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치는 함께 익어가는 것”…이재명 대통령 부인 김혜경, 주한대사 배우자들과 김장 소통 행보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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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무대에서 문화가 다시 전면에 섰다. 이재명 대통령의 부인 김혜경 여사가 주한 외국대사 배우자들을 초청해 김장 체험 행사를 열며 한식과 외교를 엮은 소통 행보에 나섰다. 대통령 부인의 역할을 둘러싼 관심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통 음식 김치를 매개로 한 공공외교 시도가 주목을 받고 있다.

 

김혜경 여사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북촌 한식문화공간에서 주한 외국대사 배우자들과 함께 김장을 했다. 행사는 ‘하모니 오브 김장’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이날 행사가 한국의 대표 발효 음식인 김치를 통해 각국 외교사절과 문화적 공감대를 넓히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일본, 영국, 프랑스, 캐나다, 태국, 인도, 아르헨티나, 호주, 말레이시아, 몽골, 네덜란드 등 11개국 대사의 배우자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김치 명인으로 알려진 이하연 씨에게 김장 담그는 법을 배우며 배추 절이기, 양념 버무리기 등 전 과정을 함께 체험했다.

 

김 여사는 인사를 통해 “집마다 다른 재료와 솜씨로 만드는 우리 김장을 여러분이 다 같이 경험해보면 좋겠다”고 말한 뒤, 자리 곳곳을 돌며 각국 대사 배우자들의 김장 과정을 살폈다. 장갑을 끼고 직접 양념을 얹어주며 김치 속 고루 넣는 법을 알려주는 등 실질적인 체험에 함께했다.

 

체험을 마친 뒤에는 미리 준비된 김치와 수육, 두부 등을 곁들인 식사가 이어졌다. 김 여사는 갓김치, 파김치, 백김치 등 다양한 김치 종류를 하나씩 소개하며 김치 문화의 폭을 설명했다. 그는 “백김치는 저희 남편인 대통령님이 제일 좋아한다”고 말해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적 취향도 전했다.

 

또 “삼겹살과 갓김치를 함께 구우면 너무 맛있다”, “김치에는 유산균이 많아 속이 시원해지고 편해진다”고 말하며 김치 조리법과 건강 효능을 함께 소개했다. 외교사절 배우자들은 수육과 김치를 곁들여 맛을 보며 각국의 발효 음식과 비교하는 등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다.

 

김 여사는 행사를 마무리하며 김치의 발효 과정을 문화적 은유로 풀어냈다. 그는 “김치는 익는 과정에 따라 맛이 다 다르다”며 “다른 문화에 계신 분들이 모여 함께 익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러 문화권 인사들이 김치처럼 ‘함께 익어가는’ 상호 이해의 시간을 이어가자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행사장에는 채식, 할랄 등 각국의 식문화와 종교적 기준을 고려한 다양한 종류의 양념이 별도로 마련됐다. 일부 참가자는 고춧가루를 줄이고, 또 다른 참가자는 마늘과 젓갈 성분을 조절하는 등 각자의 식습관에 맞춘 김치를 담갔다. 이날 담근 김치는 항아리에 포장돼 각자 집으로 가져갔다. 김 여사 측은 이를 통해 “한국의 김장 문화를 단순 체험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이어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통령 부인이 외교사절 배우자들과의 접점을 넓히는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한식과 발효 문화에 초점을 맞춘 이번 행사가 향후 문화·관광 외교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은 앞으로도 한식과 전통문화를 매개로 한 외교 채널을 다각도로 모색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은 대통령 배우자의 공공외교 활동을 두고 역할과 범위를 둘러싼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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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이재명대통령#주한외국대사배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