아에서의 발매와 병행해 최근에는 중남미 지역 10개국에 대한 수출 기반을 추가로 확보하며, 국산 당뇨병 신약의 글로벌 상업화 범위를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회사는 국가별 복약 환경과 보건재정 구조에 맞춘 가격 전략과 보험 등재 전략을 병행해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규제 관점에서 인도네시아 BPOM 허가는 동남아 인허가 전략의 기준점 역할을 한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에서 인구와 경제 규모가 가장 크고 의약품 허가 심사가 비교적 엄격한 국가로 인식돼, 글로벌 제약사는 인도네시아 진입 여부를 해당 지역 전체 사업 전략의 핵심 지표로 활용해 왔다. 이번 엔블로 허가가 확보되면서, 후속 국가에서의 심사 과정에서 레퍼런스 데이터로 활용될 여지도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처럼 유병률은 높지만 인당 의료 지출이 선진국 대비 제한적인 시장에서, 저용량 1일 1회 복용으로 혈당 강하와 체중, 혈압까지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SGLT2 억제제의 임상적 효용에 주목하고 있다. 동시에 장기 복용이 전제되는 만성질환 치료제인 만큼, 약가와 보험 보장성, 환자 순응도 개선 전략이 상용화 성패를 가를 요소가 될 것으로 본다.
박성수 대웅제약 대표는 엔블로 인도네시아 허가와 관련해 아시아 주요 시장에서 글로벌 입지를 확대하는 중요한 성과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2030년까지 30개국 진출을 목표로 한 글로벌 전략에 탄력이 붙게 됐다고 설명했다. 산업계는 엔블로를 비롯한 국산 당뇨병 신약이 동남아와 중남미를 교두보로 얼마나 빠르게 처방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