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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기 증상 완화 직구식품”...식약처, 반입차단 확대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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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기 질환 완화 효과를 내세운 해외직구 건강식품이 정부의 통관 차단 대상에 잇달아 포함되고 있다. 국내외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제품 상당수가 실질적으로 의약품에 준하는 성분을 표기하고 있는 데다, 부작용 우려가 커지자 규제 당국이 직접 기획검사에 나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겨울철 호흡기·알레르기 관리 수요가 커지는 만큼, 직구 기반 건강보조식품 유통 구조 전반에 대한 관리·감독이 강화되는 분기점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겨울철 소비자 관심이 높은 해외직구식품 30개를 대상으로 기획검사를 실시한 결과, 10개 제품에서 국내 반입차단 대상 원료와 성분이 표시된 사실을 확인해 반입 차단 조치를 했다고 19일 밝혔다. 대상은 국내외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판매되는 직접구매 해외식품으로, 제품 표시·광고에 호흡기 질환 증상 완화나 히스타민 차단 등 효능을 내세운 제품들이었다.  

국내 반입차단 대상 원료·성분은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에 근거해 지정된다. 마약류와 의약성분, 부정물질 등 국민 건강에 위해 우려가 있어, 식품 형태로 국내에 들여오는 것 자체를 제한해야 하는 물질이 여기에 포함된다. 식약처는 이번 점검에서 호흡기 질환 개선·치료 관련 의약품 성분 12종과 알레르기 질환용 항히스타민 성분 35종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봤으며, 성분 검출 여부와 별개로 제품 표시에 반입차단 대상 원료가 적시돼 있는지도 동시에 확인했다.  

 

검사 결과, 실제 성분 검사에서는 호흡기 및 알레르기 질환 관련 의약품 성분이 검출되지는 않았다. 다만 10개 제품의 표시사항에 국내 반입차단 대상 원료·성분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식약처는 표시 단계에서부터 의약품 수준의 효능을 내세우는 성분이 기재돼 있으면 소비자 오인을 야기할 수 있고, 함량·제형에 따라 부작용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보고 통관 단계에서 선제적으로 차단에 나섰다.  

 

특히 문제가 된 성분으로는 에키네시아, 엔아세틸시스테인, 반하가 지목됐다. 에키네시아는 전통적으로 감기 및 호흡기 질환에 사용돼 온 식물성 성분이고, 엔아세틸시스테인은 가래 배출을 돕는 점액용해제 등으로 활용되는 대표적인 기관지 관련 의약 성분이다. 반하는 한약제에서 기침과 기관지염 치료 또는 증상 완화 목적으로 쓰이는 약재로 분류된다. 이러한 성분은 약사법상 의약품으로 관리되고 있어, 식품 형태로 해외에서 반입·판매될 경우 규제 사각지대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의약성분을 함유하거나 표방하는 직구식품은 오남용 위험도 크다. 에키네시아, 엔아세틸시스테인, 반하 등의 성분을 적절한 의학적 관리 없이 장기간 혹은 고용량으로 섭취할 경우 복통, 메스꺼움, 설사 등 위장관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기존 질환이 있는 소비자나 다른 약물을 동시에 복용 중인 경우 상호작용 문제도 배제하기 어렵다. 겨울철 감기나 비염 증상을 빠르게 완화하려는 수요층이 늘면서, SNS나 글로벌 플랫폼을 중심으로 ‘기침에 좋다’는 입소문만 믿고 구매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점도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식약처는 이번 점검 결과에 따라 관세청에 해당 제품들에 대한 통관보류를 요청했고,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에는 관련 온라인 판매 사이트 접속차단을 의뢰했다. 통관 단계와 온라인 유통망을 동시에 조여 국내로의 물리적 반입과 디지털 유통 채널 모두를 관리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해외직구 이용자가 제품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외직구식품 정보 제공 시스템인 해외직구식품 올바로에 제품명, 제조사, 위해성분, 제품 사진 등의 상세 정보를 공개했다.  

 

규제 측면에서는 개인 자가소비 목적 직구에 대한 관리 강도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현행 제도는 소량 자가사용 목적 수입에 비교적 관대한 편이지만, 사실상 재판매와 영업용으로 전환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식약처도 개인 직구 식품이 위해성분으로 인한 피해를 일으킬 소지가 크다고 보고, 소비자 스스로가 구매 전 반드시 해외직구식품 올바로 홈페이지에서 반입차단 대상 원료·성분 포함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는 건강보조식품과 의약품 간 경계 관리가 갈수록 엄격해지는 추세다. 북미와 유럽 주요국에서는 특정 유효성분 함량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의약품으로 재분류해 처방 또는 약국 판매로 한정하는 제도가 일반적이다. 반면 국내 소비자는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이러한 기준과 별개로 제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어, 국가 간 규제 차이를 악용한 우회 유통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겨울철 호흡기 질환 관리 수요와 맞물려, 에키네시아나 엔아세틸시스테인 등 의약품 성분을 표방하는 해외직구 제품에 대한 당국의 상시 모니터링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동시에 소비자 차원에서도 의약 성분이 포함된 직구 제품을 건강기능식품 수준으로 가볍게 인식하지 말고, 국내에서 허가된 의약품과 상담 가능한 의료 채널을 우선 이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식약처는 해외직구 위해식품으로 등록된 제품은 구매하지 말아야 할 뿐 아니라, 제3자에게 판매하거나 영업에 사용하는 행위도 금지된다고 거듭 경고했다. 산업계와 유통 플랫폼은 물론 소비자 인식까지 함께 바뀌지 않으면, 직구 식품 시장의 관리 사각지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술과 유통의 속도만큼, 안전 규제와 소비자 보호 체계의 정교함이 새로운 성장의 조건이 되고 있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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