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에 저체온증 경보…의료계, 출근길 동상 재가온 치료 강조
북극 한기 유입으로 성탄절 이후 전국 대부분 지역의 최저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면서 저체온증과 동상에 대한 경계가 강화되고 있다. 갑작스러운 기온 하강은 출근길이나 야외 근무자뿐 아니라 음주 후 귀가하는 일반인에게도 위험 요인이 된다. 의료계는 올겨울 첫 강추위가 본격화된 만큼 체온 유지와 조기 대응 지침을 숙지해야 한랭 손상으로 인한 중증 응급 상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심부 체온이 일정 기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심장 부정맥과 의식 저하가 동반되며, 의료기관의 재가온 치료 여부가 생사를 가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저체온증은 우리 몸의 심부 체온이 35도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를 말하며, 짧은 시간의 단순한 추위 노출로는 잘 발생하지 않는다. 정상 환경에서는 체온이 약간만 내려가도 근육 떨림을 통해 열을 생산하고, 추위를 피하는 행동을 스스로 유도해 체온을 방어한다. 그러나 차가운 물에 장시간 노출되거나 영하권 야외에 오래 머무르면 이런 생리적 조절에 한계가 오면서 체온이 방어선을 무너뜨리게 된다.

체온이 35도 밑으로 내려가면 인체 대사가 떨어지며 점차 신경계와 순환계 기능이 억제된다. 심부 체온이 32도 이하로 떨어지는 중등도 저체온증 단계에서는 의식이 흐려지고 호흡과 맥박, 혈압이 모두 감소 방향으로 진행된다. 이때 심장의 전기적 안정성이 깨져 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고, 교정이 늦으면 심장 정지로 이어져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위험이 커진다.
겨울철 한파 시 가장 기본적인 예방법은 보온과 체온 유지다. 외출 전에는 보온성이 좋은 내의를 착용하고, 방풍 기능을 갖춘 두꺼운 외투와 장갑, 모자, 목도리로 노출 부위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체온 유지에는 수분도 중요해 미지근한 물이나 따뜻한 차를 통해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카페인이 많은 음료는 이뇨 작용으로 체온 유지에 불리할 수 있어 과다 섭취를 피하는 편이 좋다.
음주 후 저체온증 위험은 더욱 커진다. 알코올은 말초 혈관을 확장해 일시적으로 따뜻함을 느끼게 하지만, 실제로는 체표면을 통한 열 손실을 증가시킨다. 동시에 판단력이 떨어져 얇은 옷차림으로 오래 서 있거나 노상에서 잠드는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의료진은 추운 날씨에 음주 후 귀가가 늦어질 것으로 예상될 경우 방한 대비를 강화하고, 길가나 골목에서 잠들어 있는 사람을 발견하면 즉시 119 신고와 함께 따뜻한 장소로 옮기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심한 저체온증이 의심될 때는 스스로 무리하게 움직여 체온을 올리려 하기보다 신속히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것이 안전하다. 응급실에서는 중심 정맥 온열 수액 주입, 가온된 산소 공급, 체외 순환 장치 활용 등 재가온 치료를 통해 심부 체온을 통제된 속도로 끌어올리는 전문 처치를 시행한다. 이 과정에서 심장 리듬 모니터링과 전해질 균형 교정이 함께 이뤄져 부정맥과 급성 심정지 위험을 관리한다.
동상도 한랭 환경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손상이다. 피부와 말초 조직이 과도하게 냉각되면 혈류가 줄면서 조직 손상이 시작된다. 초기에는 피부가 차갑고 창백해지며 저림과 따끔거림이 동반된다. 이어지는 중간 단계에서는 피부가 붉게 변하고 부기가 생기며, 더 진행되면 수포 형성과 함께 극심한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방치하면 피부가 푸르스름하거나 검게 변하며 감각이 둔해지거나 완전히 사라질 수 있는데, 이는 조직 괴사로 진행 중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동상이 의심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따뜻한 실내로 이동해 전신 체온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젖은 장갑과 양말, 신발 등은 즉시 벗기고 마른 옷으로 갈아입혀야 한다. 임지용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젖은 옷 제거와 함께 37도에서 40도 사이의 따뜻한 물에 동상 부위를 담그는 재가온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상 부위를 문지르거나 강하게 주무르는 행위, 직접적인 열풍기 노출은 미세 조직 손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증상이 심하거나 피부색이 검게 변한 경우에는 자가 처치만으로는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조직 괴사와 감염 위험이 커져, 항응고제 투여나 혈관 확장제, 필요 시 수술적 절제 등 전문 치료가 요구된다. 따라서 통증이 지속되거나 감각 소실이 의심되면 서둘러 응급의료센터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보건 당국과 의료계는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 한파와 한랭 스트레스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개인 차원의 방한 수칙 준수와 더불어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한파 쉼터 운영, 노숙인 보호, 야외 근로자 안전 지침 강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응급의학 전문가들은 한파 속 저체온증과 동상 위험이 일시적 계절 현상을 넘어 공중보건 차원의 관리 대상이 되고 있다며, 시민 개개인의 예방 행동과 사회 안전망이 함께 작동할 때 중증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이번 겨울 한파 대응 경험이 향후 기후 위기 시대의 건강 보호 전략 수립에도 중요한 참고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