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아닌 나라시에서 만나자"…이재명·다카이치, 내년 1월 한일 정상회담 조율

한일 관계 회복을 둘러싼 외교전이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내년 1월 중순 일본 나라현 나라시에서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을 두고 조율에 들어갔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왔다. 경색과 완화를 반복해 온 양국 관계가 지방 도시 정상회담을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교도통신은 4일 복수의 한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통신은 양국이 내년 1월 중순을 목표 시점으로 정하고, 정상 일정과 의제 등을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회담 장소로 거론되는 나라시는 일본 나라현의 현청 소재지로, 다카이치 총리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담 구상은 한일 간 셔틀외교를 지속하려는 흐름 속에서 나왔다. 정례적인 상호 방문을 통해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지도자 간 신뢰를 쌓겠다는 취지다. 통신은 양국 정상의 친밀한 관계 구축을 주요 목표로 꼽으면서, 실무 현안을 다루는 동시에 상징적 의미도 강조했다.

이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10월 30일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의 계기 회동에서 셔틀외교 지속 의지를 확인한 바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 방식 전환을 직접 제안하며 지방 도시 방문 카드를 꺼냈다.

이 대통령은 경주 회동에서 "셔틀외교 순서상 이제 대한민국이 일본을 방문할 차례"라며 "수도 도쿄가 아닌 지방 도시에서 뵙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회담을 수도 중심의 경직된 형식에서 벗어나 보다 유연한 공간으로 옮기자는 제안이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에 "이 대통령을 곧 뵙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그는 당시 취재진과 만나서도 "셔틀외교를 적극 실시하기로 했고, 이번에는 일본에서 이 대통령을 맞이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후 한일 외교 당국은 회담 시기와 장소를 놓고 물밑 협의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나라현이 회담 후보지로 떠오른 점도 눈에 띈다. 나라현은 다카이치 총리의 출신 지역이자 지역구로, 일본 보수 정치에서 상징성이 있는 지역으로 평가된다. 양국 정상이 총리의 정치적 기반에서 만날 경우, 다카이치 총리가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국내 정치권과 여론에 각인시키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한편 정부는 일본 측 보도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으나, 외교 소식통을 중심으로 정상 간 셔틀외교 구상이 본격 궤도에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회담이 성사될 경우 과거사와 안보, 경제 협력 등 폭넓은 현안이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일 외교 당국은 정상회담 최종 일정과 의제를 놓고 실무 조율에 나설 전망이다. 청와대와 일본 총리관저가 셔틀외교의 구체적 틀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따라 내년 한일 관계의 방향이 좌우될 것이라는 평가도 뒤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