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내란몰이 책임져야"…국민의힘, 秋 영장기각 계기로 민주당 정면 비판
12·3 비상계엄 사태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격돌했다. 특히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을 계기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내란 책임 공방을 놓고 다시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계엄 책임론과 당 정체성 논쟁이 겹치면서 보수 야권 내부 노선 경쟁도 한층 가열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3일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여권을 향한 역공에 나섰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전날 추 전 원내대표에게 청구된 12·3 비상계엄 관련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여권이 추진해 온 비상계엄 특검 수사와 민주당의 위헌정당 해산 공세를 정치 탄압으로 규정하며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새벽 서울구치소에서 추 전 원내대표가 풀려난 직후 취재진과 만나 "국민께서 이재명 정권의 내란몰이 폭거를 준엄하게 심판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이 반헌법적·반민주적 내란몰이를 멈추지 않는다면 국민이 이 정권을 끌어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장 기각을 단순한 절차적 판단이 아니라 정권 심판 여론의 표현으로 해석한 셈이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재명 민주당의 계엄팔이, 내란 중독 망상은 이제 진실의 벽 앞에서 하나씩 깨져 산산조각 날 것"이라고 적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도 "민주당과 조은석 특검이야말로 허위 내란몰이 공범으로 반드시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며 특검과 여권을 동시에 겨냥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글을 통해 "국민의힘은 계엄 해제에 동참했고 지도부 방해도 없었다"며 "계엄 해제를 방해한 정당도, 내란을 옹호한 정당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중진들이 한목소리로 자당의 계엄 관여 의혹을 차단하면서 민주당을 향해 강경한 방어선을 구축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한 영장 기각 자체가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 선포에 조직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제기해 온 국민의힘 위헌정당 해산 주장에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여권 심판론으로 맞불을 놓겠다는 전략이다.
나아가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영장 기각을 둘러싸고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를 정조준하며 사법부 비판 수위를 높일 경우, 헌법상 삼권 분립 원칙을 전면에 내세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민주당이 사법 개혁 법안을 명분으로 입법 공세에 나선다면, 거대 여당의 사법 장악 시도라는 프레임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 지형에서 국민의힘은 여권을 향해 "헌법을 무시하고 독주하는 세력"이라는 이미지를 부각하고, 지방권력에서 견제와 균형 필요성을 호소하는 전략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법부에 대한 평가를 두고 여야가 각각 상반된 프레임을 제시하는 상황에서, 중도 유권자의 반응이 제한적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당내 시선은 계엄 사태 책임 인식과 향후 투쟁 노선을 두고 엇갈리고 있다. 장동혁 대표와 지도부는 핵심 지지층 결집을 중시하며 대여 강경 투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장 대표는 "집토끼 결집이 우선"이라는 기류 속에서 내부 단합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반복해 왔다.
반면 수도권 지역구 의원과 초선·재선 중심 소장파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선 중도층과 무당층인 이른바 산토끼를 확보해야 한다며, 비상계엄에 대한 보다 분명한 사과와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거리두기, 계엄 책임 정리 방식이 당의 외연 확장과 직결된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장 대표는 이날 별도 메시지를 내고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아 "국민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던 국민의힘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민의힘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12·3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고 규정하며, 계엄 사태의 구조적 책임을 더불어민주당의 의회 운영과 맞물린 문제로 돌렸다.
계엄 사태에 관한 총론 차원의 정치적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핵심 귀책 사유는 민주당에 있다고 보는 기존 인식을 재확인한 셈이다. 이에 대해 당내 일부 의원들은 "사과와 책임 인식이 모호하다"는 비판도 내놓고 있다. 중도·무당층 설득을 위해선 보다 명확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보다 직접적인 언어로 계엄 사태에 대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을 국민의힘에서 배출한 대통령이 선포했다. 국민께 깊은 사죄 말씀드린다"고 적었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계엄으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군 장병들과 국민께 참회의 마음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초선·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국민의힘 소속 의원 20여 명은 이날 중 계엄 사태에 대한 사과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노선 정리를 요구하는 입장문을 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입장문에는 계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당 차원의 제도 개선과 인적 쇄신 필요성도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일단 지도부에 시간을 주자는 기류 때문에 공개 입장 표명을 미뤘지만, 더는 가만히 있기 어렵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추 전 원내대표 영장 기각이 계엄 책임 논란을 끝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당내에서 계엄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정리를 둘러싼 논쟁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야권의 내홍 가능성을 바라보는 여권의 시선도 복잡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추 전 원내대표 영장 기각에도 불구하고 계엄 사태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며, 특검 수사와 위헌정당 심판 청구 논의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사법부 판단을 정면 비판하고 나선 민주당의 강경 노선이 중도층 여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선 내부에서도 신중론이 제기된다.
정치권 전반에선 12·3 비상계엄 사태가 내년 지방선거까지 이어질 핵심 쟁점으로 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국민의힘은 영장 기각을 계기로 여권의 내란몰이 프레임을 전환점 삼으려 하고, 민주당은 계엄 사태의 책임 규명과 재발 방지를 명분으로 입법과 특검 수사를 밀어붙일 태세다.
국회는 향후 법사위와 본회의를 중심으로 사법 개혁 법안과 계엄 관련 입법을 둘러싸고 치열한 대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계엄 사태 책임 공방과 사법부 판단 논란을 놓고 한동안 정면 충돌 양상을 이어갈 전망이다. 정부와 국회는 계엄 관련 제도 정비와 권력 통제 장치를 둘러싼 논의를 다음 회기에서도 계속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