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아세안 공략 모색…한태, 인프라·인재 공조
인공지능 기술을 매개로 한 한태 간 협력이 아세안 디지털 경제 전략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과 태국이 국가 차원의 AI 인프라 구축과 인재 양성,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활용 체계를 함께 짜겠다는 방향을 공유하면서 동남아시아 전체로 확산 가능한 협력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의가 한국의 AI 기술력과 태국의 성장 잠재력을 결합하는 거점 협력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일 서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류제명 2차관이 태국 상원 주요 4개 상임위원장과 면담을 갖고 과학기술과 AI 분야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태국 측에서는 캄폰 수파팽 경제·재정·금융위원회 위원장, 니웻 판짜런워라쿨 정보·통신·기술위원회 위원장, 폰뻔 통쓰리 에너지위원회 위원장, 차야난트 티야트라칸차이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했다. 양측은 정부 차원의 정책 경험과 각 부문별 AI 활용 사례를 공유하며 실질 협력 의제를 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화의 초점은 국가 인공지능 전략을 뒷받침할 인프라와 인재, 제도에 맞춰졌다. 양국은 우선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고성능 컴퓨팅 자원 등 AI 인프라 확보 전략을 공유하고, 중장기적으로 공동 데이터 허브나 연구 플랫폼 구축 같은 협력 가능성도 타진했다. 동시에 대학과 연구기관, 산업계가 연계된 AI 인재 양성 프로그램 구성 방향을 논의하면서 장기 연수, 단기 트레이닝, 공동 커리큘럼 운영 등 다양한 교류 방식을 검토했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부각된 알고리즘 투명성, 데이터 보호, 편향 관리 같은 신뢰성 이슈도 함께 다뤄졌다.
태국은 의료, 농업, 관광 등 실물경제와 밀접한 분야에서 AI 도입을 빠르게 확대하는 국가로 꼽힌다. 한국이 축적한 의료 영상 판독, 농업 생산성 예측, 스마트 관광 플랫폼 같은 AI 서비스 경험이 태국의 현장 프로젝트와 연계될 경우, 단순 기술 이전을 넘어 공동 실증과 사업화를 추진하는 모델로 발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에너지와 금융 상임위원장이 나란히 참석한 점을 감안하면, 전력 수요 예측·신재생 최적화 같은 에너지 AI와 금융 리스크 관리·비대면 금융 서비스 고도화 분야에서도 협업 논의가 오간 것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차원에서 아세안은 AI 신흥 수요지로 꼽히며 미국, 중국, 유럽 빅테크의 플랫폼 선점 경쟁이 이미 진행 중인 상황이다. 태국은 그중에서도 디지털 경제와 관광, 제조업 기반을 동시에 갖춘 국가로 평가된다. 한국이 이번 협력을 통해 공공 정책 자문과 함께 산업용 AI 솔루션, 클라우드 인프라, 교육 프로그램을 패키지로 수출하는 구조를 마련할 경우,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인근 국가로 확장하는 아세안 공동 AI 협력 모델로 이어질 여지도 있다.
류제명 차관은 태국이 국가 차원의 AI 전략을 본격 추진하는 시점인 만큼, 한국과 태국이 긴밀히 협력한다면 의료, 농업, 관광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동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국 정부는 앞으로 정책 대화 채널을 유지하면서 구체 협력 과제를 발굴하고, 아세안 다자협의체와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산업계는 이번 논의가 실제 공동 프로젝트와 시장 진출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으며, 기술과 제도, 인력 협력이 맞물려야 지속 가능한 AI 협력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