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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푸드 수출, 스마트해썹 탄력받다…식약처, 글로벌 인증 지원 확대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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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과 글로벌 식품안전 기준을 결합한 K푸드 수출 지원 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은 중소 식품 제조업체에 공정 검증과 스마트 해썹 기술지원을 결합한 식품안전담보사업을 추진해, 글로벌 인증 획득과 수출 증가를 동시에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을 데이터 기반 안전관리와 중소기업 수출 경쟁력 강화를 잇는 가교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식약처와 식품안전관리인증원은 3월부터 11월까지 2025년 식품안전담보사업을 추진한 결과를 24일 공개했다. 사업에는 총 21개 중소 식품제조·가공업체가 참여했다. 두 기관은 참여기업을 대상으로 수출식품 제조공정 검증, 스마트해썹 기술지원, 해외 유통사 초청 수출상담회 등 패키지형 지원을 병행했다. 그 결과 9개 업체가 국제 식품안전 인증을 새로 획득했고, 전체 참여기업의 수출액은 전년 대비 11.4퍼센트, 금액 기준 약 39억원 늘어났다.

핵심은 글로벌 기준에 맞춘 공정 안전성 검증이다. 식약처와 인증원은 수출용 식품 제조공정이 국제 규격에 부합하는지 점검하고, 취약지점을 찾아 개선안을 제시하는 방식의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했다. 이를 통해 9개 업체가 FSSC22000과 할랄 식품 인증 등 글로벌 식품안전인증을 획득했다. FSSC22000은 국제식품안전협회가 승인한 식품안전경영인증 시스템으로, 다국적 유통사와 글로벌 제조사가 납품 조건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할랄 식품 인증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섭취와 사용이 허용되는 식품임을 증명하는 절차로, 중동과 동남아 시장 진출의 사실상 필수 관문으로 통한다.

 

특히 이번 사업은 공정 디지털화를 통한 스마트해썹 도입 확산에 방점을 찍었다. 참여기업을 대상으로 시스템 도입과 활용 수준을 진단하고, 사물인터넷 기술을 접목한 공정 데이터 수집과 분석 방식을 설계해준 결과 4개 업체가 스마트 해썹을 정식 등록했다. 스마트해썹은 중요관리점 모니터링 데이터를 자동으로 기록하고 관리·평가하는 시스템으로, 수기 기록에 비해 데이터 위조나 누락 위험을 크게 줄인다. 온도, 시간, 습도 등 주요 공정 변수가 센서를 통해 실시간 수집되고,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즉시 알림을 제공해 위해요소를 선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해외 시장 개척 지원도 병행됐다. 식약처와 인증원은 미국과 베트남 등 해외 유통사와 구매자를 국내로 초청해 수출상담회를 열고, 개별 기업의 제품 특성과 타깃 국가 규제에 맞춘 상담을 제공했다. 동시에 에콰도르 등 중남미 국가에서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K푸드 전시회를 개최해 신규 바이어 접점을 넓혔다. 이런 지원을 바탕으로 참여기업은 벨라루스, 러시아, 에콰도르, 아르메니아, 가나, 콜롬비아, 우크라이나 등 7개 신흥국 시장에 처음 진출했고, 해당 국가에서 수출식품 전 제품이 적합 판정을 받았다.

 

사업에 참여한 업체들은 공정 혁신과 판로 확대의 실질적 성과를 강조했다. 소지호 흥부골 대표는 식품안전담보사업을 통해 제조공정을 체계적으로 개선하고 스마트 센서를 도입해 스마트 해썹까지 등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임영주 지니푸드시스템 대표는 맞춤형 수출지원을 통해 국내 면세점을 포함한 국내외 유통사로 판로를 넓혔다고 평가했다. 데이터 기반 공정관리와 글로벌 인증 확보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단가 경쟁이 아닌 품질과 신뢰도를 앞세운 수출 전략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식품안전 데이터 관리와 디지털 인증 연계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대형 유통사들은 블록체인과 클라우드 기반 추적 시스템을 통해 원재료 생산 이력부터 최종 유통 단계까지 데이터를 요구하는 추세다. 이와 비교할 때 국내 중소기업은 시스템 투자 여력이 부족해 대응이 더딘 편이었지만, 이번 사업은 공공 주도의 기술지원으로 그 격차를 줄이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특히 스마트해썹은 HACCP 기준을 충족하면서도 인력 부담을 줄이고, 수출국 현장 점검 시 데이터 신뢰성을 객관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도구로 작용할 수 있다.

 

규제 측면에서는 글로벌 식품안전 규격과 각국 수입 규정이 점차 까다로워지는 흐름이다. 미국, 유럽연합, 중동, 동남아 국가마다 할랄, 알레르기 표시, 잔류 농약 기준, 식중독균 관리 등 요구조건이 상이해, 표준화된 경영인증 시스템과 디지털 기록이 없을 경우 수출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식약처가 공정 검증과 스마트해썹 도입을 결합한 것은 이러한 규제 환경을 선제적으로 반영한 조치로 보인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K푸드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수출을 확대하려면 중소기업이 글로벌 수준의 식품안전관리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소기업의 우수한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이 일회성 지원에 그칠지, 데이터 기반 안전관리와 글로벌 인증을 표준화하는 상시 프로그램으로 확장될지가 향후 K푸드 수출 경쟁력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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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스마트해썹#k푸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