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간섬유화도 수치로 읽는다…디앤디파마텍, MASH 임상 가속 기대
인공지능 기반 조직학 분석 기술이 지방간염 치료제 개발 현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이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 임상시험에 사용할 수 있는 AI 조직학 도구를 처음으로 공식 승인하면서, 병리 전문의의 주관적 판독에 의존하던 간 조직 평가 방식이 정량 데이터 중심으로 전환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조치가 간질환 신약 개발 속도와 성공 가능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신약 개발 기업 디앤디파마텍은 19일, 미국 식품의약국이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 임상시험을 위한 인공지능 기반 조직학적 분석 도구를 최초 승인한 것과 관련해 자사 MASH 후보물질 DD01의 임상 평가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밝혔다. 식품의약국은 8일 병리진단기업 PathAI가 개발한 AIM-NASH에 대해 신약 개발 보조 도구 자격을 부여했다. 신약 개발 보조 도구는 임상시험에서 효능·안전성 평가를 돕는 공식 인정 도구를 의미하며, 이번 결정으로 MASH 치료제 임상에서 간 조직 분석 과정에 인공지능을 사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처음 마련됐다.

AIM-NASH는 간 조직생검 슬라이드를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한 뒤,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염증 및 섬유화 정도를 수치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질병 정도를 점수화하는 기존 병리 스코어링 시스템과 달리, 병변의 면적, 콜라겐 분포 패턴, 염증세포 밀도와 같은 세부 지표를 연속형 데이터로 추출해 보다 미세한 변화를 포착하는 것이 특징이다. 식품의약국은 간 조직생검 평가를 표준화하고 MASH 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자원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MASH 치료제 개발에서는 간 조직생검을 채취한 뒤 병리학자가 현미경으로 관찰해 섬유화와 염증 정도를 등급화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됐다. 숙련된 전문가의 경험이 개입되는 만큼 평가자마다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같은 환자의 시료를 반복 분석하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판독이 미세하게 달라지는 문제가 반복 제기돼 왔다. 특히 초기나 경계 단계의 섬유화 변화는 눈으로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 임상시험 설계와 판정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부 글로벌 제약사는 이 같은 한계를 줄이기 위해 임상 단계에서 자체 개발하거나 외부에서 도입한 인공지능 분석 기법을 보조 지표로 활용해 왔다. 그러나 식품의약국이 인정한 공식 도구가 아니었던 만큼 통계적으로 중요한 1차 평가변수로 삼기보다는, 탐색적 지표로 참고하는 수준에 머물러 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승인으로 MASH 임상시험의 병목 요인으로 지적돼온 조직학적 평가 변동성이 줄어들고, 1차 평가변수에 AI 기반 정량 분석이 점차 포함되는 흐름이 형성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디앤디파마텍은 이러한 환경 변화를 이미 임상 설계에 반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미국에서 진행 중인 DD01의 임상 2상에서 간 섬유화 개선 효과를 정밀하게 평가하기 위해 디지털 병리 분석 기업 히스토인덱스의 인공지능 기반 분석 시스템인 qFibrosis를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qFibrosis는 비염색 이미징 기술을 기반으로 레이저를 이용해 조직의 자가형광과 이차조화를 감지하고, 이를 통해 간 내 콜라겐 구조를 3차원적으로 시각화한 뒤 기계학습 알고리즘으로 섬유화 패턴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이 접근법은 염색약을 사용해 조직을 물들인 후 2차원 이미지에서 대략적인 섬유화를 등급화하던 기존 병리 평가와 차별된다. qFibrosis는 콜라겐 섬유의 두께, 길이, 분지 구조, 분포 위치 같은 요소를 세분화해 수십 개 이상의 정량 지표로 변환하고, 이를 환자 단위의 종합 섬유화 지수로 재구성한다. 그 결과 육안으로는 구별하기 어려웠던 초기 섬유화 호전이나 악화를 연속적인 데이터 변화로 포착할 수 있어, 짧은 기간 동안의 투약 효과나 소규모 환자군에서도 통계적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디앤디파마텍은 식품의약국의 AIM-NASH 승인으로 인공지능 기반 조직학 분석 도입에 대한 규제 불확실성이 줄어든 만큼, DD01 임상 결과 해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디앤디파마텍 이슬기 대표는 식품의약국이 인공지능 기반 분석 도구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MASH 임상 평가의 패러다임이 병리학자의 주관적 판독에서 객관적 정량 데이터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디앤디파마텍이 임상 설계 단계부터 진보된 인공지능 분석 기술을 도입해 대비한 만큼, 객관화된 분석법을 통해 48주 투약 후 간 섬유화 개선 효과를 신뢰할 만한 데이터로 입증하겠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비알코올성지방간질환과 MASH가 간 이식의 주요 원인으로 부상하면서 관련 신약 개발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여러 후보물질이 임상 후반기에 진입했지만, 조직학적 평가 불확실성으로 중간 분석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받은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인공지능 기반 디지털 병리가 표준 도구로 자리잡을 경우, 동일 후보물질이라도 효능을 보다 세밀하게 입증해 개발 중단 리스크를 줄일 여지가 생긴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다만 인공지능 분석 도구의 학습 데이터 편향, 알고리즘 업데이트에 따른 재현성 관리, 병리 전문의와 인공지능 간 역할 분담과 책임 소재 정립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식품의약국과 각국 규제기관은 도구별 검증 기준과 사후관리 체계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제약업계, 의료계와의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는 인공지능 기반 조직학 분석이 간질환 신약 개발의 새로운 표준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규제와 기술의 조율 과정을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