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군민 전원 대피령”…남부 집중호우에 인명·재산 피해 확산
7월 19일까지 나흘간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경남 산청을 비롯한 남부 지역 일대에 막대한 피해가 이어지며, 전국적으로 사망·실종자와 재산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산청군은 이날 오후 1시, 산사태와 침수 위협이 겹치자 사상 초유로 전 군민 3만3천여 명에게 대피령을 발령했다. 단일 지자체가 극한 기상 재해에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대피를 명령한 것은 역대 처음이다.
산청 지역에는 나흘 새 764mm의 비가 집중돼 하루 사이에 5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심정지, 2명이 실종됐다. 산청읍·단성면 일대에서 산사태와 마을 침수로 시민 구조 요청이 쏟아졌고, 당국은 현재까지 16명을 구조했으나 실종자 수색은 계속되고 있다. 밀양에서도 차량이 급류에 휩쓸려 60대 운전자가 숨졌고, 외고리 일대 6명은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다.

울산, 부산, 대구 등 영남권 전역에 호우 피해가 속출했다. 울산 태화강 일대는 홍수경보·홍수주의보가 순차적으로 내려졌고, 하천과 도로, 주차장 침수로 차량 50여 대가 피해를 입었다. 부상자도 나왔고, 울주군 일부 마을에는 대피령이 내려졌다. 국보급 문화재인 반구대 암각화도 댐 수위 상승 탓에 약 1년 7개월 만에 다시 수몰됐다.
부산에서는 야산 토석이 쏟아지며 22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강서구 대저동 한 빌라의 외장재가 떨어져 차량을 덮쳤다. 대구에서는 피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았으나 도로·하천 일대 침수로 일부 통행이 통제됐다.
광주·전남 지역도 침수와 실종 신고, 대규모 대피가 이어졌다. 광주 북구 신안교 인근에서 실종자 2명(80대·70대), 순천에서는 급류로 실종자가 발생했다. 광주에서는 383명이 일시 대피했고 83명은 대피소에 남아 있다. 도로·차량 침수, 싱크홀 등 피해 사례도 다수로, 광주에서만 9건의 싱크홀이 보고됐다.
전남 전역에서는 주택·상가 474곳, 농경지 5,209헥타르, 가축 21만8천 마리 등 직접적인 농축산 피해도 컸다. 수산 양식장 7곳도 파손됐다.
재난의 파장은 전국적이다. 7월 19일까지 전국 14개 시·도, 81개 시·군·구에서 9,520명이 일시 대피했고, 이 중 3,952명은 여전히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기상청은 “오늘 밤부터는 강수가 다소 약해질 전망이나, 동반되는 돌풍과 번개, 시간당 20~30㎜ 강한 비에 여전히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시설·농업·문화재 피해는 전국적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대규모 대피와 구조, 복구 작업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당국은 산사태, 제방 붕괴, 추가 침수 등의 2차 피해 예방에 만전을 기울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