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가보안법 유지 55% vs 폐지 21%"…범여권 폐지안 발의에 여론은 '현행 유지' 우세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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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을 둘러싼 정치적 충돌 지점이 다시 부각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이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발의한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국민 과반은 법 유지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여권과 야권이 안보와 인권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하는 구도가 재현될 조짐이다.

 

한국갤럽은 12월 셋째 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천1명을 대상으로 국가보안법 존폐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5%가 국가보안법을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19일 밝혔다.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21%였고, 24%는 의견을 유보했다.

이번 조사는 12월 2일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의원들이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공동 발의한 이후 진행됐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은 국가보안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정치적 악용 소지가 크다며 전면 폐지를 주장해 왔다. 반면 보수 진영은 북한 정세와 안보 환경을 고려할 때 여전히 유효한 안전장치라며 존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조사 결과는 진보 성향 유권자 내부에서도 균열을 보여줬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진보층에서 국가보안법 유지와 폐지를 둘러싼 응답은 각각 37%로 같게 나타났다. 진보 진영 핵심 지지층조차 국가보안법 문제에 대해 의견이 갈리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보수층과 중도층에선 유지 여론이 더 두드러진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다수 여론조사에서 보수층은 국가보안법 존치를, 진보층은 폐지 또는 개정을 상대적으로 많이 지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안보 불안 요인과 대북 긴장 국면이 겹치면서, 중도층까지 포함한 전체 유권자에서 유지 의견이 과반으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범여권은 그럼에도 입장을 굽히지 않겠다는 태세다. 더불어민주당은 국가보안법 폐지안 발의를 통해 이념적 색채 강화와 지지층 결집을 노리는 동시에, 인권·민주주의 가치 의제를 전면에 올려놓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 등 보수 야권은 국가보안법 폐지 시도를 안보 포기 행위로 규정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엇갈린 해석이 나온다. 일부 헌법학자와 인권단체는 "냉전 시기에 만들어진 국가보안법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하며 폐지 또는 대폭 개정을 주장해 왔다. 반면 안보 전문가와 보수 성향 학자들은 "북한 위협이 상존하는 한 국가보안법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강조하면서 현행 체계 유지 필요성을 내세운다.

 

정치권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가보안법 이슈가 진영 대결의 상징적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유지 우세 흐름이 범여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동시에 진보·보수 진영의 이념 대립을 선명하게 부각시키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어서다.

 

한국갤럽은 여론조사와 관련해 표본추출 방식, 표본오차, 응답률 등 세부 지표를 함께 제시했다. 정당 지지율과 이념 성향별 응답 차이도 추가 분석 대상이 될 전망이다. 정치권은 향후 관련 상임위원회와 본회의 논의 과정에서 안보와 인권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 치열한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국가보안법 폐지안과 관련 법률 논의를 다음 회기에서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정부와 여야는 안보 환경 변화와 국민 여론을 종합 검토해 제도 개편 방향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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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한국갤럽#더불어민주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