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에 뺏긴 관객 되찾을까”…롯데시네마, 요금 인하 실험 효과 촉각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와 모바일 콘텐츠가 표준이 된 시대에 전통 극장이 가격 전략으로 반격에 나섰다. 롯데시네마가 지방권 일부 상영관을 대상으로 관람료를 낮추는 실험을 시작하면서, 극장 산업의 체질 개선과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과의 경쟁 구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가격 인하가 관객 감소 흐름을 되돌릴 ‘마지막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이미 OTT 중심으로 고착된 관람 패턴을 바꾸기 어렵다는 회의론도 공존하는 분위기다.
2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롯데시네마의 요금 인하 안내문을 캡처한 게시글이 올라왔다. 안내문에 따르면 롯데시네마는 경기와 충청, 대구, 부산 등 일부 지점에서 2026년 1월 1일부터 영화 관람료를 조정한다. 대상 지점의 주중과 주말 일반 관람료는 1만2000원, 청소년은 9000원으로 책정했다. 현재 일부 지점의 일반 주말 요금이 최대 1만5000원인 점을 고려하면 많게는 3000원 낮아지는 구조다.

이번 조정은 상영관별 수요 데이터와 지역별 소득·인구 구조 등을 반영해 선택적으로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객 수가 상대적으로 정체된 지방권을 중심으로 가격 탄력성을 검증하고, 이후 전국 확대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전략에 가깝다. 특히 최근 극장가는 좌석·시간대별로 요금을 달리 책정하는 다이내믹 프라이싱과 멤버십 연동 할인 등 IT 기반 요금 체계를 도입해 왔으나, 전반적인 관람료 인상 기조 속에 수요 회복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온라인 커뮤니티 반응은 엇갈렸다. 게시글 작성자는 가격 논쟁이 오래 이어진 끝에 실제 인하가 나온 점에 주목하면서도 OTT 중심 소비 패턴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른 이용자들은 이미 요금 인상 국면에서 극장을 떠난 관객이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며, 스트리밍과 게임, 숏폼 영상 등 대체재가 충분한 상황에서 가격 정도로는 관람 행태를 바꾸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일정 수준의 인하가 체감된다면 “한 편 더 볼 여지가 생긴다”는 의견도 나왔다.
극장 산업의 수익성 악화는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전체 극장 관객 수는 4250만 명으로, 전년 동기 6293만 명의 약 3분의 2 수준에 그쳤다.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주요 3사의 상반기 국내 영화관 사업 합산 영업손실은 85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작 공급 지연, 대작 편중, 할리우드 파업 여파와 함께 OTT 및 디지털 플랫폼으로 관람 채널이 이동한 결과다.
특히 이번 움직임은 극장이 더 이상 단순 상영 공간이 아니라, IT·콘텐츠 플랫폼과 이용자의 시간을 두고 경쟁하는 서비스라는 점을 다시 부각시킨다. OTT는 맞춤형 추천 알고리즘과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해 시청 시간을 극대화하는 반면, 극장은 고가 티켓과 이동 시간, 상영 시간 고정 등 진입 장벽이 높다. 관람료 인하는 이 장벽을 낮추는 1차적 조치지만, 좌석 예약 앱 개선, 멤버십 데이터 기반 개인화 프로모션, 모바일 결제와 연동된 통합 콘텐츠 패스 등 디지털 경험 전반의 혁신이 병행되지 않으면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해외에서는 극장과 OTT가 공존을 모색하는 다양한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북미 일부 체인점들은 월 구독료를 내고 일정 횟수 이상 영화를 볼 수 있는 구독형 멤버십을 운영하며, 상영 전후에 모바일 앱을 통해 추가 콘텐츠와 굿즈, 게임형 프로모션을 제공한다. 관람 데이터를 분석해 특정 요일·시간대에 집중 할인 또는 패키지 상품을 내놓는 등, 데이터 기반 가격 전략을 강화하는 모습도 두드러진다. 국내 극장가도 이번 가격 인하를 계기로 관람 데이터와 모바일 인터페이스를 결합한 수익 모델 전환을 가속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관람료 인하가 단기 수요 진작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극장에서만 가능한 경험’ 설계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스크린과 음향, GV와 같은 커뮤니티형 행사, 굿즈 연계 IP 비즈니스, 게임·애니메이션 등 타 콘텐츠 산업과의 협업 등을 통해 OTT와 차별화된 가치를 설계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관객의 체감가와 디지털 소비 습관이 빠르게 바뀐 만큼, 산업계는 가격 인하 실험이 단순 할인 이벤트에 그칠지, 극장 비즈니스 모델 전환의 시발점이 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