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이 콩팥 망친다”…한국베링거, 조기검사 인식부족 경고
당뇨병과 만성콩팥병의 상호 연관성에 대한 인식 부족이 국내 성인 건강관리의 사각지대로 떠오르고 있다. 제2형 당뇨병이 진행될수록 콩팥의 혈관과 여과 기능을 서서히 손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상당수 성인은 이를 모른 채 혈당만 관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사 결과가 향후 심장·신장·대사질환 통합 관리 모델을 설계하는 하나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은 8일 당뇨병과 만성콩팥병의 연관성과 조기 관리 필요성에 대한 인식 수준을 분석한 당뇨병 만성콩팥병 인식 및 조기 관리 실태 조사 인포그래픽을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회사가 진행 중인 당장 캠페인의 일환으로, 전국 만 20세에서 69세 일반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주일 동안 온라인 설문 플랫폼을 통해 실시됐다.

조사 결과 성인 응답자의 33.7퍼센트는 만성콩팥병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했다. 특히 만성콩팥병의 대표적 원인 질환으로 지목되는 당뇨병과 고혈압에 대한 연결 인식이 매우 낮았다. 응답자의 77.4퍼센트는 당뇨병이, 85.3퍼센트는 고혈압이 만성콩팥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실제로 임상 현장에서는 만성콩팥병 환자의 약 절반이 당뇨병을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뇨병 환자 집단 내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뇨병 환자 중 51.4퍼센트는 당뇨병이 콩팥 기능을 손상시켜 만성콩팥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알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혈당 수치 관리에만 신경 쓰고 콩팥 기능 검사나 소변 단백 검사 등 신장 관련 지표는 뒷전으로 밀릴 위험이 있는 대목이다.
만성콩팥병은 콩팥의 여과율이 감소하거나 구조적 손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질환으로, 초기에는 피로감, 부종, 식욕 저하 등의 증상이 모호하게 나타나거나 아예 느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콩팥 조직은 한 번 손상되면 재생이 어렵기 때문에, 기능 저하를 조기에 발견해 약물·생활요법으로 진행을 늦추지 못하면 투석이나 신장 이식이 필요한 말기 신부전 단계로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또한 만성콩팥병 환자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등 심혈관계 합병증 위험과 전체 사망 위험이 일반인보다 높다고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당뇨병 환자의 정기 콩팥 검진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59.2퍼센트가 당뇨병 환자가 연 1회 이상 콩팥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답했다. 당뇨병 환자로 한정할 경우 이 비율은 64.2퍼센트까지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이런 인식 격차가 실제 진료 현장에서의 검사 누락으로 이어질 경우, 만성콩팥병의 조기 발견과 중재 시기가 늦춰질 수 있는 리스크로 해석하고 있다.
장기적인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어떤 요소가 가장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정기 건강검진과 조기 발견 기회 확대가 69.1퍼센트로 가장 높은 응답을 기록했다. 이어 생활습관 개선 프로그램 지원이 47.4퍼센트, 의료비 부담 완화가 32.9퍼센트로 나타났다. 조기 검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제로 어떤 질환과 어떤 검사 항목이 필요한지에 대한 구체적 정보는 충분히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당뇨병과 만성콩팥병을 비롯한 심장 신장 대사 질환은 혈당 조절, 혈압·지질 관리, 체중 조절, 약물요법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최근 가이드라인의 추세다. 특히 일부 SGLT2 저해제 계열 약제 등은 혈당 강하 효과뿐 아니라 신장 보호와 심혈관 사건 감소 효과가 보고되면서, 조기 단계에서의 투약과 정기적인 eGFR 검사, 소변 알부민 검사가 결합된 관리 전략이 강조되는 분위기다. 이런 배경에서 환자와 일반인의 질환 인식을 높이는 활동은 약물 치료와 검진 프로그램의 실제 효과를 끌어올리는 전제 조건으로 꼽힌다.
해외에서도 당뇨병성 신증과 만성콩팥병은 의료비 부담이 큰 영역으로, 조기 발견을 위해 국가 차원의 스크리닝 프로그램과 리스크 분류 알고리즘 도입이 확대되는 추세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전자의무기록과 연동된 경고 시스템을 활용해, 일정 기간 이상 콩팥 검사를 받지 않은 당뇨병 환자를 자동으로 추려 진료 시 검사를 권고하는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향후 건강검진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헬스 도구가 만성콩팥병 위험군을 조기 가려내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실제로는 건강검진 항목 구성, 보험 수가, 1차 의료기관의 진료 시간 제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만성콩팥병 조기 진단 체계를 정교하게 구축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장 기능을 장기간 모니터링하기 위한 데이터 연계와 개인정보 보호 규율 사이의 균형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박지영 한국베링거인겔하임 CRM 사업부 전무는 당뇨병과 만성콩팥병의 연관성에 대한 국민 인식 수준이 여전히 낮다고 평가하면서, 조기 발견에 대한 인식 제고를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그는 회사가 당뇨병과 콩팥 건강을 포함한 CRM 영역에서 국민 건강 증진과 조기 관리 문화 확산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조사 결과를 계기로 만성질환 교육과 조기 검사 체계 구축이 실제 시장에 정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