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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e스포츠 생중계”…롤컵 독점으로 APAC 공략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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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기반 라이브 스트리밍 경쟁이 e스포츠로 번지고 있다. 디즈니플러스가 리그 오브 레전드 대형 컵대회를 글로벌 독점 중계하며 게임 팬덤을 플랫폼 안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에 나섰다. 정규 방송이 아닌 디지털 라이브, 재방송, 하이라이트까지 한 번에 묶는 서비스 구조를 통해 오리지널 드라마 중심이던 OTT 경쟁 구도를 바꾸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e스포츠가 젊은 이용자 유입과 체류시간 확대를 동시에 겨냥한 핵심 무대로 떠오른 것으로 본다.

 

디즈니플러스는 4일 한국에서 6일 개막하는 2025 LoL KeSPA CUP을 글로벌 독점 생중계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는 국내 리그 오브 레전드 단기 컵대회로, 한국 e스포츠협회가 주최하는 국가대표 선발 자격요건 대회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특히 한국 e스포츠의 강한 경쟁력을 전제로, 디즈니플러스가 이를 아시아태평양 주요 시장으로 실시간 송출하는 구조를 통해 OTT와 e스포츠 간 결합 모델을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참가전력도 화려하다. LoL KeSPA CUP에는 LoL 챔피언스 코리아 소속 10개팀과 베트남, 일본 올스타팀이 출전한다. 북미 리그 LCS의 클라우드9과 팀 리퀴드까지 합류해 총 14개팀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겨룬다. 결과적으로 한국, 일본, 베트남, 북미 구단이 한 대회 안에서 맞붙는 다지역 대항전 형태를 갖추게 됐다. KeSPA CUP 결과는 한국 e스포츠 국가대표 선발 자격에도 연동돼, 단순 이벤트전을 넘어 국제무대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로 활용될 전망이다.

 

대회 일정 역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조합한 하이브리드 구조로 짜였다. 예선과 본선은 6일부터 9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결선은 11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상암 SOOP 콜로세움에서 오프라인으로 열린다. 디즈니플러스 입장에서는 온라인 구간에서 플랫폼 접속을, 상암 현장에서는 오프라인 팬덤 경험을 동시 공략하는 셈이다.

 

서비스 커버리지와 언어 지원도 OTT 전략의 핵심 포인트다. 모든 경기는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한국을 포함해 일본, 홍콩, 호주, 뉴질랜드, 동남아시아를 아우르는 아태지역 11개 국가와 지역에서 시청할 수 있다. 중계 언어는 한국어와 영어가 제공돼, 한국 리그 중심 콘텐츠를 영어권 시청자에게도 직접 전달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글로벌 e스포츠 팬 입장에서는 VPN 없이 OTT만으로 한국 대회를 합법적으로 시청할 수 있는 경로가 추가된 셈이다.

 

실시간 중계 이후의 콘텐츠 활용 전략도 눈에 띈다. 각 경기 종료 후에는 디즈니플러스 내에서 1주일간 다시보기 콘텐츠가 제공되고, 이후에는 경기 하이라이트 기반 주문형 영상 서비스가 순차 제공된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한 번 생산된 라이브 중계 콘텐츠를 VOD, 하이라이트, 클립 등으로 재가공해 장기간 트래픽을 유지하는 구조를 설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용자는 실시간 관전이 어렵더라도 일정 기간 내 자유롭게 경기를 소비할 수 있어 시청 편의성이 높아진다.

 

디즈니 브랜드와 e스포츠의 결합 연출도 준비돼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중계 화면 내 디즈니 캐릭터 소품 등을 활용한 특별 연출로, 기존 e스포츠 중계와 차별화된 화면 구성과 인터랙티브한 시각 요소를 도입할 계획이다.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 채널을 통해서는 팀별 인사 영상 같은 사전 콘텐츠부터 대회 하이라이트, 선수 인터뷰 등 추가 콘텐츠를 순차적으로 공개한다. e스포츠 팬덤이 활동하는 SNS 공간을 전제로, 디즈니플러스 플랫폼과 외부 채널을 연계하는 확장 전략이다.

 

시청자 참여형 마케팅도 강화된다. 디즈니플러스와 한국 e스포츠협회는 시청 인증, 기대평 작성 등 온오프라인 연계 이벤트를 통해 디즈니플러스 구독권과 오프라인 경기 관람 티켓 등을 경품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신규 가입자 유입과 기존 이용자 리텐션을 동시에 노리면서, 현장 관람 수요까지 흡수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는 시도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행보를 글로벌 OTT 간 e스포츠 콘텐츠 선점 경쟁의 일환으로 본다. 그동안 일부 글로벌 플랫폼과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가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지역 리그 등을 두고 중계권 경쟁을 펼쳐왔지만, 디즈니플러스가 한국발 국가대표 선발전 성격의 대회를 글로벌 독점으로 가져간 사례는 상징성이 크다. 특히 젊은 연령층 중심의 e스포츠 시청자를 OTT 장기 이용자로 전환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향후 추가 e스포츠 리그 편성이나 다른 게임 종목 확장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연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로컬 콘텐츠 총괄은 선수들의 생동감 넘치는 경기 현장을 아태지역 시청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e스포츠 생중계를 이용자들에게 함께하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기획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팬덤 기반 콘텐츠 라인업을 지속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디즈니플러스가 오리지널 시리즈, 영화 중심 포트폴리오에서 라이브 e스포츠와 커뮤니티형 콘텐츠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진화를 모색하는 셈이다.

 

e스포츠와 OTT의 결합은 앞으로 데이터 기반 맞춤 추천, 인터랙티브 중계, 멀티뷰 시청 등 디지털 방송 기술의 실험 무대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산업계는 이번 디즈니플러스의 KeSPA CUP 독점 중계가 단발성 이벤트에 그칠지, 장기적인 e스포츠 콘텐츠 전략의 출발점이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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