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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개인정보 유출, 징벌 배상 손본다”…이재명 대통령, 강력 제재 지시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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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둘러싸고 이재명 대통령과 쿠팡이 정면으로 마주섰다. 대규모 유출 규모와 사고 인지 지연이 드러나면서, 전자상거래 시대의 보안 책임을 어디까지 물어야 하는지에 대한 정치권 논쟁도 거세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2월 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쿠팡에서 약 3400만건에 이르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고 언급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내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에서 벌어진 사태를 두고 “피해 규모가 방대하지만 사건이 처음 발생하고 5개월 동안 회사가 유출 자체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 참으로 놀랍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원인 규명과 책임 추궁, 2차 피해 차단을 정부 차원의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재명 대통령 /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같은 자리에서 관계 부처에 해외 사례를 참고한 강력한 제재 방안을 주문했다. 그는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강조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상 매출액의 최대 3%까지 과징금 부과가 가능한 구조를 거론하며, 쿠팡의 매출 규모를 고려할 때 상당한 수준의 경제적 책임이 뒤따를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국회 현안질의에서도 이 대목이 구체적인 제재 수위 논의와 연결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반복되는 대형 보안 사고를 기술적 실수 차원이 아니라 기업 지배구조와 책임 구조 문제로 인식하겠다는 메시지에 가깝다. 그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전환이 가속되는 환경에서 개인정보가 핵심 자산이자 공공재에 준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간 관행처럼 방치돼 온 보안 관리 문화를 뿌리부터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공공과 민간을 포괄하는 새로운 디지털 보안 체계 필요성도 제기됐다. 대통령실은 브리핑에서 이재명 대통령 발언의 핵심은 대규모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책임 강화를 축으로 한 제도 재설계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과징금 상향 구조와 징벌적 손해배상 요건 등 세부 방안은 관계 부처 검토를 거쳐 정리해 설명하겠다고 전했다.

 

쿠팡 사태를 둘러싼 움직임은 정부와 국회, 시장에서 동시에 전개되는 양상이다. 같은 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현안질의에서는 인증 서명키 관리 부실과 장기간 갱신 지연 문제가 쟁점이 됐다. 여야 의원들은 쿠팡이 수개월 동안 이상 징후를 포착하지 못한 경위를 집중 추궁했고, 과징금 부과와 징벌적 배상 청구를 촉구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박대준 쿠팡 대표는 국회에서 “책임 회피 의사가 없다”고 답했지만, 관리 소홀 지적은 계속 제기됐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관련 감독 기관들은 12월 3일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질의에 잇달아 출석해 제재 수위와 추가 대책을 설명할 예정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사고 경위 조사와 과징금 부과 여부, 재발 방지 의무 부과 등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는 조사 결과에 따라 개인정보보호법과 전자상거래법 개정 논의에 착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소비자 일상에서는 불안감이 이미 수치로 드러났다. 관세청에 따르면 11월 30일부터 12월 1일까지 이틀 동안 접수된 개인통관번호 재발급 건수는 42만건을 넘겼다. 이는 지난해 연간 발급량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해외직구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쿠팡에 입력한 개인통관고유부호까지 노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통관번호 변경 방법과 계정 점검 요령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2차 피해 차단을 위해 “가용 수단을 모두 동원하라”고 지시했다. 관계 부처는 통관번호 재발급 절차를 간소화하고, 전자상거래 통관 내역 안내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소비자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한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특히 신용카드 정보, 계좌 정보, 인증 수단이 결합된 고위험 정보 결합 사례를 우선 점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글로벌 자본 시장에서도 반응이 빠르게 나타났다. 뉴욕 증시에서 쿠팡 주가는 개인정보 유출 사실이 알려진 뒤 첫 거래일에 5% 넘게 하락했다. 당초 수천 건 정도로 알려졌던 유출 규모가 수천만 건대로 늘어난 과정과 내부 직원의 인증 관리 부실이 원인으로 지목된 점이 투자자 신뢰를 흔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대규모 과징금과 손해배상 소송이 현실화될 경우 중장기 수익성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쿠팡을 지배하는 김범석 의장의 차등의결권 구조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막대한 의결권과 사회적 책임의 괴리가 확대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강도 높은 책임 추궁과 제도 개선 방향이 기업 지배구조 개편 논의와도 맞물리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형 플랫폼 기업에 대한 별도 규율 체계 도입 필요성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핵무기와 정교 분리, 혐오 표현 등 여러 현안에 대한 입장을 함께 밝혔지만,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안을 국무회의 모두발언의 핵심 축으로 삼았다고 정리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과징금 상향,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권한 강화 등 제도 손질 방향을 조속히 구체화하겠다고 전했다.

 

국회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정무위원회를 중심으로 현안질의를 이어가며 책임 소재와 제재 수위, 추가 입법 필요성을 논의할 계획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관계 부처가 마련할 대책과 맞물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엄중한 책임’ 원칙이 향후 입법과 규제 체계 개편 논의의 기준점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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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대통령#쿠팡#개인정보보호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