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아름이네 삼 남매, 수해의 밤 절망 속 희망→마을회관에서 가족 이름으로 버티다
여름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운 예산의 한 마을, ‘동행’은 아름이네 삼 남매가 마주한 수해의 상처 위를 또다시 걷는다. 예기치 않았던 폭우가 가족의 삶을 집어삼킨 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뿌리째 흔들린 집과 부서진 살림, 그리고 상처로 얼룩진 하루를 꼭 껴안았다. 단단하게 서로를 감싸는 삼 남매는 마을의 유일한 아이들이며, 이별과 재해의 기억 너머 가족이 견뎌야 할 시간을 함께 이겨내고 있다.
7월, 밤을 가르던 긴급 방송 한 줄에 아름이네 가족은 집을 등지고 대피소가 된 마을회관에서 잠시 숨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물에 잠긴 집은 돌아갈 수 없는 공간이 됐고, 도배도 미처 마르지 못한 낡은 바닥은 여전히 피난의 기억을 품고 있다. 백 년을 품었던 집과 달리, 현재의 생활 터는 임시적이고 좁았지만, 가족은 어깨를 맞대며 고단한 일상을 이어갔다.

삶을 삼켰던 물살 속에서도, 삼 남매의 건너온 시간은 더욱 특별했다. 가족을 위해 직업교육을 자처하고, 일찍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큰딸 아름이, 책가방을 소중히 챙기며 작은 의무도 놓지 않았던 둘째 찬솔이, 할머니의 약을 품에 안고 침수된 집을 다시 찾은 막내 보름이까지. 아이들은 어깨를 내어주며 위태로운 한여름 밤을 지키고자 했다.
무거운 세월의 끝자락, 할머니는 힘겹게 눈물을 속이고 아이들을 보살폈다. 건강마저 위협받는 와중에도 삼 남매를 위해 누구보다 굳센 버팀목이 됐다. 진흙이 마르지 않은 골목에는 봉사자들의 손길이 서리고, 아이들의 웃음이 마을 어귀를 밝히며 잃어버린 일상에 작은 희망이 스며들었다.
집도 농사도 삶의 기반도 잠시 사라졌지만, 서로를 잇는 사랑만큼은 깊어졌다. ‘동행’은 할머니와 삼 남매, 할아버지의 소박하지만 단단한 버팀을 지켜보며, 상실 위에도 포기하지 않는 연대의 의미를 되새겼다. 물리적인 집이 무너져도, 마을회관의 좁은 밤이 가족의 이름으로 이어진 순간은 지켜내는 시간임을 보여줬다.
‘동행’은 2025년 8월 9일 토요일 저녁 6시, 묵직한 상처를 지나 서로의 손을 다시 잡고 집으로 향하는 아름이네 삼 남매와 가족의 모습을 깊은 시선으로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