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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전기 SUV 공세”…테슬라, FSD 앞세워 국내시장 재편→위협과 자극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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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가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한 물량을 대거 도입해 가격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고, 감독형 FSD를 앞세워 한국 전기차 시장 판도에 거센 파고를 일으키고 있다. 올해 국내 판매량 상위권을 휩쓴 모델Y와 모델3 대부분이 중국산으로 채워지면서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 점유율 3위에 올라섰고, 미국산 FSD 탑재 모델이 일정 규모 이상 유입될 경우 국내 완성차업계와 자율주행 생태계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촉발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관세·무역 합의로 미국 안전기준 인정 물량 상한이 사라진 상황에서, 자율주행 기술 규제 체계와 산업 전략 전반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업계 집계에 따르면 테슬라코리아의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국내 판매량은 4만7천941대로, 전년 동기 대비 61.1퍼센트 증가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점유율은 25.3퍼센트에 달해 기아 28.8퍼센트, 현대자동차 26.5퍼센트에 이은 3위를 차지했다. 특히 모델Y는 4만728대가 판매되며 기아 EV3 2만262대, 현대차 아이오닉5 1만3천65대를 여유 있게 앞섰고,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차 4대 중 1대가 테슬라, 개별 모델 기준으로는 5대 중 1대가 모델Y였다는 통계가 이를 입증한다는 평가다. 2017년 한국 시장에 진입한 이후 테슬라는 지난해 처음 2만대를 넘겼고, 올해는 연간 5만대 이상 판매가 유력해지며 독립 브랜드로서 하나의 시장 축을 형성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산으로 몸집 키운 테슬라, FSD로 국내車시장 '메기' 될까
중국산으로 몸집 키운 테슬라, FSD로 국내車시장 '메기' 될까

성장 동력으로는 중국산 도입 확대가 첫손에 꼽힌다.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상하이 기가팩토리는 테슬라의 최대 생산기지로, 국내에 공급되는 주력 차종 대부분이 이 공장에서 출하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판매된 테슬라 4만7천941대 가운데 중국산이 4만7천796대로 99.7퍼센트를 차지했고, 미국산은 145대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모델Y 4만733대, 모델3 7천63대 전량이 중국에서 수입됐고, 미국산 물량은 모델X 106대, 모델S 38대, 사이버트럭 1대에 머물렀다. 업계에서는 상하이 생산 기반 덕분에 차량 가격을 이전보다 낮추고, 공급 리드타임을 줄여 소비자 대기 부담을 완화한 점이 판매 확대의 핵심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해석한다.  

 

제품력 측면에서 테슬라는 여전히 경쟁 브랜드 대비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지만, 고출력 전기 파워트레인이 제공하는 가속 성능과 장거리 주행 효율, 공기역학을 고려한 차체 설계, 그리고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한 기능 개선과 UX 진화에서 차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주요 경쟁 모델과 비교할 때 가격은 높지만, 주행보조 시스템의 성능과 사용자 인터페이스, 차량과 디지털 생태계를 연계하는 소프트웨어 경험에서 테슬라가 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평가가 젊은 소비자층과 기술 수용도가 높은 고객에게 강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는 점도 판매 호조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테슬라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첨단 주행 보조 기능인 감독형 FSD를 국내 시장에 도입하며 한국을 소프트웨어 기반 모빌리티 실험장으로 선택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재 FSD는 미국에서 생산된 모델S와 모델X에서만 이용할 수 있고, 연내 사이버트럭까지 적용 범위가 확대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안전 책임이 여전히 운전자에게 있는 구조인 만큼 감독형 FSD는 규제상 자율주행 레벨2 부분 자동화 기술에 속하지만, 차로 변경과 교차로 통과, 복잡한 도심 구간 주행까지 차량이 상당 부분을 주도하는 주행 양상 덕분에 실제 이용자가 체감하는 효능은 레벨2를 넘어선다는 평가가 SNS와 사용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실제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서울 도심과 부산의 복잡한 도로 환경에서 FSD를 작동한 테슬라 차량이 교차로, 곡선 구간, 혼잡 구간을 비교적 자연스럽게 주행하는 영상이 다수 공유되면서, 감독형 FSD의 잠재력과 동시에 돌발 상황에서의 대응 능력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병행되는 모습이다. 자율주행 기술 연구자들은 이 같은 사례를 두고 테슬라가 대규모 실차 데이터를 바탕으로 도시 상황 인식과 경로 계획 알고리즘을 빠르게 고도화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예측하기 어려운 보행자 행동과 이례적 도로 환경에서의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검증과 규제 체계가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정책 환경 역시 테슬라의 한국 내 전략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비되는 양상이다. 최근 한미 간 관세·무역 합의에 따라 미국 내 안전 기준을 충족한 자동차에 대해 한국 안전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하는 물량의 상한선 5만대가 폐지됐다. 자동차 수입 구조를 좌우하던 이 상한 규정이 사라지면서, 이론상 미국 생산 FSD 탑재 모델의 한국 수입 물량을 크게 확장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업계에서는 감독형 FSD가 적용된 모델S, 모델X, 사이버트럭 등이 보다 공격적으로 수입될 경우, 고가 프리미엄 전기차 세그먼트뿐 아니라 자율주행 관련 소프트웨어·지도·통신 등 연관 산업까지 경쟁 구도가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자동차와 자율주행 업계는 테슬라의 확장을 두고 기대와 경계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한 자율주행 스타트업 관계자는 테슬라의 과감한 상용화 전략이 한국에서 자율주행차 연구개발과 규제 개선 논의를 앞당기는 촉매 역할, 이른바 메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동시에 아직 본격적인 수요가 개화하기 전인 초기 자율주행 시장에서 글로벌 선도 기업이 브랜드 인지도와 데이터 우위, 각국 규제 대응 경험을 앞세워 대부분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산업 구조 측면의 리스크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첨단 제품 영역에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는 과정에서는 선두 업체가 누리는 선점 효과가 유독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테슬라를 포함한 해외 기업들이 한국 전기차와 자율주행 시장의 수요와 기술 표준, 소비자 경험을 주도하는 상황이 고착될 경우, 국내 완성차 업체와 부품사, 소프트웨어 기업이 전략 주도권을 잃고 추격자의 위치에 머물 위험이 확대된다고 평가했다.  

 

향후 관건은 국내 기업과 정부가 테슬라의 공세를 어떻게 활용하고 대응하느냐에 달렸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중국산 물량과 감독형 FSD 확산을 계기로, 국내 기업은 전동화 모델의 가격 경쟁력과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고, 정부는 안전과 혁신 사이 균형을 맞춘 자율주행 규제 체계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글로벌 전기차 경쟁이 심화되는 국면에서 한국 시장은 더 이상 보호막 안의 내수 시장이 아니라, 테슬라와 국내 기업이 동시다발적으로 기술과 사업 모델을 시험하는 전장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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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모델y#fs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