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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인상·대장동 국조 평행선”…여야, 예산시한 앞두고 정면 충돌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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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과 국정조사가 다시 맞부딪쳤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 시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법인세와 쟁점 예산, 대장동 재판 항소 포기 국정조사를 두고 격렬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양당은 12월 1일 오전 추가 협상을 통해 막판 합의를 시도하기로 했다.

 

30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유상범 원내운영수석부대표 등 여야 원내지도부는 내년도 예산안과 대장동 재판 항소 포기 관련 국정조사 도입 문제를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문진석 원내수석은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예산안을 추가로 더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예산안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 기한이 만료되는 이날까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내달 1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내년도 예산안 총지출 규모는 728조원이다. 이 가운데 예산결산위원회 소위원회 차원에서 합의하지 못한 정책 펀드, 지역사랑상품권,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등이 끝내 쟁점으로 남았다. 여야는 예결위 소소위에서 최대한 합의를 시도한 뒤, 이견이 큰 10건 안팎만 추려 원내대표 협상 테이블로 올린다는 구상이나, 세부 항목 조정에서 간극을 줄이지 못한 상황이다.

 

세법 개정 논의에서도 대립은 이어졌다. 여야는 휴일인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예산부수법안 11건을 처리했지만, 법인세법과 교육세법 개정안은 끝내 의결하지 못했다. 여야 원내대표단이 최종 담판을 짓기로 하면서 세법 협상은 상임위를 넘어 원내 지도부 레벨로 이관됐다.

 

법인세를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과세표준 구간별 1%포인트 일괄 인하된 세율을 원상 복구해 재정을 확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기업 부담을 고려해 2억원 이하 과세표준 구간에 대해서는 세율을 올리지 말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현재 법인세는 네 개 과표 구간에 따라 2억원 이하 9%, 2억원 초과에서 200억원 이하 19%, 200억원 초과에서 3천억원 이하 21%, 3천억원 초과 구간에 24% 누진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교육세의 경우 정부는 수익 1조원 이상 금융·보험사에 부과하는 세율을 현행 0.5%에서 1.0%로 상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여야 합의가 끝내 무산될 경우 법인세·교육세 인상 법안은 정부 원안대로 본회의에 상정될 가능성이 크다. 여야가 예산 부수세법에서까지 접점을 찾지 못한다면 정기국회 막판 정국 경색이 한층 짙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뒤따른다.

 

당초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날 저녁 다시 만나 법인세·교육세, 정책 펀드, 지역사랑상품권 등 쟁점 예산에 대한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었으나, 더불어민주당 요구로 협상 시점을 12월 1일 오전으로 미뤘다. 더불어민주당은 예결위 소소위에서 최대한 합의를 이끌어 낸 뒤, 쟁점이 큰 항목만 남겨 원내대표 간 최종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은 12월 2일이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예산안 처리 시한인 12월 2일까지 여야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단독 수정안 처리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당내에서는 정해진 시한 내에 예산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강하게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12월 3일이 비상계엄 선포 1년이 되는 시점이라는 점도 의식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국민의힘의 사과 여부가 예산 협상 구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여야가 예산과 과거 정치 사태를 둘러싼 공방을 동시에 이어갈 경우 정국 긴장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편 검찰의 대장동 재판 항소 포기를 둘러싼 국정조사 요구는 여야의 또 다른 충돌 지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으나, 국민의힘은 수용 조건을 놓고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유상범 원내수석은 회동 직후 기자들에게 "민주당이 국민의힘이 제시한 3가지 조건을 다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그에 대해 국민의힘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내부 의견 조율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리되는 대로 금주 초 입장을 다시 한번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법사위 차원의 국정조사를 수용하는 대신 조건을 내걸었다. 조건에는 나경원 의원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 선임, 독단적 법사위 운영 중단, 여야 합의에 따른 국정조사 증인 및 참고인 채택 등이 포함돼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대장동 국조 협상도 교착 상태에 빠진 상태다.

 

여야가 예산과 국정조사를 동시에 놓고 정면 충돌하는 구도가 이어지면서 정기국회 막판 정국은 한층 요동치고 있다. 예산안과 세법, 국정조사 등 주요 현안을 둘러싼 협상이 12월 1일 오전 재개되는 만큼, 국회는 시한을 앞두고 다시 한 번 고강도 줄다리기에 나설 전망이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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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대장동국정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