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직격탄 황반변성"…2040년 환자 3배 급증 전망
습성 연령관련 황반변성이 초고령화 사회의 핵심 실명 질환으로 부상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장기 추세를 분석한 결과, 2040년에는 현재보다 환자 수가 3배 가까이 늘고 유병률과 발병률도 약 2배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의료계는 이 질환이 국가 의료비와 생산성 손실을 동시에 키우는 대표 안질환으로 떠오를 수 있어, 보험제도와 노인 돌봄 체계를 포함한 보건의료 시스템 전반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본다.
연구는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우세준·김민석 교수팀이 수행했다. 연구진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40세 이상 인구에서 습성 연령관련 황반변성의 유병률과 발병률 변화를 추적했다. 이후 시계열 분석 통계 기법을 적용해 2040년까지의 환자 규모와 질환 부담을 예측하고, 연령별 증가 양상을 비교했다. 사용된 데이터는 전국 단위 청구 자료로, 특정 의료기관에 한정되지 않는 점에서 국내 황반변성 역학을 반영하는 기초 자료로 평가된다.

습성 연령관련 황반변성은 망막 중심부인 황반이 손상돼 사물이 휘어 보이거나 중심 시야에 암점이 생기는 질환이다. 노화에 따른 황반 조직의 퇴행성 변화로 시작되며,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이 망막 아래로 자라 들어가 출혈과 삼출을 일으키면서 황반이 손상된다. 이러한 혈관 누출 때문에 조직이 말 그대로 젖은 상태가 되기 때문에 습성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초기에는 한쪽 눈에서 서서히 시야가 흐려지는 양상으로 나타나지만, 진행되면 중심 시력을 잃어 독서나 운전, 얼굴 인식처럼 일상 기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연구 결과, 2013년 이후 습성 연령관련 황반변성의 유병률과 발병률은 모두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2013년 유병률은 인구 만 명당 10.7명이었으나, 2022년에는 22.5명으로 약 110퍼센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발병률도 만 명당 2.8명에서 4.7명으로 68퍼센트 상승했다. 연구진은 연령 표준화 기법을 적용해 단순 인구 고령화 효과를 제거한 뒤에도 증가 추세가 유지되는지를 확인해, 황반변성 자체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향후 추세를 예측하는 시계열 분석에서는 증가 속도가 더 가팔라질 것으로 나타났다. 모델에 따르면 2040년 유병률은 만 명당 46.2명, 발병률은 8.4명 수준으로 전망됐다. 누적 환자 수는 약 37만 4000명으로, 2022년 약 12만 7000명에서 3배 가까이 늘어나는 셈이다. 단기 유행이 아닌 지속적인 구조적 증가로 해석할 수 있어, 장기 재정 추계를 반영해야 할 보건정책 변수로 떠오른다.
연령별 분석에서는 고령층의 부담이 특히 두드러졌다. 연구진에 따르면 80세 이상 고령 인구에서는 유병률이 매년 약 10퍼센트씩 증가하는 패턴을 보였다. 초고령층의 규모가 빠르게 커지는 국내 인구 구조를 감안하면, 황반변성 환자 풀 자체가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우세준 교수는 습성 연령관련 황반변성이 고령층과 남성에서 발병률이 높고, 시력 상실로 이어질 경우 장기 요양과 돌봄 부담을 동반하는 질환이라는 점에서 사회경제적 파장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습성 연령관련 황반변성의 치료에는 망막 신생혈관 성장에 관여하는 물질을 차단하는 항혈관내피성장인자 주사제가 표준으로 쓰인다. 정기적으로 안구 내에 주사를 맞아 신생혈관의 성장을 억제하고 출혈과 부종을 줄이는 방식이다. 치료 효과가 입증돼 실명 위험을 낮출 수 있지만, 반복 시술이 필요해 의료기관 방문 빈도가 높고 장기간 약제비가 들어간다는 한계가 있다. 유병률과 발병률이 예측치대로 오른다면 주사제 사용량, 외래 진료 수요, 동반 검사 비용 등이 동시에 증가해, 고가 항암제에 버금가는 안과 영역 재정 이슈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는 전국민을 포괄하는 청구 정보로, 국가 단위 안질환 감시체계의 역할을 일부 대체하고 있다. 특정 지역이나 환자군에 한정된 코호트 연구보다 표본 대표성이 높아 장기 추세를 파악하는 데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청구 데이터 특성상 진단 코드 입력에 따른 분류 오류 가능성은 남아 있어, 향후에는 영상 판독 정보를 결합한 정밀 역학 연구가 보완돼야 할 필요가 제기된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일본과 유럽에서도 연령관련 황반변성은 이미 주요 실명 원인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국가 차원의 시력 보건 계획에 황반변성 관리가 포함돼 있으며, 영국 등에서는 정기 안저 검사와 조기 발견 프로그램을 통해 치료 시점을 앞당기는 전략이 추진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건강검진 체계에서 안저 촬영과 고령층 망막 검진이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어, 황반변성 증가 추세를 고려한 검진 지침 개편 논의가 불가피해 보인다.
정책적 대응 과제도 뚜렷해지고 있다. 김민석 교수는 신뢰도 높은 공단 데이터를 이용한 장기 추세 분석을 통해 국가 의료비와 사회적 부담 증가 위험을 수치로 제시했다며, 이를 근거로 치료 접근성 확대와 보험제도 개선, 고령층 관리 강화 같은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어촌과 저소득층 고령자에서 망막 전문 진료 접근이 떨어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지역 간 의료격차를 줄이는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향후 국내 안과 영역에서의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인력 양성, 첨단 진단장비 확충, 디지털 헬스 기술과의 결합이 동시에 검토돼야 할 것으로 본다. 특히 원격 판독과 인공지능 기반 망막 영상 분석 기술을 활용하면, 1차 의료기관에서도 황반변성 고위험군을 조기 선별해 상급 병원으로 연계하는 체계 구축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고령자가 주 대상인 만큼 디지털 격차, 개인정보 보호, 진단 책임 등 규제와 윤리 이슈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우세준 교수는 습성 연령관련 황반변성이 실명까지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질환이기 때문에 증상이 진행되기 전 조기 치료와 관리가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 환자 수 증가가 불가피한 만큼 국가 차원의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해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정책과 의료 현장이 정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황반변성이 고령사회 보건정책의 핵심 변수로 부상한 만큼, 치료 기술 발전과 제도 개선 속도를 어떻게 맞출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의학회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한국의학저널에 게재됐다. 제도와 재정, 임상 현장을 아우르는 정책 논의의 근거자료로 활용될지 관심이 모인다. 산업계와 보건당국은 황반변성 관리 전략이 고령사회 건강 수명 연장과 의료 재정 건전성 확보를 동시에 좌우할 수 있다며 장기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