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자금 10억 달러 몰렸는데도 제자리”…리플 XRP, 현물 ETF 호황 속 디커플링 심화
2025년 12월 15일(현지시각 기준),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서 리플 XRP(엑스알피) 관련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기록적인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XRP 가격은 2달러 선에서 횡보를 이어가며, 자금 흐름과 시세가 따로 움직이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ETF를 통한 기관의 매수세와 소셜 미디어상의 긍정적 투자 심리가 가격 반등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가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뉴스BTC 보도에 따르면, 리플 현물 ETF는 12월 15일 기준 19거래일 연속 자금 순유입을 기록했다. 현지시각 기준 지난 금요일 하루 동안에만 2,017만 달러(약 290억 원)가 신규로 유입됐고, 누적 순유입액은 9억 9,091만 달러에 달해 10억 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로 인해 해당 ETF의 총 운용자산(AUM)은 11억 8,000만 달러를 상회하는 수준까지 확대됐다.

같은 기간 이더리움(ETH) 현물 ETF에서 1,941만 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과 비교하면, XRP를 향한 기관 자금의 쏠림 현상은 더욱 뚜렷하게 부각된다. 규제가 비교적 명확한 ETF 구조를 활용해 XRP에 대한 노출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려는 기관 투자자들의 전략적 움직임이 반영되고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시장 분석업체 샌티멘트(Santiment)가 집계한 온체인·소셜 데이터도 이 같은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X(구 트위터), 텔레그램 등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XRP를 긍정적으로 언급하는 게시물이 급증하며, 2025년 들어 일곱 번째로 높은 수준의 호감도가 관측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강력한 자금 유입과 투자 심리 개선은 가격 상승의 전조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XRP 현물 가격은 이러한 펀더멘털 개선에도 불구하고 2달러 안팎의 박스권에 묶여 있다. 외신들은 기존 보유자들의 매도 압력이 ETF를 중심으로 한 신규 매수 수요를 사실상 대부분 흡수하고 있어, 수급상 가격이 위로 치고 나갈 여지가 제한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하루 2,000만 달러 안팎의 유입 규모가 꾸준하긴 하지만, 누적 매도 대기 물량을 돌파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시장 전문가들도 비슷한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이들은 ETF를 통한 자금 유입이 수억 달러 단위로 장기간 이어지지 않는 한, 현재 수준의 매수 체력만으로는 2달러 상단의 매도 벽을 돌파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이후 XRP 가격이 큰 변동성 구간을 여러 차례 통과한 뒤 투자자층이 다층화되면서, 각 가격대마다 잠재 매도 물량이 촘촘히 쌓인 구조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만 ETF 누적 순유입액(약 9억 9,091만 달러)과 AUM(약 11억 8,000만 달러) 사이의 격차를 두고 통계 오류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기초 자산인 XRP 가격의 변동, 초기 시드 자금, 시장 변동성에 따른 평가손익 등이 반영된 결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신 보도가 수급과 투자 심리 지표에 상대적으로 치우쳐 있고, 글로벌 매크로 환경과 암호화폐 시장 전반의 유동성 축소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한계도 지적된다.
특히 2달러 선을 강한 지지 구간으로만 해석하는 시각에 대해서는 경계론이 나온다. 이 수준에서 장기간 가격이 정체될 경우, 상승을 기대하고 진입한 단기 투자자들의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실망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다.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약화되거나 주요국 금리·규제 환경이 추가로 악화될 경우, ETF를 통한 자금 유입세가 꺾이면서 하방 압력이 증폭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향후 XRP 가격의 향방은 현재의 2달러 지지선 위에서 추가 매수세가 어느 수준까지 확대될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ETF 자금 유입이 지금의 점진적 축적 국면을 넘어 대규모 순유입 단계로 전환될 경우, 매도 벽을 상회하는 수급 우위를 바탕으로 의미 있는 상승이 전개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반대로 기관 매수세가 유지되는데도 가격이 장기간 정체된다면, 시장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며 하락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제기된다.
국제 암호화폐 시장에서 XRP가 보여주는 자금 유입과 가격의 괴리는, 기관 중심의 ETF 시장 확대가 곧바로 시세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 새로운 국면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리플 XRP가 어떤 방향으로 균형점을 찾게 될지, 글로벌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