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사태 후폭풍”…정부, 부총리 직할 TF로 정조준
플랫폼 기반 전자상거래 기업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데이터 경제 전반의 신뢰를 흔들고 있다. 정부가 쿠팡 고객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대응 수위를 한층 높이면서, 플랫폼 기업의 보안 의무와 책임 범위를 재정의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학기술부총리가 직접 범부처 태스크포스를 주재하기로 하면서 조사 강도와 제도 개편 논의 모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에서는 쿠팡 사태가 단일 기업 이슈를 넘어, 대형 플랫폼 전반의 개인정보 보호 체계를 전면 점검하는 촉매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25일 플랫폼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 및 소비자 보호를 주제로 관계부처 대책 회의를 열고 쿠팡 사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기존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범부처TF를 이끌어왔으나, 앞으로는 과학기술부총리 주재로 격상해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쿠팡 고객정보 유출과 관련해 정부 차원의 조사와 제도 개선을 동시에 강화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날 회의에는 배 부총리를 비롯해 공정거래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주요 규제·감독 기관 장관들이 대거 참석했다. 외교부 2차관,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정책실장, 대통령실 경제성장수석, AI미래기획수석, 안보3차장 등도 자리를 함께하며, 이번 사안을 단순 보안 사고가 아닌 국가적 데이터 거버넌스 이슈로 바라보는 시각이 반영됐다.
회의에서는 쿠팡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한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 향후 조사 계획, 2차 피해 예방 대책 등이 공유됐다. 정부는 기존 민관합동조사단을 중심으로 유출 정보의 종류와 규모, 유출 경위, 내부 통제와 시스템 보안 수준 등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이번 TF 격상 조치는 조사 결과에 따라 과징금, 시정명령, 형사 조치 등 강도 높은 행정·사법 조치까지 검토될 수 있음을 예고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쿠팡과 같은 대형 플랫폼사에 적용되는 개인정보 보호 의무 기준을 재점검하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플랫폼 기업이 보유한 고객 데이터 규모와 생활 밀착적 서비스 영향력을 고려할 때, 단순 침해 조사에 그치지 않고 정보 유출과 소비자 피해를 구조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데이터 암호화, 접근 통제, 내부자 통제, 로그 관리 등 기술적 보호 조치뿐 아니라, 사고 발생 시 투명한 공지와 피해 구제 프로세스를 법·제도 수준에서 정교화하는 방안이 논의될 여지도 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이날 쿠팡이 자사 홈페이지에 일방적으로 게시한 개인정보 유출 관련 공지를 즉각 반박하며 긴장 수위를 끌어올렸다. 쿠팡은 공지를 통해 조사 결과 유출자가 약 3300만 고객 계정의 기본 정보에 접근했으나 실제로 저장한 정보는 약 3000개 계정에 그쳤고 이후 모두 삭제했다고 주장했다. 또 고객 정보 유출자를 특정하고, 유출에 사용된 모든 장치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민관합동조사단에서 여전히 정보 유출의 종류와 규모, 유출 경위 등을 면밀히 조사 중이라고 강조했다. 쿠팡이 제시한 숫자와 경과는 아직 공식 조사단을 통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기업의 자체 발표가 사실상 조사 결과인 것처럼 소비자에게 전달될 경우 향후 책임 규명과 피해 구제 과정에서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낸 셈이다.
정부가 과기부총리 직할 TF로 체계를 격상한 것은 향후 관련 법제와 규제 강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유럽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과 같이 대형 플랫폼에 더 높은 수준의 보호 의무와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향, 미국 일부 주처럼 데이터 유출 통지 의무를 세분화하고 위반 시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방향 등이 국내에서도 본격 검토될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함께 참여하는 만큼, 데이터 보호와 더불어 플랫폼 거래 공정성, 소비자 보호 이슈가 결합된 종합 규제 설계가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클라우드 기반 인프라, AI 추천 시스템, 대규모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하는 모든 플랫폼 사업자에게 보안 투자를 확대하라는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사 중심으로 보안관제 아웃소싱, 침해사고 대응 자동화, 내부자 위협 탐지 솔루션 도입 등이 가속될 수 있지만, 중소 플랫폼 기업에는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병존한다.
정부는 쿠팡 사건에 대한 조사와 엄정한 제재와는 별개로, 산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데이터 활용과 보호의 균형을 맞추는 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업계에서는 데이터가 디지털 경제의 핵심 자산으로 떠오른 만큼, 과도한 규제로 혁신이 위축되지 않도록 세밀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의 정확한 사실관계와 책임 범위는 민관합동조사단의 결과를 통해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산업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마련될 신규 규제와 보안 기준이 실제 시장에 어떤 방식으로 안착할지, 그리고 데이터 기반 플랫폼 경제의 성장 궤적을 얼마나 바꿔놓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