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관계자와 2022년 한 차례 면담"…이종석 국정원장, 추가 접촉 전면 부인
정치권을 흔든 통일교 커넥션 의혹을 둘러싸고 국가정보원 수장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통일교 측 인사 접촉 의혹이 여야 대선 캠프를 동시에 겨누면서, 2022년 대선 정국의 뒷배경을 둘러싼 논란도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은 10일 윤영호 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세계본부장과의 접촉 의혹에 대해 2022년 초 통일교 관계자를 한 차례 만났다고 인정하면서도 이후 추가 교류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 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2022년 초 통일교 관계자가 지인을 통해 북한 문제 관련 의견을 전하고 싶다며 면담을 요청해 와, 지인을 동행한 상태로 세종연구소 연구실에서 한 차례 면담했다고 설명했다.

이종석 원장은 이어 그 이후 통일교 측과의 접촉이나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사실상 특정 현안에 대한 단발성 면담이었고, 정기적 접촉이나 정치적 공조는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이번 해명은 윤영호 전 본부장이 법정에서 밝힌 진술과 일부 언론 보도를 겨냥한 것이다. 윤 전 본부장은 5일 재판에서 2022년 2월 통일교가 추진한 한반도 평화서밋 행사를 앞두고 국민의힘 인사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인사들과도 접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여야 진영을 고루 만났다고 강조하며 정치권 전반에 물밑 접촉이 있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은 윤 전 본부장이 접촉했다는 민주당 측 인사 명단에 이종석 원장이 포함된 정황이 녹취록 형태로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평화서밋 개최를 앞두고 정치권 네트워크를 활용해 행사의 위상을 높이려 했다는 분석도 함께 제기됐다.
당시 시점에서 이종석 원장의 정치적 위치도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2022년 대선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직속 기구인 평화번영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한반도 평화와 대북 정책을 다루는 역할을 수행했던 만큼, 통일교 측이 북한 문제를 명분으로 이 원장과의 접촉을 시도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그러나 이종석 원장은 이번 면담이 지인 소개를 통한 정책 현안 관련 의견 청취 성격이었다고 강조하면서 정치적 로비나 통일교 현안 청탁과의 연관성은 부인하고 있다. 특히 윤 전 본부장이 통일교 현안을 청탁하면서 김건희 여사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로 구속기소된 사건과 자신과의 관계는 전혀 없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일교와 정치권의 접점은 여야를 막론하고 민감한 사안으로 떠오른 상태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통일교 관련 인사와의 접촉 의혹에 강하게 선을 긋고 있는 가운데, 재판 과정에서 추가 녹취나 진술이 나올 경우 정치권 파장은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검찰 수사와 재판을 통해 통일교와 정치권 인사 간 접점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드러날지가 향후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회 역시 상황에 따라 관련 현안 질의나 상임위원회 차원의 점검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 정치권은 통일교 이슈를 둘러싸고 장기 공방에 들어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