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임신한 쥐도 출산”…중국, 포유류 생식 실험 진전
우주 환경에서도 포유류의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저중력과 우주방사선이 생식 기능과 초기 배아 발달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단기간 우주 체류가 최소한 설치류의 생식 능력을 유지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다. 업계와 학계는 장기 유인 달·화성 탐사와 우주 정주 시대를 상정한 생명과학 연구의 분기점 중 하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중국과학원 산하 우주이용기술공정센터는 중국우주정거장에서 약 2주를 보낸 암컷 쥐가 지구로 복귀한 뒤 새끼를 정상적으로 출산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실험에는 지난 10월 31일 선저우 21호 우주선을 통해 우주정거장으로 이송된 쥐 4마리가 사용됐다. 쥐들은 우주정거장 내 특수 사육 시설에서 약 2주간 머문 뒤 지난달 14일 지구로 돌아왔으며, 지상 관찰 과정에서 암컷 한 마리가 임신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암컷 쥐는 12월 10일 새끼 9마리를 출산했고, 이 가운데 6마리가 생존해 성장 중이다. 설치류 연구에서 알려진 통상적인 출산 후 생존 비율과 비교했을 때 통계적으로 정상 범주에 해당하는 결과라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어미 쥐가 정상적으로 수유하고 있으며 새끼들도 활동성이 높고 외형적 이상 소견이 없다고 전했다. 쥐의 평균 임신 기간이 19일에서 21일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수정과 배아 초기 발달 과정의 상당 부분이 우주 환경에서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우주정거장 내 쥐 사육에는 미세중력과 방사선 노출을 통제하기 위한 특수 케이지와 생체 모니터링 장비가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세중력은 체액 분포, 호르몬 조절, 장기 위치와 기능에 영향을 주는 변수로, 생식기 계통의 혈류 변화와 배아 착상 과정에 장애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특히 포유류는 체내수정과 자궁 내 발달이라는 섬세한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중력 변화에 따른 자궁 내막 구조 변화와 배아 부착, 태반 형성 과정이 교란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돼 왔다.
왕훙메이 중국과학원 동물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결과에 대해 단기간 우주 비행이 쥐의 생식 능력을 손상시키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실험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주 환경이 포유류 배아의 초기 발달 단계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할 수 있는 귀중한 표본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실험에서는 수정, 착상, 기관 형성 초기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발달 단계 중 상당 부분이 우주와 지구, 두 환경에 걸쳐 진행돼, 중력 전환 시점에 따른 세포·조직 반응 분석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우주 생식 연구는 단기 체류 위주의 기존 유인비행과 달리, 장기 거주를 전제로 한 우주정거장 운영과 달·화성 거주 계획에서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인류가 수십 년 이상 지속되는 유인 탐사와 우주 거주를 추진하려면, 개체 단위 생존을 넘어 세대 유지가 가능한지 과학적으로 검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주에서의 생식과 발달이 불가능하다면, 장기적으로는 지구-우주 간 순환형 인력 공급 구조나 냉동배아 등 대체 전략이 필요해진다.
미국과 일본 등도 과거 국제우주정거장을 활용해 어류·양서류·절지동물 등을 대상으로 한 생식·발달 실험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포유류의 경우 체내 발달 단계가 복잡하고 윤리·동물복지 논의도 얽혀 있어, 장기간 전 주기 실험은 제한적으로 진행돼 왔다. 일부 국가에서 쥐 정자나 배아를 우주에서 보관한 뒤 지상에서 수정·출산 결과를 관찰한 사례는 있었지만, 수정부터 출산까지 전 과정이 우주 환경과 지구 환경을 오가는 형태로 진행된 사례는 아직 축적 단계에 머물러 있다.
중국이 이번처럼 우주정거장 체류 포유류의 임신과 출산 데이터를 확보한 것은 향후 자체 우주정거장 장기 운영과 달 기지 구상 과정에서 기초 생물학 데이터베이스를 쌓는 시도로 해석된다. 포유류의 생식과 발달은 사람과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없지만, 호르몬 조절 체계와 태반 구조 등에서 공통점이 많아 인간 의학 연구의 전단계 모델로 활용돼 왔다. 따라서 이번 데이터는 인간 생식 건강과 태아 발달이 우주 환경에서 받는 영향을 간접 추정하는 기초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실험 기간이 비교적 짧고, 표본 수가 제한적인 만큼 통계적 일반화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장기간 반복 임신, 다세대 번식, 다양한 방사선 조건과 중력 수준을 조합한 실험이 이어져야 실제 우주 정주 시나리오에 가까운 데이터가 나온다는 것이다. 또한 인간에 대한 직접적 적용 단계에서는 윤리 기준과 안전성 검증 수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우주 생식 연구가 단기적으로는 우주인의 생식 건강 관리와 방사선 방호 기준을 정교화하는 데 활용되고, 장기적으로는 우주 거주 도시 구상을 구체화하는 과학적 토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와 우주 개발 기관들은 향후 포유류를 넘어, 다양한 모델동물을 활용한 생식·발달 연구 결과를 지켜보며 우주 장기 체류 시스템 설계에 반영할지 주시하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