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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팅도 안전성 검증을”…써브웨이, 랍스터 접시 사태로 식품용 잉크 관리 도마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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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접촉 소재에 쓰이는 프린팅 잉크 안전성 문제가 패스트푸드 프로모션을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써브웨이가 사은품으로 제공한 랍스터 접시에서 프린팅이 벗겨졌다는 소비자 제보가 잇따르자, 회사가 뒤늦게 사용 중단과 모바일 상품권 보상을 공지했다. 다만 잉크 성분과 인체 위해성에 대한 과학적 검증 내용이 빠져 있어, 바이오·식품안전 업계에서는 규제 사각지대와 사후 대응 시스템을 둘러싼 논쟁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써브웨이는 12월 4일 공식 홈페이지 공지에서 지난 11월 18일부터 24일까지 랍스터 또는 랍스터 앤드 쉬림프 샌드위치 구매 고객에게 제공한 랍스터 접시 일부에서 제품 이상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회사는 즉시 접시 증정을 중단하고 고객에게 사용을 멈춰달라고 권고했으며, 사과문을 통해 불편을 끼쳤다고 사과했다. 동시에 해당 기간 사은품을 받은 고객에게는 8000원 상당의 샌드위치 모바일 상품권을 제공하겠다고 공지했다.

해당 이슈는 SNS에 “써브웨이 랍스터 접시에는 음식을 올리지 말라, 잉크가 벗겨진다”는 글과 사진이 공유되면서 급속히 확산됐다. 온라인에 공개된 이미지에는 접시 표면의 붉은색·녹색 프린팅이 세척 후 거의 사라지거나 얼룩으로 번진 모습이 포착됐다. 일부 소비자는 물리적 마찰에 의한 벗겨짐이 아니라 색이 녹아내린 것처럼 사라졌다고 호소했다. 식기 표면의 인쇄층이 세척 과정에서 용출되거나 분리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식품용 프린팅 잉크의 소재·용출·열안정성 관리 체계가 다시 주목받는 분위기다. 일반적으로 식품과 직접 접촉하는 용기나 코팅, 인쇄에는 식품용으로 인증된 수지와 안료, 바인더, 가소제 등이 사용된다. 이들은 정부 고시에서 정한 이행성분, 용출량, 중금속 기준 등을 충족해야 한다. 특히 플라스틱 접시처럼 반복 세척과 열에 노출되는 제품은 내열성과 화학적 안정성이 확보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세척 중 인쇄층이 미세 입자 형태로 떨어져 나가거나, 일부 성분이 물이나 세제에 녹아 나와 음식과 함께 섭취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린팅 공정 측면에서는 접시 표면전처리, 잉크 경화 조건, 코팅층 두께 등이 품질을 좌우한다. 예를 들어 자외선 경화형 잉크의 경우, 충분한 UV 조사량이 확보되지 않으면 잉크가 완전히 경화되지 않아 세척 시 쉽게 벗겨지거나 끈적임이 남을 수 있다. 또 탑코트 코팅이 제대로 올라가지 않은 경우, 표면 보호층이 얇아져 인쇄 이미지가 세척과 마찰에 취약해진다. 이번 사례는 설계 상 문제, 생산 공정 상의 편차, 외주 제조사 품질관리 부실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인쇄가 벗겨진다는 사실 자체가 위해성에 대한 불안으로 직결된다. 비록 식품용 인증을 받은 잉크라 하더라도, 실제 사용 조건인 높은 수온, 세제 성분, 반복 세척을 고려한 내구성 검증이 충분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일부 플라스틱 식기나 굿즈가 식품과 직접 접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완화된 기준을 적용받거나, 해외 제조사에 의존한 채 국내에서 검증 절차가 미흡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특히 프로모션용 사은품은 단기간 대량 생산되는 특성상, 정규 제품 대비 품질 관리가 느슨해질 여지가 크다는 점도 지적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인쇄식기와 식품 포장재 잉크에 대한 규제 강화 흐름이 뚜렷하다. 유럽연합은 플라스틱 식품용기와 포장재에 대해 재질별 용출량 기준과 더불어, 인쇄 잉크에 포함될 수 있는 1차 방향족 아민, 특정 용제, 비승인 색소 등에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 미국에서도 식품접촉물질에 대한 사전 승인과 사후 모니터링이 강화되는 추세다. 특히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와 맞물려, 생분해성 재질이나 수성 잉크 채택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소재의 위해성 평가가 중요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용 기구·용기·포장에 대한 기준과 규격을 제시하고 있으나, 인쇄 굿즈와 같은 판촉물에 대한 실질적인 관리 강도와 현장 집행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업체가 자체 시험 성적서나 해외 인증서를 근거로 안전성을 설명하더라도, 실제 소비자 사용 환경에서의 내구성, 잉크 용출, 미세플라스틱 발생 여부에 대한 장기 데이터는 부족한 편이다. 이번 사례처럼 논란이 발생한 후에야 공지와 보상이 뒤따르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써브웨이는 8000원 모바일 상품권 지급을 보상안으로 제시했지만 온라인에서는 “실제 음식을 올려 먹은 소비자에 대한 건강 영향 설명이 빠졌다” “제품 성분, 제조사, 시험 결과 등 과학적 정보 공개가 선행돼야 한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단순 금전 보상보다는 접시 전수 회수, 공인 기관을 통한 위해성 평가 결과 공개, 향후 사은품 기획 시 품질 기준과 검증 절차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는 상황이다.

 

식품안전·바이오 소재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패스트푸드와 음료 브랜드가 제공하는 굿즈 전반을 식품 접촉 소재 관점에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어린이용 캐릭터 식기, 열에 노출되는 머그컵, 음료와 직접 닿는 텀블러 내부 코팅 등은 소재 선정과 프린팅 공정에 대한 더욱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식품안전 분야 연구자는 “브랜드 이미지를 위한 굿즈라도 결국 식품과 함께 사용되는 이상, 디자인보다 안전성 검증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사전 평가와 사후 모니터링 체계가 강화되지 않으면 유사한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단기적인 보상 규모를 둘러싼 논쟁을 넘어, 식품용 프린팅 잉크와 굿즈 제조 전 과정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와 규제 정비 여부가 향후 소비자 신뢰 회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식품 브랜드의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기술과 디자인 못지않게 소재 안전성과 품질 관리에 기반한 책임성이 새로운 성장의 조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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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브웨이#랍스터접시#식품용프린팅잉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