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히알루로니다제로 5분 투여"…셀트리온, SC 내재화로 CMO 확대

김다영 기자
입력

피하주사 제형화 기술이 항암제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셀트리온이 히알루로니다제 기반 피하주사 전환 기술을 자체 내재화하면서, 기존 정맥주사 위주의 바이오시밀러 전략을 제형 다변화와 위탁생산까지 확장하는 구도로 전환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 행보를 바이오시밀러 후발 경쟁을 넘어 제형 기술과 서비스 중심의 CMO 경쟁으로 옮겨가는 분기점으로 본다.

 

셀트리온은 히알루로니다제 기반 피하주사 제형화 기술을 자체 확보하고, 이를 활용한 신규 파이프라인 확대에 나선다고 8일 밝혔다. 히알루로니다제는 피부 아래 조직에 존재하는 히알루론산을 일시적으로 분해해 약물이 더 넓은 공간으로 빠르게 확산되도록 돕는 효소다. 셀트리온이 이번에 내재화한 기술은 이 효소를 제형 설계에 활용해, 정맥주사용 항체 의약품을 고농도 피하주사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히알루론산 분해 과정에서 주사 부위 조직의 물리적 공간이 넓어지고 약물 흡수성이 높아지면서 고용량 제제가 짧은 시간 안에 투여 가능해진다. 분해된 히알루론산은 체내에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재생되기 때문에 안전성 측면에서도 안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번 기술은 주로 저용량 제제에 한정됐던 기존 피하주사 개발 방식의 제약을 줄이고, 고농도·고용량 항체 바이오의약품까지 피하주사 형태로 전환할 수 있게 했다.

 

셀트리온은 이 기술을 항암 항체 바이오시밀러 허쥬마의 피하주사 제형 개발에 우선 적용했다. 회사는 올해 2월부터 허쥬마 피하주사 제형에 대한 허가용 임상시험을 진행해 왔으며, 최근 환자 투여를 모두 마친 상태다. 내년 상반기에는 국내외 규제기관에 허쥬마 피하주사 제형 추가 허가를 순차적으로 신청할 계획이다.

 

투여 환경의 변화는 환자 편의성과 병원 운영 효율성을 동시에 겨냥한다. 허쥬마 정맥주사 제형은 유지요법 기준 투여에 30분, 초기 투여 시에는 약 90분이 소요된다. 반면 히알루로니다제 기반 피하주사 제형으로 전환하면 투여 시간이 약 5분 이내로 줄어든다. 같은 용량의 항체 의약품을 더 짧은 시간에 투여할 수 있어, 외래 기반 치료 확대나 데이케어 센터 중심 항암 치료 모델과도 궁합이 맞는 구조다.

 

허쥬마는 현재 일본 항암 항체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점유율 75퍼센트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점유율 32퍼센트 수준까지 성장했다. 셀트리온은 여기에 피하주사 제형이 더해지면 정맥주사와 피하주사를 모두 확보한 풀라인업으로 의료진과 환자 선택권을 넓히며 점유율 확대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외래 중심 의료 시스템이 발달한 유럽과 일본에서 피하주사 선호도가 높은 만큼, 제형 포트폴리오 구성이 시장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판단이다.

 

셀트리온은 이미 세계 최초로 인플릭시맙 피하주사 제형인 램시마SC를 상용화한 경험을 갖고 있다. 여기에 히알루로니다제 기반 피하주사 제형화 기술까지 내재화하면서, 피하주사 제형 개발과 제품화, 허가, 대량생산, 글로벌 공급에 이르는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국내 유일 기업이라는 포지셔닝을 강화했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램시마SC에서 축적한 피하주사 제형 플랫폼에 고용량 제형 설계 역량을 덧붙이는 형태로 해석된다.

 

셀트리온은 자체 파이프라인을 넘어 외부 제약사 의뢰 제품에 대한 제형 변경 위탁생산 사업도 추진한다. 제형 변경 CMO 사업은 고객사의 정맥주사 제제를 피하주사 제형으로 전환하고, 임상용 시료 생산부터 상업 생산, 글로벌 공급망 운영까지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델이다. 회사는 피하주사 전환의 초기 후보 물질 검토 단계부터 제형 개발, 비임상·임상용 제조, 상용 생산까지 전 주기에 걸친 원스톱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적용 범위도 넓다. 히알루로니다제 기반 피하주사 전환 기술은 바이오시밀러뿐 아니라 고용량이 필요한 항암제와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바이오 신약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정맥주사 기반 항체 신약을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서는, 별도의 대규모 설비 투자 없이 셀트리온과의 제형 변경 CMO 협업을 통해 외래 투여용 피하주사 라인업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피하주사 제형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정맥주사와 피하주사를 동시에 판매하는 항암제와 면역질환 치료제가 늘고 있으며, 피하주사 전환 기술을 보유한 일부 다국적 제약사는 로열티 기반 라이선스 모델도 병행하고 있다. 셀트리온이 히알루로니다제 기술을 내재화한 것은, 이러한 글로벌 흐름 속에서 단순 바이오시밀러 복제 경쟁에서 벗어나 제형 기술과 서비스 중심으로 경쟁축을 옮기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다만 피하주사 제형 확산에는 각국 규제 환경과 보험 제도라는 변수가 남아 있다. 피하주사 제형의 추가 허가 과정에서는 안전성과 유효성뿐 아니라 용법 용량, 투여 방식 변경에 따른 약동학적 특성 등을 별도 검증해야 한다. 건강보험 급여 책정 과정에서도 피하주사 제형의 편의성 가치가 약가에 어느 정도 반영될지가 관건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병원 수익 구조와 직결된 주사 방식 전환에 의료계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셀트리온의 전략을 바이오시밀러 중심 성장 모델에서 플랫폼과 서비스 결합형 모델로의 전환 과정으로 본다. 바이오의약품 개발자는 후보 물질 단계에서부터 정맥주사와 피하주사 제형 전략을 동시에 설계하는 경향을 강화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제형 변경 경험과 대량생산 역량을 갖춘 CMO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용량 항체 신약의 피하주사 전환 수요가 늘면서 제형 기술을 보유한 CMO와의 협업이 글로벌 제약사들의 전략 옵션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SC 전환 기술은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이 높은 분야지만 개발부터 상업 생산까지 전 주기에 걸친 통합 역량을 갖춘 기업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허쥬마 피하주사 개발이 마무리되면 제품 경쟁력 향상은 물론 외부 고객사 대상 피하주사 제형 전환 서비스 제공 태세도 본격적으로 갖춰질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계는 셀트리온의 이번 기술 내재화와 CMO 전략이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김다영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셀트리온#허쥬마sc#램시마s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