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50% 상호관세에도 수출 늘었다”…인도, 대미 수출 반등에 무역협상 지렛대 확보 전망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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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1월, 인도(New Delhi, India)에서 발표된 무역 통계에 따르면 인도의 대미(USA) 상품 수출이 두 달 연속 감소 흐름을 끊고 20%대 증가율로 반등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인도산 수출품에 최대 50% 수준의 상호관세를 물리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실적이라 미국과의 진행 중인 무역협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과 미국산 농산물 시장 개방을 둘러싼 갈등 구도가 다시 주목받는 국면이다.  

 

이코노믹타임스가 인도 상공부 자료를 인용해 전한 바에 따르면, 인도의 11월 대미 상품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22.61% 늘어난 69억8천만달러(약 10조3천억원)를 기록했다. 인도의 대미 수출은 9월 11.9% 감소, 10월 8.58% 감소로 두 달 연속 뒷걸음질쳤으나, 11월 들어 뚜렷한 회복세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미국으로부터의 상품 수입도 전년 동월보다 38.29% 증가한 52억5천만달러(약 7조8천억원)로 집계되며 양방향 교역이 모두 확대됐다.  

인도 11월 대미 수출 22.6%↑ 반등…50% 상호관세 속 전자·의약품 호조
인도 11월 대미 수출 22.6%↑ 반등…50% 상호관세 속 전자·의약품 호조

올해 회계연도 기준인 지난 4월부터 11월까지 누적 기준으로 보면 인도의 대미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38% 증가했고, 대미 수입은 13.49% 늘었다. 양국 간 고율 관세와 정치적 긴장에도 불구하고 실물 교역 규모는 꾸준히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번 수출 회복은 트럼프 행정부가 8월 27일부터 인도산 수출품 상당수에 대해 최대 50% 수준의 상호관세를 적용하는 가운데 나온 결과다. 미국 측은 인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로부터 원유를 지속적으로 수입해 러시아의 전쟁 수행을 간접 지원하고 있다고 보고, 제재 성격의 25% 추가 관세를 포함해 총 50%의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주변국에도 파장을 미친 대러 제재 체제 속에서 인도는 독자 노선을 유지해 왔고, 그 대가가 통상 압박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그럼에도 11월 대미 수출이 반등한 배경에는 스마트폰을 포함한 전자제품과 의약품 등 관세가 면제된 품목의 견조한 수요가 자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인도산 의약품은 이미 미국 제네릭 의약품 시장의 핵심 공급원으로 자리 잡았고, 다국적 기업들의 인도 내 스마트폰 생산 확대도 수출 증가를 견인했다. 인도 정부는 이러한 비관세 품목 호조가 고율 관세의 부정적 효과를 부분적으로 상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대미 수출 회복세는 4월부터 이어져 온 인도·미국 간 무역협상에서 인도 측 협상력을 높이는 새로운 지렛대로 평가된다. 양국은 미국산 농산물 시장 접근 확대 요구,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문제, 상호 관세 조정 문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태다. 인도는 자국 농업 보호와 식량 안보를 이유로 미국의 요구에 신중한 태도를 고수해 왔고, 미국은 대러 제재 공조와 시장 개방을 압박 카드로 활용해 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인도 정부 관계자들은 최근 수출 반등을 배경으로 미국이 요구하는 농산물 수입 확대에 대해 반대 입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한 인도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 측이 핵심적으로 요구하는 유전자 변형(GMO) 농작물과 옥수수 수입 확대에 응할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GMO 농산물에 대한 인도 내 사회적 거부감과 농민층 반발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고려된 판단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발언은 양국 협상이 단기간에 타결되기 어렵다는 전망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라제시 아그라왈 인도 상공부 차관은 11월 대미 수출 실적과 관련해 자국이 다른 국가들보다 약 30%포인트 높은 50% 상호관세를 적용받고 있음에도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도 수출업체들이 여전히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면서, 미국 시장에서 인도산 전자제품과 의약품, 일부 제조업 제품의 경쟁력이 입증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인도와 미국 양측에서 무역협상이 조만간 타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앞으로 몇 달간 협상 진행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USA) 내부에서는 러시아 제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인도의 에너지 전략 조정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중국(China) 견제를 위해 인도와의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교차하고 있다. 공급망 재편과 탈중국 흐름 속에서 인도를 대체 생산기지로 삼으려는 미국 기업들이 늘어난 점도 양국 통상 관계에 구조적 변화를 낳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 같은 상황은 미국의 대인도 압박 수위를 일정 수준 이상 높이기 어렵게 만드는 제약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국제 무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인도의 대미 수출 반등이 미·중 디커플링 과정에서 인도가 상대적 수혜를 누리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러시아산 원유 수입과 GMO 농산물 수입 확대 거부는 서방과의 가치 연대보다는 전략적 자율성을 우선시하는 인도 특유의 외교 노선을 재확인시켰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앞으로 인도와 미국이 상호관세 조정, 러시아 제재 공조, 농산물·에너지·기술 분야 시장 개방을 어떤 조합으로 타협해 나갈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양국이 이해관계 충돌을 관리하면서도 협력 접점을 넓혀갈 수 있을지, 그리고 이번 수출 반등이 인도의 장기적 협상 우위를 뒷받침할 수 있을지 국제사회는 이번 발표의 후속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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