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적 명령 분별 못 한 내란 가담 장성들"...안규백, 국민의 군대 재건 강조
내란 가담 의혹 장성들을 둘러싼 책임 공방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강조한 국민의 군대 재건 기조가 맞붙었다.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군 내부 감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지휘관 책임 문제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군구조 개편 과제가 동시에 부상하며 국방 현안이 정국의 새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3일 서울 용산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1년 계기 전군주요지휘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위헌적 명령에 무비판적으로 따랐던 장성들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안 장관은 "위헌적 명령을 분별하지 못하고 '단지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는 내란 가담 장성들의 태도가 군에 대한 국민의 시선을 싸늘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안 장관은 장성급 지휘관의 책임을 부각하며 군 수뇌부를 향해 자성을 촉구했다. 그는 "장성은 '별의 무게'를 느끼면서 결심하고, 결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최고의 계급"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12·3 불법 비상계엄 당시 '내가 주요 지휘관이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 것인가' 자문해보라"며 "이 질문 앞에서 흔들림 없이 직을 걸고 헌법과 국민에게 충성할 수 있는 사람만이 '국민의 군대 재건'이라는 사명을 완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 내부 혁신 방향도 제시했다. 안 장관은 "썩은 나무로 조각할 수 없듯, 반면교사 없이 국민의 군대 재건은 불가능하다"고 언급하며, 계엄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훗날 후배들이 반면교사를 통해 국민의 군대를 재건한 여러분을 '정면교사'로 삼을 수 있도록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같은 발언은 국방부가 12·3 비상계엄 당시 출동했거나 계엄에 관여한 부대들의 임무와 역할을 확인하는 자체 감사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나왔다. 군 안팎에서는 장성급 관련자를 포함한 엄중한 책임 조치가 예고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 감사 대상에는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으로 출동한 특수전사령부, 방첩사령부, 수도방위사령부, 정보사령부 등 부대 관계자와 합동참모본부 및 출동부대 지휘통제실에서 병력 출동에 관여한 관계자, 이른바 계엄버스 탑승 인원 등 수백 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감사 결과 수사 및 징계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인원에 대해 수사기관 수사의뢰 또는 소속 부대 징계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특히 지휘 책임과 헌법 수호의무가 집중되는 장성급 관련자들에 대한 처분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군 일각에선 "내란 가담 장성"이라는 장관의 표현이 공개적으로 등장한 만큼, 단순한 경고를 넘어선 인사·법적 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애초 국방부는 자체 감사 결과를 12월 중 발표하는 일정을 내부적으로 잡았었다. 그러나 범정부 차원 헌법존중 태스크포스가 계엄 관련자 조사를 추진하고 있어, 감사 결과를 헌법존중 태스크포스 조사결과와 함께 내년 초에 묶어서 발표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조사 일정이 조정될 경우, 관련 장성급 인사의 거취와 군 검찰 수사 방향도 동시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안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한 군 기강 확립과 함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도 강하게 부각했다. 그는 "수십 년간 축적해 온 우리 군의 노력으로 전작권 회복이 목전에 다다랐다"고 평가하며, 전작권 전환을 현 정부 임기 내 반드시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안 장관은 "내년 미래연합사 완전운용능력 검증은 우리의 의지와 진정성을 증명하는 시험대이자, 전작권 회복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우리는 이미 준비됐다고 굳게 믿는다"며 "임기 내 전작권을 회복해 후배들이 전시에 스스로 기획하고 작전할 수 있는 군대를 이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강조했다.
전작권 전환 문제는 한미동맹 구조와 한반도 안보지형에 직결된 사안이다. 미래연합사 완전운용능력 검증이 예정된 내년이 전작권 전환조건 충족 여부를 가늠하는 고비로 인식돼 왔다. 이에 따라 한미 연합연습과 연계한 지휘구조 시험, 실전 수준 훈련 강화, 전구급 작전계획 보완 등 후속 조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안 장관은 인구절벽과 병역자원 감소에 대응하는 장기 군구조 개편 방향도 제시했다. 그는 2040년을 목표로 한 군구조 개편과 장병 급여·복지체계 개선 추진 의지를 드러내며, 인공지능과 무인전력 확충, 민간 인력 활용 확대 등을 통해 병력 위주의 구조에서 과학기술 기반 전력 구조로의 전환을 서두르겠다고 했다.
이날 전군주요지휘관회의는 중장급 이상 장성 인사 이후 처음 열린 자리였다. 회의에는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각 군 참모총장, 해병대사령관을 포함해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각 군 및 산하 기관 주요 직위자 150여 명이 참석해 후속 조치 방향을 논의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회의에서는 국민의 군대 재건을 위해 장병을 대상으로 한 헌법과 군형법 교육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군구조 개편과 관련해서는 인공지능과 무인자산을 활용한 경계작전 체계 혁신, 민간인력 활용 확대 방안 등이 폭넓게 제시됐다고 전해졌다.
또 내년 한미 연합연습과 연계한 전작권 전환조건 충족 추진 로드맵에 대한 의견 수렴과 함께, 장병 처우와 복지 개선 방안도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지휘관들은 전투준비태세 유지와 병영 내 인권 및 복지 향상을 병행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향후 헌법존중 태스크포스 조사와 자체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계엄 관련자에 대한 수사 및 징계 여부를 확정하고, 전작권 전환과 군구조 개편 로드맵을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다. 정치권 역시 계엄 사태 책임 규명과 군 개혁 과제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 내년 국회 국방 관련 상임위가 거센 논쟁의 장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