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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교 외박 2시간 이내 복귀 지역 제한 합헌"…헌재, 군 작전·안보 공익 더 크다 판단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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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장교의 외출과 외박을 2시간 이내에 부대로 복귀할 수 있는 지역으로 제한한 육군 병영생활 예규를 두고 군의 지휘권과 장교의 기본권이 맞붙었다. 헌법재판소는 군 작전과 국가안보를 위한 공익이 장교 개인의 자유 제한보다 크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7일 육군 제35보병사단 병영생활 예규 관련 조항에 대한 육군 장교의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재판관 9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문제된 예규는 장교의 외출·외박 허용 지역을 부대로부터 2시간 내 복귀가 가능한 곳으로 제한하고 있다.  

청구인은 2021년 8월 육군 중위로 임용돼 육군 제35보병사단 법무부 군검사로 근무했다. 그는 같은 해 10월 해당 예규가 일반적 행동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청구인은 이후 전역했지만, 헌법재판소는 제35보병사단뿐 아니라 다른 부대에도 유사한 규정이 존재하는 점을 들어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하고 본안 판단을 진행했다.  

 

헌법재판소는 우선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를 검토했다.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에서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2시간 이내에 복귀할 수 있는 지역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확장된 오늘날 그 밖의 지역으로의 외출·외박 제한이 지나치게 과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2시간 이내 복귀 가능 지역 자체가 넓어진 현실을 감안하면 제한의 강도가 크지 않다는 취지다.  

 

또 헌법재판소는 해당 부대의 성격에 주목했다. 헌법재판소는 "육군 제35보병사단은 작전부대에 해당한다"며 "육군 작전부대들은 국토에 대한 광범위한 방위 임무를 수행하고 있고, 육군의 작전부대 소속 장교들은 긴급 상황 발생 시 투입되는 병력을 현장에서 지휘할 임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전부대의 장성급 지휘관은 그와 같은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작전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병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평시에도 소속 장교의 외출·외박 지역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가안보 측면의 공익성과 개인의 기본권 침해 정도를 비교한 판단도 제시됐다. 헌법재판소는 "북한 및 여러 강대국과 인접한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특수성, 국가안보라는 공익은 국민 전체의 안전과 연관된 점을 고려할 때 국가비상사태 등 필요한 경우 장교들을 신속하게 부대로 복귀시키기 위해 외출·외박 지역에 일정한 제한을 가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국가안전보장이라는 공익은 이 사건 예규 조항으로 인해 받게 되는 청구인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 및 거주·이전의 자유에 대한 제한에 비해 월등히 크다"고 강조했다.  

 

청구인은 또 예규 조항이 상위 법령의 위임 범위를 넘어 군인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다며 법률유보원칙 위반도 주장했다. 군인복무기본법 47조 2항은 "장성급 지휘관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군인의 외출·외박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청구인은 평시에도 외출·외박 지역을 제한한 예규가 이 조항의 적용 범위를 벗어났다고 본 것이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한반도의 휴전 상태와 접경 지역 안보 환경을 근거로 들었다. 헌법재판소는 "현재 우리나라는 종전이 아닌 휴전 상태에 있고 접경 지역에서 군사적 분쟁이 다수 발생해오고 있으며, 전쟁이 임박하지 않은 평시라 하더라도 국지도발에 대한 대처와 국가중요시설 방위 등 임무에 신속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재판소는 "이런 점에 비춰 군인복무기본법 47조 2항 및 시행령 조항에서 정한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서 평시가 제외된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평시에 외출·외박을 나갈 수 있는 지역을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하며 법률유보원칙 위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법재판소가 장교 외출·외박 규제를 합헌으로 판단함에 따라, 각 군 지휘부가 휴전 체제와 지정학적 환경을 근거로 장병 행동반경을 통제하는 기준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군은 이번 결정을 토대로 접경 지역과 주요 작전부대의 지휘·통제 체계를 재점검하는 한편, 장병들의 기본권 보장과 병영생활 여건 개선 방안을 병행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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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육군제35보병사단#군인복무기본법