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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 없이 봉합사 쓴다…분당서울대병원, 부인과 개복수술 안전성 입증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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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을 묶지 않고도 조직을 고정하는 바브드 봉합사가 부인과 개복수술에서 절개탈장 같은 주요 합병증을 줄이고 수술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국내 임상시험 결과가 제시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김기동 교수 연구팀은 복벽 근막 봉합에 바브드 봉합사를 적용한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실사용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수술 후 탈장 예방과 수술시간 단축을 동시에 겨냥한 봉합 기술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구는 자궁경부암, 난소암 등 부인과 악성 질환 치료를 위한 정중 개복수술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수술은 복부 중앙을 수직으로 절개하는 과정에서 복벽 근막까지 함께 절개되기 때문에, 봉합이 견고하지 않으면 장기가 근막 틈으로 빠져나오는 절개탈장이 발생할 수 있다. 절개탈장은 개복수술 환자의 10퍼센트에서 많게는 23퍼센트까지 보고되는 대표적 합병증으로, 재수술 위험과 회복 지연, 2차 감염과 염증 위험을 높인다.  

바브드 봉합사는 표면에 일정 간격으로 미세한 돌기 구조가 형성된 실로, 일종의 미늘 역할을 하는 돌기가 조직을 일방향으로 고정해 실이 역방향으로 빠지지 않도록 돕는다. 기존 봉합사는 일정 간격으로 매듭을 여러 차례 묶어 장력을 유지해야 하는 반면, 바브드 봉합사는 실 전체에 분산된 돌기가 조직을 지지하기 때문에 별도의 매듭 없이 봉합을 마무리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런 구조가 봉합 균일성과 장력 유지에 유리하면서도 수술시간과 시술 난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절개탈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고위험군을 배제해 결과의 왜곡을 줄였다. 과거 절개탈장 병력이 있거나 복부 방사선치료를 받은 경우, 체질량지수 35킬로그램 매 제곱미터 이상인 중증 비만 환자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최종적으로 선별된 138명은 바브드 봉합사를 사용한 실험군 67명, 기존 봉합사를 적용한 대조군 71명으로 무작위 배정됐고, 2021년부터 최대 2년까지 추적 관찰이 이뤄졌다.  

 

그 결과, 실험군에서는 수술 후 1년과 2년 시점 모두 절개탈장 발생이 관찰되지 않았다. 반면 기존 봉합사를 사용한 대조군에서는 1년 추적 시 1.4퍼센트, 2년 추적 시 3.4퍼센트의 절개탈장 발생률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통계적 유의성은 확보하지 못했지만, 추세적으로 바브드 봉합사가 절개탈장 예방에 불리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절개탈장 외에 창상 열개와 창상 감염 같은 수술 부위 합병증도 두 군 간에 유의한 차이는 없었지만, 바브드 봉합사 사용군에서 전반적으로 양호한 경향을 보였다. 실험군의 창상 열개 발생률은 6퍼센트, 창상 감염은 0퍼센트였으며, 대조군과 비교해 임상적으로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수술시간 측면에서도 실험군의 평균 수술시간은 219.4분으로, 대조군 243.2분보다 약 24분 짧았다. 봉합 과정에서 매듭을 반복적으로 묶지 않아도 되는 구조가 수술 전체 시간을 줄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연구는 부인과 정중 개복수술에서 바브드 봉합사와 기존 봉합사를 직접 비교한 국내 최초의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에는 성형외과나 정형외과 등 일부 영역에서 바브드 봉합사가 사용돼 왔지만, 복부 근막 같은 고장력 조직에서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데이터가 제한적이었다. 연구팀은 바브드 봉합사가 복벽 근막처럼 장력이 크게 작용하는 부위에서도 안정적으로 장력을 유지하면서 합병증 발생률을 높이지 않는 선택지임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의료기기 산업에서는 이미 바브드 봉합사를 포함한 다양한 기능성 봉합재 개발 경쟁이 가속하고 있다. 최소 침습 수술 확대와 수술실 인력 부담 증가, 고령 환자 증가로 봉합 효율과 정밀도를 높이는 기술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추세다. 특히 항균 코팅, 약물 방출 기능을 결합한 봉합재와 로봇수술용 특수 봉합재 등과의 융합도 논의되고 있어, 바브드 구조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제품군 개발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바브드 봉합사가 표면 돌기 구조 특성상 조직 손상이나 통증, 제거 난이도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 만큼, 장기 추적 결과와 다양한 환자군에서의 안전성 검증이 필수로 여겨진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해외 규제기관들도 조직 부착형 봉합재를 의료기기 규제 범주에서 관리하고 있어, 적응증 확대 시 위험도 평가와 사용 지침 마련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김기동 교수는 더 큰 규모의 임상시험을 통한 통계적 우월성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브드 봉합사의 합병증 예방 효과가 더 광범위한 환자군에서 반복 검증될 경우, 부인과뿐 아니라 일반외과·비뇨의학과 등 개복수술 전반으로 적용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장기 추적 관찰과 고위험군을 포함한 후속 연구 설계를 예고하며, 다기관 협력 연구를 통해 실제 임상 가이드라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근거를 축적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 최신호에 게재됐다. 산업계와 의료계에서는 매듭 없는 봉합 기술이 수술 후 합병증 관리와 의료진 업무 부담 완화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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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김기동교수#바브드봉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