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반감기 공식 깨졌다”…비트코인, 매크로·ETF 시대 속 ‘나홀로 겨울’ 전망 엇갈려
현지시각 기준 27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 비트코인 가격 흐름을 둘러싼 이른바 ‘4년 반감기 주기설’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전통 자산 시장이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비트코인은 장기간 조정을 거치며 과거와 다른 궤적을 보이고 있어, 공급 축소에 기대온 기존 예측 틀에 구조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뉴스BTC(NewsBTC)는 27일(현지시각)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BTC)의 가격이 과거 반감기 직후 사이클에서 나타났던 강세 패턴을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며 “4년 주기 반감기 모델은 시장을 설명하는 단일 기준이 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비트코인은 최근 미국(USA)과 유럽(Europe) 주요 증시, 금 가격이 나란히 고점을 경신하는 환경에서도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 ‘나홀로 겨울’을 보내고 있다는 진단이다.
비트코인 반감기는 채굴 보상이 4년마다 절반으로 줄어드는 구조를 뜻하며, 지금까지 세 차례 반감기마다 공급 쇼크를 계기로 대규모 강세장이 뒤따랐다. 이 경험칙을 토대로 시장에서는 ‘반감기 전·후 매수 후 장기 보유’ 전략이 일종의 불문율로 자리 잡아 왔다. 과거에는 신규 발행량 감소가 수급 불균형을 키우면서 가격 상승을 이끄는 메커니즘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최근 사이클에서는 이러한 공식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보고서는 “반감기 후에도 유동성 환경, 금리 수준, 위험자산 선호도, 규제 정책 등 매크로 요인이 가격을 압도하고 있다”며 “공급 감소만으로 시장을 설명하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글로벌 인플레이션 흐름과 같은 변수가 비트코인 가격 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는 설명이다.
새로운 수요 채널로 떠오른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도 시장 구조를 바꾸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제도권 투자자들이 ETF를 통해 비트코인에 접근하는 사례가 확대되면서, 더 이상 개인 투자자 중심의 단일 방향 랠리가 형성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기관 자금 유입과 동시에 헤지, 차익거래,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가격 변동 패턴이 복잡해졌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주식과 금 시장의 강세도 비트코인에 부담을 주는 환경으로 지목된다. 뉴욕 증시는 기술주 중심으로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고, 금 가격 역시 지정학적 불안과 통화가치 방어 수요에 힘입어 고점을 높이고 있다. 보고서는 “전통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이 모두 강한 랠리를 펼치는 상황에서 비트코인은 매크로 포트폴리오 내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각국 규제 리스크도 변수로 남아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를 비롯한 주요 규제기관은 가상자산 거래, 디파이(DeFi), 스테이킹 서비스 등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미카(MiCA) 규제체계 도입을 추진하며 시장 질서 정비에 나선 상태다. 주요국의 시각이 자산 보호와 혁신 진흥 사이에서 엇갈리는 가운데, 비트코인과 가상자산이 어떤 법적 지위를 갖게 될지에 따라 자금 유입 경로와 규모가 좌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주요 매체와 분석기관들도 비트코인의 ‘탈-사이클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경제지들은 “반감기 중심의 단순한 가격 예측 모델은 더 이상 기관투자가의 의사결정을 설명하지 못한다”며 비트코인을 거시환경과 규제 프레임 안에서 봐야 한다고 전했다. 일부 분석은 비트코인이 점차 다른 위험자산과 마찬가지로 경기 사이클, 유동성, 정책금리의 영향을 받는 ‘일반 자산’으로 수렴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한편에서는 “반감기 효과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며, 공급 축소는 여전히 중장기적인 가격 하방을 지지하는 요소”라는 시각이 나온다. 다른 한편에서는 “채굴 보상 규모가 전체 유통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면서, 과거와 같은 극적인 반감기 랠리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지금은 매크로 환경, ETF 자금 흐름, 규제 방향을 함께 고려하는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비트코인 시장이 과거 반감기 사이클에 기반한 단순한 예측 모델을 벗어나 복잡한 거시·제도 환경에 연동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 가운데, 투자자와 정책당국 모두 새로운 질서에 적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논쟁이 가상자산 가격 형성과 규제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