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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비핵화 포기 불가"…장동혁, 호주대사에 인권·안보 공조 요청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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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의 대화 전략과 비핵화 원칙 사이에서 갈등이 반복되는 가운데 여당 대표가 북핵 문제의 기준선을 다시 세우려는 행보에 나섰다. 한미동맹과 인도태평양 안보 협력이 겹치는 지점에서 한국과 호주가 어떤 역할을 분담할지가 정치권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16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제프 로빈슨 주한호주대사를 접견하고 북한 비핵화와 인권 문제를 둘러싼 공조 강화를 요청했다. 만남은 최근 북핵 고도화와 역내 안보 불안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마련됐다.

장 대표는 먼저 북핵 문제와 관련해 호주의 일관된 입장을 당부했다. 그는 "호주가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굳건히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하며, 비핵화 목표를 흔들지 않는 대북 접근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북한의 비핵화는 그 누구도 포기할 수 없는 목표다"라며 "따라서 북한 정권과의 대화라는 수단을 위해 목표를 희생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화를 위해 비핵화 원칙을 낮추거나 유예하는 접근에 선을 그은 셈이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장 대표는 "북한 인권 문제도 인류 보편성 가치에 반한 것으로 북한 정권과의 대화를 위해 희생시킬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간답게 살기 위해 죽음의 위협을 무릅쓰고 중국과 동남아를 거쳐 대한민국까지 목숨 걸고 넘어온 탈북민을 생각해서라도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을 호주가 계속 함께 해 달라"고 당부했다.

 

역내 안보와 관련해서는 호주의 역할과 AUKUS 협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장 대표는 "호주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핵추진잠수함 협력을 지속하고 오커스에 전력을 다하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한국과 미국이 합의한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사업은 이러한 유사 입장국들이 영내에서 연합핵전력을 발휘하고 질서를 안정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걸로 믿는다"고 밝혔다. 한국과 호주가 각각의 방식으로 인도태평양 안보 네트워크를 뒷받침하며 전략적 공조를 확대할 수 있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이에 제프 로빈슨 대사는 장 대표의 인식에 공감을 표시했다. 그는 "한국과 호주의 협력 관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말씀에 동의한다"며 "양국 관계를 최적화하고 강화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가 바로 지금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국이 안보, 인권, 경제를 포괄하는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발언으로 해석된다.

 

장 대표는 접견 말미에 지난주 호주 시드니 해변의 유대인 명절 하누카 행사장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희생자들을 향한 애도의 뜻도 전했다. 그는 한호 양국이 테러와 증오 범죄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공감대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여당 대표의 이번 발언이 한미일을 중심으로 한 인도태평양 안보축에 호주를 적극 연결하는 동시에, 북핵과 인권 문제를 포괄하는 가치 연대를 강화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국회와 정부는 향후 외교·국방 채널을 통해 한호 간 안보 협력과 북한 인권 개선 논의를 구체화하는 방안에 나설 계획이다.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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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제프로빈슨#오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