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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꺼풀까지 옮겨붙은 사면발이"…53세 남성 사례가 던진 경고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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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접촉 이후 발생한 비정형 증상이 성병과 기생충 감염으로 이어진 사례가 학술지에 보고되면서,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에도 기초적인 신체 검진과 감염 관리의 중요성이 다시 주목되고 있다. 특히 눈꺼풀에서 발견된 사면발이 사례는 성매개 감염이 생식기 부위를 넘어 안과 영역까지 확산될 수 있음을 보여줘, 감염경로 파악과 진단 프로토콜에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의료계에서는 모바일 기반 성병 상담과 온라인 문진이 늘어나는 환경에서, 실제 대면 진찰과 현미경 검사를 동반한 다부위 평가가 여전히 필수라고 지적한다.  

 

피부과 온라인 저널에 실린 보고에 따르면, 53세 남성은 약 3개월간 양쪽 눈의 심한 가려움과 모래가 들어간 듯한 이물감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 세극등 검사와 피부과 협진 결과 양쪽 눈의 위와 아래 눈꺼풀에 다수의 기생충이 부착돼 있었고, 형태학적 관찰을 통해 사면발이로 확진됐다. 의료진은 눈꺼풀 병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감염 경로를 고려해 생식기와 다른 체모 부위까지 확대 검사했고, 사타구니 부위에서도 사면발이가 추가로 발견됐다. 동시에 시행한 성병 검사에서 성매개 감염병인 클라미디아 요도염이 동반된 사실도 확인됐다.  

사면발이는 몸통이 짧고 넓어 게와 비슷한 외형을 띠는 기생충으로, 평균 크기가 1.5~2밀리미터에 불과해 육안으로는 비듬 조각이나 섬유 찌꺼기와 혼동되기 쉽다. 성 접촉을 통해 주로 치모 부위에 옮겨 붙지만, 성교 시 신체 접촉과 손을 통한 2차 전파로 겨드랑이, 가슴털, 수염, 드물게는 눈썹과 속눈썹, 눈꺼풀까지 감염 범위가 확장될 수 있다. 사람의 혈액을 주된 영양분으로 삼으며 하루에도 여러 차례 흡혈하고, 암컷이 체모에 붙여 낳은 알은 보통 2주에서 3주 사이에 부화해 집단 감염 양상을 보일 수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부분적인 국소 증상만 보고 진단을 내릴 경우, 다른 부위에 남아 있는 알과 성충이 재감염원으로 작용할 위험이 크다.  

 

사면발이 감염을 진단하는 과정에서는 증상이 나타난 부위뿐 아니라 성 접촉 이력, 동반 증상, 최근 위생 환경 변화까지 폭넓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디지털 문진 앱과 원격 상담 플랫폼이 확산되면서, 사진이나 셀프 보고에만 의존하는 경우 눈꺼풀과 같은 비전형 부위의 기생충 감염은 놓치기 쉽다. 이번 사례처럼 눈 가려움과 이물감, 충혈 등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안구건조증이나 알레르기성 결막염으로만 판단하지 말고, 기생충 감염 가능성을 포함한 다각적인 감별 진단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일반적인 사면발이 치료에는 살충 성분을 포함한 페노트린 로션이나 분말 제제가 널리 활용된다. 감염 부위의 체모 전체에 도포해 일정 시간 유지한 뒤 씻어내고, 필요 시 1주 전후 간격으로 반복 적용해 남아 있는 알과 부화 유충까지 제거하는 방식이다. 다만 소아, 임산부, 수유부에서는 약물 독성 우려 때문에 사용이 제한될 수 있어, 전기 제모기나 물리적 면도 등 기계적 제거가 대안으로 활용된다. 눈 주변처럼 점막과 가까운 부위에서는 살충제 도포가 각막 손상과 안구 자극을 유발할 수 있어, 전문의에 의한 핀셋 제거와 특수 연고를 활용한 치료가 권고된다.  

 

재감염을 차단하기 위한 환경 관리 역시 치료 성공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사면발이는 숙주를 일정 기간 벗어나면 생존력이 급격히 떨어지지만, 짧은 기간 동안 침구류나 속옷, 수건을 매개로 전파가 이뤄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감염이 확인되면 환자의 속옷과 침구, 수건, 의류를 55도에서 60도 사이의 뜨거운 물로 세탁하거나 고온 건조, 드라이클리닝을 통해 기생충과 알을 함께 제거할 것을 권고한다. 세탁이 어려운 물품은 밀봉한 비닐이나 플라스틱 봉투에 넣어 최소 2주 이상 보관해 자연사를 유도하는 방법도 활용된다. 동시에 최근 성 접촉 상대에게 감염 사실을 알리고 동시 치료를 진행하지 않으면, 성 파트너 간 반복 전파로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성매개 감염이 동반된 이번 사례는, 전통적인 성병 관리 체계에 디지털 기술이 더해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감염 감시 전략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던진다. 최근에는 모바일 앱을 통한 匿名 성병 상담, 자가 채혈 키트를 이용한 비대면 검사, AI 기반 피부 사진 분석 등 IT 기술이 감염 조기 발견을 돕는 도구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눈꺼풀 사면발이처럼 비전형 부위의 병변은 고해상도 현미경 관찰과 숙련된 의료진의 진찰이 필요해, 디지털 솔루션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함께 드러난다.  

 

해외에서는 전자건강기록과 성병 감시 시스템을 연동해 지역별 성매개 감염 발생 패턴을 분석하고, 감염병 조기 경보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면발이와 같은 기생충성 성병은 종종 간과되지만, 취약계층과 성접촉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집단 발생이 반복되는 경향이 있어 공중보건 측면의 감시 필요성이 제기된다. 국내에서도 온라인 기반 성 관련 정보 플랫폼의 이용률이 높아지는 만큼, 정확한 감염 정보 제공과 위험 신호 인지 교육이 디지털 콘텐츠로 적극 제공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피부과와 안과 전문의들은 눈꺼풀 사면발이 사례가 드문 편이지만, 적절한 시점에 의심하지 못하면 장기간 불편과 2차 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전문의는 사면발이 같은 기생충 감염은 생활습관과 성 행동 양상, 위생 환경이 복합적으로 얽혀 나타난다며 디지털 헬스 도구가 초기 상담과 교육에는 도움이 되더라도, 실제 진단과 치료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성 접촉 후 지속되는 비정형 증상이 있을 때 스스로 진단을 미루기보다 의료기관을 통한 다부위 검사를 받아야 하며, 산업계와 보건당국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감염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디지털 편의성에 가려질 수 있는 기초 감염 관리의 허점을 어떻게 보완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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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발이#클라미디아요도염#눈꺼풀기생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