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민간 일자리 3만2천개 증발”…미국, 고용 둔화 심화에 연준 금리인하론 급부상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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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3일, 미국(USA) 민간부문 고용이 2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는 집계가 나오면서 노동시장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월 ADP 민간고용 지표가 시장 기대와 정반대 방향으로 큰 폭의 감소를 기록하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둘러싼 금융시장의 계산도 빠르게 바뀌는 분위기다.

 

현지시각 기준 3일 오전, 미국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은 11월 미국 민간기업 고용이 전월보다 3만2천명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ADP는 이번 수치가 2023년 3월 5만3천명 감소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라고 설명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는 4만명 증가였던 만큼, 실제 결과는 예상과 7만2천명 격차를 보이며 충격을 줬다.

美 11월 ADP 민간고용 3만2천명 감소…2년 8개월 만에 최대 감소
美 11월 ADP 민간고용 3만2천명 감소…2년 8개월 만에 최대 감소

ADP에 따르면 민간고용은 지난 6월에 이어 8월과 9월에도 2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최근 들어 약화 흐름을 반복하고 있다. 11월에는 이 같은 둔화 흐름이 한층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넬라 리처드슨 ADP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주들이 신중해진 소비자와 불확실한 거시경제 환경에 대응하면서 최근 고용이 불안정한 양상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와 제조 등 대부분 분야에서 고용이 줄었다. 전문·사업서비스 부문이 2만6천명 감소하며 가장 큰 폭의 감축을 기록했고, 정보 부문에서도 2만명 감소가 나타났다. 제조업 고용은 1만8천명 줄어들며 경기 민감 업종을 중심으로 고용 위축이 두드러졌다. ADP는 “11월의 고용 둔화가 전반적인 업종에서 나타났고, 특히 소규모 사업체가 감소를 이끌었다”고 밝혔다.

 

사업체 규모별로 보면 종업원 50명 미만의 소형 사업체 고용이 12만명 줄어 전체 감소를 주도했다. 반면 종업원 50명 이상 중·대형 사업체에서는 전월 대비 고용이 오히려 증가해 기업 규모에 따른 엇갈린 고용 추세가 뚜렷해졌다. 투자은행과 시장 전문가들은 자금조달 여건이 취약한 소형 업체가 고금리와 수요 둔화의 이중 부담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임금 측면에서는 아직 완만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ADP는 11월 민간부문 임금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4.4%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임금 상승률이 팬데믹 직후 고점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연준의 물가안정 목표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으로, 고용 둔화와 인플레이션 관리 사이의 정책 딜레마가 부각되고 있다.

 

ADP 민간기업 고용지표는 민간업체가 자체적으로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산출되며, 미국 노동부가 발표하는 비농업부문 공식 고용통계와 수치가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최근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 여파로 공식 통계 발표가 잇따라 지연되면서, 시장에서 ADP 지표의 중요성이 한층 커진 상황이다.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10월 공식 고용보고서가 공개되지 못한 데 이어, 11월 고용보고서도 통계 집계가 늦어지며 당초 12월 5일에서 12월 16일로 발표가 연기됐다. 발표 시점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로 밀리면서, 연준이 의사결정을 내릴 때 참고할 수 있는 공식 고용 데이터가 제한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ADP 지표는 사실상 연준과 시장이 공통으로 참고하는 핵심 선행 지표 역할을 하고 있다.

 

연준은 12월 9∼10일 FOMC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위원들 사이에서는 최근 약화하는 고용 지표를 반영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야 한다는 견해와,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 위험을 우려해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견해가 맞서는 것으로 전해졌다. ADP 지표의 예상 밖 부진은 고용 부문의 둔화를 강조하는 쪽에 힘을 싣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금융시장은 이미 방향을 크게 틀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ADP 고용지표 발표 직후 금리선물 시장은 12월 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89% 수준으로 반영했다. 이는 고용 부진이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을 앞당길 수 있다는 기대를 선반영한 것으로, 미국 국채금리와 글로벌 환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화다.

 

미국 노동시장은 팬데믹 이후 오랜 기간 견조한 흐름을 유지해왔지만,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둔화 우려가 겹치면서 최근 들어 균열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공식 비농업부문 고용지표와 실업률, 임금 상승률이 연준의 금리 결정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본다. 국제사회와 금융시장은 이번 고용 둔화가 미국 통화정책과 세계 경기 흐름에 어떤 변화를 예고하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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