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 답하라” 무색해진 농담…이재명, 생중계 업무보고서 공직 기강 압박
정책 성과 경쟁과 책임 공방이 맞물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생중계 업무보고 자리에서 공직사회와 정면으로 마주 섰다. 칭찬과 질책을 오가는 방식으로 공무원들을 독려하면서도, 준비되지 않은 답변에는 날 선 지적을 쏟아내며 기강 다잡기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16일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이 참여한 생중계 업무보고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 국민권익위원회, 국립중앙박물관 등 각 기관 사례를 거론하며 현장 공무원들을 직접 호명해 치하했다. 동시에 마약사범 재활 정책 설명 과정에서 담당자들이 엉뚱한 답변을 반복하자 공개적으로 질책하며 긴장감을 높였다.

이 대통령은 먼저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고를 받은 뒤 과거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당시 대응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식약처가 별도 시스템을 구축해 민원을 처리한 사실을 꺼내 들며 "식약처는 전에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불이 났을 때 별도 시스템을 만들어서 민원을 처리했다고 하던데, 담당자가 누구냐"라고 물었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정보화 업무 담당자를 소개하자 김익상 정보화담당관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 대통령은 "아주 훌륭하게 잘 처리하셨다. 박수 한번 주시라"며 참석자들에게 박수를 요청했다. 생중계 업무보고 자리에서 개별 공무원을 지목해 공로를 인정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린 셈이다.
문화 분야 기관에 대해서도 비슷한 메시지를 보냈다. 이 대통령은 국립박물관 문화재단이 선보인 박물관 기념품, 이른바 뮷즈 판매 성과를 언급하며 "엄청나게 팔았다면서요. 잘하셨다"고 말했다. 또 국립중앙박물관이 마련한 분장 대회 행사와 관련해서는 "아주 아이디어가 괜찮았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정책 보고를 넘어 대중 친화적 시도를 높이 사는 발언으로 읽힌다.
국민권익위원회에는 민원 처리 태도를 두고 주문을 더했다. 이 대통령은 소위 악성 민원으로 분류되는 반복 민원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경청하는 자세"를 보여 달라고 강조했다. 양종삼 국민권익위원회 고충처리국장이 민원 업무를 즐겁게 하고 있다고 보고하자, 이 대통령은 최근 세종 방문 당시 만난 권익위 갈등 조정관을 떠올렸다. 그는 "지난번 세종에 왔다가 만난 권익위 소속 갈등 조정관은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더라. 대통령실로 빼가려다 말았다"고 말하며 권익위 내부 인력을 호평했다.
유머를 섞은 장면도 있었다. 이 대통령은 한국관광공사 사장직 공석 상황이 보고되자, 옆자리에 앉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을 향해 "인사 안 하고 뭐 하셨느냐"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인사 지연을 둘러싼 부담을 비서실장에게 농담 형식으로 던지며 분위기를 누그러뜨린 대목이다.
그러나 회의장 공기가 곧바로 굳어지는 순간도 연출됐다. 특히 마약사범 재활치료 대책을 묻는 과정에서 기관장과 실무자들의 답변이 질문 취지에서 빗나가자, 이 대통령은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서국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장에게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마약사범의 재활치료 방안을 물었다. 그러나 답변이 구체적이지 않자 한숨을 내쉬며 답답함을 표했다. 이후 보건복지부 담당 국장이 나서 "보충 설명을 하겠다"고 했지만, 이 대통령은 "정확하게 답하라"고 지시하며 보다 명확한 설명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담당 국장이 사례를 뒤섞어 설명하자, 이 대통령은 "허 참, 지금 기소유예와 집행유예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적 개념을 혼동하는 답변에 대해 현장에서 곧바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상황이 길어지자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나서 진화에 나섰다. 정 장관은 마약 관련 범부처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보고했고, 이 대통령은 "법무부와 상의해서 별도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마약 대응 체계를 보건복지부와 법무부가 함께 보완하라는 주문으로, 향후 범정부 협의체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통령이 생중계 형식으로 공직자들을 공개 칭찬하고 질책하는 방식에 대해 엇갈린 해석도 나온다. 한쪽에서는 공직사회의 책임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평가가 제기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현장 실무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정부는 이날 논의된 마약사범 재활 대책과 공직사회 서비스 개선 과제를 중심으로 후속 조치를 정리해 관계 부처 협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국회 역시 마약 근절 입법과 공공 서비스 혁신과 관련된 법안들을 다음 회기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