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AI에 쓰이는 칩 더 필요해졌다”…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 3분기 두 자릿수 성장에 공급망 재편 가속

정하린 기자
입력

현지시각 기준 4일,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계에서 올해 3분기 매출이 336억6천만달러를 기록했다는 집계가 나왔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11% 늘어난 수치다. 투자 위축과 경기 둔화 우려에도 최첨단 공정 투자가 이어지며 국제 반도체 공급망 재편 흐름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3분기 매출 증가는 주로 AI 학습과 추론에 쓰이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고성능 GPU와 CPU 생산을 위한 노광·식각·증착 등 첨단 장비 주문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주요 칩 제조사들이 3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과 패키징 기술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장비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 매출 3분기 336억6천만달러…AI 수요에 11% 증가
글로벌 반도체 장비 매출 3분기 336억6천만달러…AI 수요에 11% 증가

한동안 경기 둔화와 PC·스마트폰 수요 약세로 반도체 사이클 조정 국면이 이어졌지만, AI 기술 상용화가 새로운 수요 축으로 부상하면서 장비 시장이 빠르게 회복하는 양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데이터센터, 자율주행, 클라우드 서비스 확산이 향후 몇 년간 관련 투자를 지속적으로 자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배경에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과 이에 따른 공급망 재편도 자리 잡고 있다. 미국(USA) 정부가 중국(China)을 겨냥한 첨단 반도체 장비와 칩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한국과 대만, 일본(Japan), 유럽(Europe) 등 우방국 내 생산 거점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졌다. 이 같은 조치는 주변국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

 

각국 정부는 자국 내 반도체 제조 시설 유치를 위해 대규모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제조법을 통해 현지 공장 설립을 독려하고 있고, 유럽연합(EU)도 유럽 내 생산 비중을 늘리기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과 대만은 기존 파운드리·메모리 강점을 앞세워 AI 시대 핵심 생산 허브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국제 사회의 반응도 엇갈린다. 미국과 유럽 주요 매체들은 AI 붐이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성장 국면을 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특정 국가와 기업에 장비와 생산능력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구조를 위험 요소로 지적한다. 중국은 자국 내 장비·소재 국산화 속도를 높이며 기술 자립도를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어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반도체 장비 매출의 두 자릿수 성장이 단기적인 경기 반등을 넘어, AI 중심 디지털 전환이 국제 공급망 구조 자체를 바꾸는 신호로 본다. 안보와 산업 정책이 얽힌 기술 패권 경쟁이 이어질수록 장비 투자 흐름은 동맹국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며, 이에 따른 지역 간 격차도 심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사회는 이번 성장세가 향후 반도체 공급망 안정과 기술 규범 재정립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하린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글로벌반도체장비시장#ai수요#공급망재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