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연말 자금은 XRP로 이동”…리플 ETF 기대에 비트코인·이더리움 자금 이탈 가속

이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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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2월 30일, 가상자산 시장에서 리플 XRP(엑스알피) 관련 투자 상품으로 기관 자금이 대거 유입된 흐름이 확인되며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서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가는 가운데 리플 XRP가 ‘역(逆)자금 흐름’을 보이면서, 향후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시장 구도가 재편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 모습이다.

 

데일리코인은 2025년 12월 30일 보도에서 “리플 XRP ETF 자금 흐름이 급증하며 다른 주요 자산들과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코인쉐어스(CoinShares) 자료에 따르면 12월 한 달간 리플 XRP 투자 상품에는 약 7000만 달러(약 1010억 원)가 순유입됐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 상품에서는 4억 4300만 달러(약 6400억 원), 이더리움 상품에서는 5900만 달러(약 852억 원)가 빠져나가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연말 포트폴리오 조정 과정에서 전통 대장주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비중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ETF 모멘텀이 부각되는 리플 XRP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주요 가상자산이 연말 자금 유출로 고전하는 사이 리플 XRP ETF에만 대규모 자금이 쏠리며 시장 주도권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사진=톱스타뉴스)
주요 가상자산이 연말 자금 유출로 고전하는 사이 리플 XRP ETF에만 대규모 자금이 쏠리며 시장 주도권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사진=톱스타뉴스)

자금 쏠림의 배경에는 리플 XRP 현물 ETF 승인 가능성을 둘러싼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다. 가상자산 분석가 폴 배런(Paul Barren)은 최근 “이번 주 리플 XRP 홀더들을 위한 큰 뉴스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ETF 전문가 네이트 제라시(Nate Geraci)가 공개한 ETF 흐름표에 카나리 캐피탈(Canary Capital)의 리플 XRP ETF가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상품과 나란히 등재된 점도 ETF 편입 기대를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 일각에서는 위즈덤트리(WisdomTree) 등 주요 자산운용사가 연말 전후로 리플 XRP 현물 ETF 관련 중대 발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리플 XRP를 둘러싼 분위기 변화는 가격 상승 기대를 넘어 ‘유틸리티(효용성)’ 재평가와 연결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테이트 스트리트(State Street)의 리사 로시(Lisa Rossi) 글로벌 유동성 총괄은 최근 한 패널 토론에서 “분산원장기술(DLT)과 토큰화된 자산은 이미 초기 활용 단계에 진입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은행권과 자산운용 업계가 토큰화와 온체인 결제를 실험 단계에서 실제 활용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발언은 은행 간 거래를 연결하는 브릿지 자산으로 설계된 리플 XRP와 같은 토큰이 향후 결제 인프라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는 기대를 부추기고 있다.

 

특히 대형 글로벌 은행에 비해 자체 결제망 구축 역량이 제한적인 중소형 은행들이, 독자적인 시스템을 개발하기보다 리플 XRP와 유사한 브릿지 자산을 활용해 온체인 결제 생태계에 편승할 경우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기관들이 실제로 활용 가능한 결제 토큰을 찾고 있고, 리플 XRP가 그 후보 가운데 하나로 다시 조명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조치는 가상자산이 투기 자산에서 금융 인프라 자산으로 역할을 넓히는 신호로도 읽힌다.

 

다만 시장 일각의 낙관론에는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우선 리플 XRP 네트워크의 ‘소각 메커니즘’을 둘러싼 공급 쇼크 기대는 과장됐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네트워크 거래가 크게 늘어나더라도 연간 소각량은 수천만 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산되는 반면, 총발행량은 1000억 개에 달해 단기간에 의미 있는 공급 축소를 만들기 어려운 구조다. 일부 분석가가 제시한 1코인당 100달러 혹은 750달러 등 극단적인 가격 목표치는 구체적인 수요·공급 모델링이나 온체인 데이터 분석 대신 기대 심리에 기반한 수치라는 점에서 신뢰성이 낮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규제 리스크도 여전히 남아 있다. 리플 XRP ETF에 대한 자금 유입이 지속되려면 미국(USA)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명확한 입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SEC가 가상자산을 둘러싼 증권성 판단과 개별 ETF 인가 기준을 명확히 하지 않을 경우, 운용사들이 상품 출시를 서두르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제 자본 시장에서도 미국 규제 당국의 스탠스는 가상자산 ETF 상품의 방향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인식된다.

 

국제 금융 시장에서는 리플 XRP ETF를 계기로 가상자산 현물 ETF 시장의 ‘다극화’가 이뤄질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미국과 유럽(Europe) 주요국에서 비트코인 ETF가 먼저 제도권에 편입된 가운데, 리플 XRP와 같은 대체 자산이 뒤따를 경우 가상자산 시장 내 자금 흐름은 비트코인 단일 중심에서 복수 자산 중심 구조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한 국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외신을 통해 “기관 입장에서는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리플 XRP ETF를 검토할 수 있지만, 유동성과 규제 명확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비중 확대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향후 리플 XRP 가격과 ETF 시장의 향방은 실제 현물 ETF 승인 여부와 기관 자금 집행 속도에 좌우될 전망이다. 위즈덤트리 등 대형 운용사의 리플 XRP 현물 ETF가 2025년 안에 승인되거나 구체적인 상장 일정이 나올 경우, 리플 XRP가 비트코인을 잇는 차세대 제도권 가상자산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승인 과정이 지연되거나 규제 리스크가 부각될 경우, 최근 자금 유입에 따른 단기 급등분을 둘러싸고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져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국제사회와 금융 시장은 리플 XRP ETF를 둘러싼 규제 결정과 실제 자금 흐름이 가상자산 시장 질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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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xrp#비트코인#이더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